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게임사 대표다.
부스에 장식할 피규어를 두 번이나 직접 만들었다. 그중 하나는 실제 사람보다 훨씬 컸다.
개발총괄 PD다. 그런데 원화 팀 직원으로도 일한다. 심지어 자신이 키운 후배에게 혼도 나면서.
기인에 가까운 사람. 누리웍스 최준 대표를 만났다.





방송업계에서 사회생활 시작했어요. KBS에 영상사업단이 생기기 전, 방송용 CG를 제작하는 팀이 제 요람이었죠. 미술 관련 교육은 전혀 받은 적이 없었어요. 뭐 별수 있나요. 현장에서 직접 구르고 뛰면서 경험을 쌓았죠. 미숙했던 만큼 때로는 혼나기도 했지만, 그 와중에도 어깨너머로 선배들의 기술을 익히는 것만큼은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그냥 시키는 일 하는 것만으로는 안됐어요. 스스로 노력을 해야 살아남았죠. 방송업계가 그런 데입니다. KBS에서는 도트 디자이너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배웠죠. 그때 역사스페셜, 연예가중계, 퍼즐특급열차같은 프로그램의 CG를 맡았어요. 그러고 보니 참 오래됐네. 퍼즐특급열차는 종영된 지가 한참 지났네.

솔직히 말해 딱히 불안한 직장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마음속에 뭔가가 계속 끓는 거예요. 전혀 의외의 분야가 계속 눈에 들어오고. 개발자의 모든 것이 오감을 통해 전달되는 분야. 시각뿐만이 아닌, 사용자가 직접 플레이함으로써 교감할 수 있는 장르는 당시 한창 떠오르기 시작한 '게임'이 유일했어요.

KBS 나온 뒤 넥슨에 입사했어요. 거기서 엘리멘탈 사가의 그래픽을 총괄했고, 이후 YNK로 거처를 옮긴 뒤 로한의 그래픽 팀장으로 지냈죠. 그 게임이 2005년에 출시됐는데 시장에서 반응이 꽤 좋았어요. 제 위치도 개발이사까지 올라갔죠. 그렇게 거기서 9년을 일했어요.

개발이사로 있으면서도 많이 배웠죠. 로한이 쉽게 개발된 작품이 아니었으니까. 만드는 도중에 방향 바뀐 것만 몇 차례였고, 그러다보니 실질적인 제작 기간이 1년 남짓이었어요. 진짜 죽음의 레이스였지. 그때 깨달은 게, 팀원들 건강 챙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거.

그래서 여기 와서는 와일드버스터 개발도 개발이지만, 그보다도 팀원들 스스로 몸부터 챙기라고 권장하는 편이에요. 출시 좀 늦어지는 건 참아도, 팀원들 골골대는 모습 보는 건 못 참겠더라고. 정해진 시간에만 업무 딱딱하고, 야근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업무 시간 외에 뭘 하든 개입 안 하려고 하고요.

일찍 좀 집에 가라고 했더니 게임 출시시기가 늦어지더라고요. 허허, 그래도 게임 퀄리티는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좋게 나온 것 같아요. 뭐, 장단점이 있는 듯한데... 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아직은.






진짜, 진심으로 일만 하면서 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아직 회사에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거든요. 그러니까 일 더 해야죠. 그리고 겉으로 표현을 안 할 뿐이지, 이 바닥 잘 살펴보면 저같이 일 자체를 사랑하는 사람 많을 겁니다.

왜, 다른 업종보다 연봉이 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게임업계가 업무량이 적다거나 복지가 남다른 데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왜 개발자들이 5년 10년을 일하겠어요. 단순히 돈 버는 것 떠나서 자기가 만드는 게임에 대한 열정 같은 게 있으니까 그런 거지. 이게 정답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 그렇게 생각해요.

YNK 있을 때는 새벽 2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 때는 저뿐만이 아니라 팀원들 다 그랬던 거 같은데... 업무량 자체가 워낙 많기도 했고. 지금도 뭐 늦게까지 있는 편이지만, 후배들이 먼저 퇴근하는게 불만족스럽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어요. 제가 남는 건 그냥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팀원들 건강 챙기는 게 우선이니까. 한 명이 아프면 전체가 힘들어요. 인터뷰로 후배들이 제 마음을 좀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직책이 세 개입니다. 누리웍스 대표, 와일드버스터 개발총괄 PD는 외부에도 잘 알려진 거고, 내부에서는 그냥 원화 팀 직원이에요.

