10년이면 짝사랑에 가슴 아파하던 소년이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고, 군대에 갔던 청년이 예비군까지 끝낼 시간이다. 그 10년 동안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있을까.

요즘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을 특별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다. 바로 서태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이다. 지스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스타라는 이름을 직접 짓고 1회부터 10회까지 모든 행사에 관계했다. 어찌 감회가 새롭지 않을 수 있을까.

수많은 인파가 모여든 부산 벡스코에서 지스타의 아버지 서태건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지스타 10년을 맞이한 서태건 부산정보산업진흥원장


지스타가 10주년을 맞이했다. 감회가 어떤가

10주년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지스타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는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고 올해처럼 잘 될 때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보통 행사를 주관하는 곳에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상투적인 용어를 사용하곤 하는데 이 표현을 가지고도 모자랄 정도로 한층 더 성장했다. '정말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해야 하나?(웃음)

1회 때 참여기업이 150여 개사였다. 지금은 617개다. 참가기업 수가 4배 가까이 된 거다. 참가 국가도 1회 때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초창기 킨텍스에서 할 때와 비교하면 큰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 벡스코만 해도 여유공간이 하나도 없을 만큼 꽉 차있다. 나아가 영화의 전당이나 대강당까지 공간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지난 10년을 지스타와 함께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

제2회 지스타가 개최됐던 2006년에 '바다이야기'가 터지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다. 분위기가 워낙 혼란스러워서 게임 기업들이 참여를 하지 않았다. 3회 때는 과연 이 행사를 계속 해야하느냐는 의문이 들 정도로 존폐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4회 지스타를 개최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행사장으로 입장하려고 줄 선 사람들이 벡스코 전체를 빙 둘러서 돌 정도로 붐볐었다. 정말 뭉클했다.


▲ 평일 매우 이른 시간임에도 새벽부터 기다린 사람들이 있을정도였다



지역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80:20 정도 된다. 이중 게임을 제작하는 기업만 놓고 통계를 내봤더니 99:1이었다. 서울 경기 인근을 제외한 나머지 15개 지자체가 1이라는 말이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대구와 부산의 게임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데, 게임 산업은 특히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모든 지역이 균등하게 정책을 추진하면 수도권에 있는 기업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 기업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다.

지역 발전에 관련해 작년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해서 올해는 지역 산업 진흥에 관한 예산이 편성됐다. 게임백서에도 밋밋하게 통계자료만 넣을 게 아니라 지역 육성 정책에 관한 내용도 좀 담겼으면 좋겠다. 연초에 정책 발표할 때 지역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지를 언급해서 한 번쯤 고민하게 하면 조금씩 바뀌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지역 개발사들에게는 인력난이 큰 골칫거리다.

산업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피라미드 형태를 이루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방에서는 작은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마땅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자연적으로 인력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겨있는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숙제다. 쉬운 해결책이 없다. 지역을 떠난 개발자들을 부산으로 어떻게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돌아와 일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 건전한 산업 구조를 설명하는 서태건 원장


서병수 부산 시장도 게임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인디게임페스티벌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부산에서 인디게임을 육성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인디게임 문화형성과 더불어 중견 인력 수급 측면에서도 좋은 행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올해가 부산에서 하는 마지막 지스타라는 소문이 많다.

사실이 아닌데 여러 곳에서 사실인 양 보도하고 있어 나도 답답하다. 어디 가서 말하지도 못하고... 부산으로 오면서 2년씩 계약을 했다. 처음 2년 그리고 이어 2년을 계약했다. 그리고 2013년부터 4년을 계약했다. 다만 4년의 반인 올해, 중간 평가를 하기로 했다.

중간평가는 유치 당시의 계약사항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열의는 떨어지지 않았는지, 전시할 수 있는 환경들이 변한 건 없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크게 결격사유가 발생하지 않으면 앞으로 2년을 부산과 함께하는 거다. 방만하게 운영하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인데 와전된 것 같다.

지스타는 앞으로도 부산에서 개최한다. 병수 부산 시장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시민들의 열의도 뜨겁다. 부산의 슬로건이 사람, 기술, 문화다. 세 가지 요소가 융합된 것이 바로 게임이기 때문이다.


성남에서 지스타 유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부산에서 개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게임 인들이 와서 실망하지 않도록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매해 새로운 것들을 조금씩 반영해 가며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여태까지 이야기했던 것을 반영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말로 끝나서는 안 되고 실천해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병수 부산 시장이 직접 지지표명을 하기도 했다. 지자체장이 공언했다는 것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게임쇼에 많이 가봤는데 어딜 가든 "비지니스는 부산 지스타가 최고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해외 바이어들에게 게임쇼 출장은 비지니스 겸 휴식의 의미다. 이런 생각을 지닌 그들에게 도심 한가운데서 하는 행사보다는 주위에 바다가 있고 쉬기에도 좋은 부산이 좋은 장소 일 것이다.




국제 전시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해외 바이어들의 생각에 맞춰가야지 우리 틀 안에 그들을 욱여넣으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밤새도록 맥주 한두 병 마시면서 이야기하는 파티문화를 계속 늘려가려고 한다.

지스타는 생명체처럼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잘 안 뭉쳐지는 가루눈을 힘겹게 뭉치는 느낌이었다. 부산으로 내려온 이후에는 조그만 눈덩이를 굴려서 키우는 단계였고 최근 들어서는 알아서 언덕을 굴러 내려가며 스스로 커간다는 느낌이다.

중독 이슈 등 여러 논란에 흔들리면서 커가고 있는 지스타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뿌리를 단단히 다져가는 것과 같다. 묘목일 때는 잘 자라게 해야 하니까 여기저기 옮겨 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더 풍성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바라봐주고 격려해줘야지 흔들거나 뽑으려 해서는 안 된다.


지스타와 관련된 모든 분께 한 말씀 해달라.

지스타가 10년 동안 성장할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지스타의 주인이 게임 인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 기업과, 게임 개발자, 게임 유저들이 주인이다.

초창기 관 주도 형식의 행사에서 민간 주도로 만들어지는 축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축제가 좀 더 자랄 수 있도록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스타로 인해 부산은 게임이 성장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게임으로 인해 부산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