해외 유명 게임들 개발되는 과정 잘 보면, 이런 멀티플레이어가 되게 많거든요. 직책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가 필요한 분야라면 그냥 뛰어드는 거지. 저는 고등학교 때 낙서하는 거 좋아해서 직업도 아트 쪽으로 하고 싶었고, 누리스타덕스에서는 캐릭터 모델링하고 원화 작업하고 있어요.

지금은 프로그래밍도 배우고 있어요. 와일드버스터가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으니만큼, 프로그래머들과도 좀 원활하게 대화하고 싶었거든. 그냥 제 욕심에 배우는 거죠. 허허.

TA가 우리나라 게임사에서 아주 흔한 직종은 아닌데, 저는 꼭 필요하다고 봐요. 이게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게임 개발하는 속도가 많이 차이가 나거든. 저 같은 경우, 프로세스 자체는 잘 만들었는데 PD로서 방향 제시를 잘 못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배우게 된 거고요.

개발총괄 PD로서 절 돌이켜 본다면... 음, 일단 누구한테 일을 맡기면 뒤를 보지 않는 편이에요. 체크를 꼬박꼬박 한다기보다는, 애초에 믿을 만한 사람한테 일을 전적으로 맡기는 거죠. 저희는 신입 그래픽 팀원을 뽑는다 치면, 1년 간 실무를 거의 안 시켜요. 선배들 하는 거 천천히 보면서 팀 분위기와 자기 포지션을 찾도록 두는 거지.

지금 와일드버스터 모델링 팀 인원은 2명뿐이에요. 적은 편이죠. 하지만 안심이 되는 게, 기린아가 하나 있거든요. 원화 팀장이 발군입니다. 여성 분인데, 그래픽 작업에서는 그 친구를 제가 팀장으로 모시고 있어요. 가끔 그 친구한테 혼나기도 해요. 허허, 제가 키웠던 친구 중에선 제일 훌륭한 것 같아요.

키운 친구한테 배우는 게 뭐 어때서요. PD인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원화 팀 팀원이에요. 그 친구는 정말 만나기 힘든 인재예요. 제가 지금까지 만나 본 여직원 중에서 인정하는 사람이 딱 둘인데, 그중 하나입니다. 그 친구랑 일하면서 제가 배우는 것도 많아요.






저도 직장생활 나름 오래 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일반 팀원으로 일하고 밤늦게까지 있는 거... 후배들한테 위화감이 왜 없겠어요. 좋은 것만 있지는 않겠지.

그걸 말하기 전에, 제가 살면서 느낀 점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사회생활하면서 선임들 쭉 보고 드는 생각이... 그 사람들 일 정말 안한다는 거였어요.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우리가 선배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대로만 일하는 거예요. 뒤에 떡 하니 팔장 끼고 앉아서 이제 막 들어온 후배들한테 작업 지시만 하고, 나중에 후배 작업 취합하는 거 외에는 실무에 관여를 아예 안 하는 거야.

저는 업무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선배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말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후배들에게 실무로 존경받고 싶어요. 그림 그릴 때도 포인트 짚어주고. 그래서 후배들이 나를 PD로, 대표로 보기 전에 팀 선배로 볼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열심히 가르친 후배가 저보다 잘 하는 게 생기면, 그거보다 기쁜 게 없어요. 실제로 우리 회사에는 그 연차 때의 저보다 잘하는 후배들이 대부분이에요. 신입사원들이 선배들의 좋은 모습만 봤으면 좋겠어요. 작업 참 잘했는데, 어느 순간 일을 손에서 놓고 업계 떠나는 분들이 많아요. 너무 아쉽죠. 저는 감투 쓰고 오래 있는 게 아니라, 실무로서 후배들과 오랫동안 같이 일하면서 남아 있고 싶어요.






작년 지스타에 누리스타덕스 부스 보셨어요? 아, 그럼 아시겠네. 그 부스 정면에 커다랗게 캐릭터 피규어 세워놨는데. 그거 저랑 저희 미술 팀원들이 만든 거예요.

블리즈컨이나 다른 대형 부스들 보면 멋있는 피규어 세워놓곤 하잖아요. 저희도 뭔가 임팩트있는 걸 보여줘야 하는데, 저희도 하고 싶었죠. 하지만 당시 회사 여건이 아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어서 그냥 내가 해볼까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 겁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죠. 저나 팀원들이나 경험 하나도 없이 그냥 맨땅에 헤딩한 거니까.

조소는 고등학교 다닐 때도 조금 했었어요. 그 때 학교에 세울 동상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했거든요. 선배들 하는 거 보고 한이 맺혔지. 왜 저렇게밖에 못할까. 분명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100% 노력을 안 하는 게 보이니까 답답하지.

부스 피규어 만들 때도 2~3달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작업실에서 진짜 열심히 만들었죠. 아, 올해 지스타에서는 B2B에만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일반 피규어 사이즈로 만들어 전시했거든요. 피규어 제작 전문 프로팀이 '이건 어떻게 처리한 거예요?'라고 묻고 가기도 했어요. 그때 진짜 엄청 뿌듯했는데.


[GSTAR2013] 압도적 피규어로 시선집중! '와일드버스터' 개발사 누리스타덕스 부스




개발은 꾸준히 하고 있었는데, 서버 쪽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했어요. 엔지니어 교체될 때마다 개발 기간도 길어진 거예요. 하지만, 그동안에도 개발 쉰 적은 없고, 콘텐츠도 많이 쌓았어요. 공개하고 나서도 3~4년 정도 이끌어 갈 콘텐츠도 마련해 놨고요.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볼게요. 보스 몬스터 종류가 100개가 넘는다고 하면 믿어지세요? 그런데 진짜입니다. 몬스터나 NPC 등 각 개체에 특히 공을 많이 부었거든요. 똑같은 리소스 전혀 없이 제가 하나하나 만들었어요. 지금이야 후배들이 일을 잘해서 제 일이 좀 줄었지만. 허허.

사실 와일드버스터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어요. 회사 임원 자리에 앉아있으니 심심하더라고. 실무에서 배제되는 느낌이 드니까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죠. 그때 프로젝트 7개 정도를 총괄하고 있었는데, 그냥 총괄만 하면 개발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서 제 주도로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거의 반강제로.

SF로 만든 이유라... 제가 개인적으로 글 쓰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와일드버스터 시나리오도 제가 썼어요. 상상하는 거 좋아해서 시나리오도 짜고 캐릭터 디자인도 짜서 '이렇게 하자'고 했고, 그 결과 여기까지 온 거죠. 게임 잘 나올 겁니다. 늦어진 만큼.

올해가 이렇게 넘어갔으니 조금만 더 꼼꼼하게 준비해서 내년 여름 즈음에 공개할 것 같아요. CBT든 뭐든. 기다리시는 유저 분들께 드릴 말씀이 없지만, 그래도 서두를 생각은 없어요. 다른 개발사의 게임을 가져와 튜닝한 뒤 먼저 출시하는 이유도 와일드버스터의 개발에 안정감을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수입원이 하나도 없으면 개발자들이 불안해하니까. 회사 매출 발생시키면서 안정감 있게 개발하기 위해 퍼블리싱도 한다고 보시면 돼요.

와일드버스터... 초기에는 욕 많이 먹었어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시피 한 SF잖아요. 절대 만들면 안 되는 게임으로 분류되기까지 했죠. 그런데 최근에는 욕 별로 안 먹어요. 작년 지스타 때 유저 분들께 테스트 버전을 선보였는데 다행히 좋은 반응이 많았어요. 고무적인 일이죠. 옛날에는 '안되면 얼마나 안 될까' 같은 비관적인 생각도 들었는데, 요즘은 어깨가 좀 무거워요. 개발기간 길어지니 더 그렇고.






예전에 불패온라인 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했던 게임인데, 저희가 다시 퍼블리싱하는 거예요. 그래픽이 마음에 안 들어서 대대적으로 손 봤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그쪽이니까, 허허.

예전 버전을 보니 유저들에게 돈을 끌어낼 수밖에 없는 과금 구조로 되어 있더라고. 이번에는 그 부분을 크게 완화해서 서비스할 생각이에요. 메인 콘텐츠는 PVP고요. 이름 뜻이요? 그냥 불패를 영어로 바꾼 겁니다. 불패니까 UnDefeated.

허경영 의원을 홍보모델로 선정한 이유는 과거 불패온라인의 홍보모델이 그분이었기 때문이에요. 저나 누리스타덕스 회장님 생각도 똑같은 생각이셨고.


■ UD온라인 게임 소개


UD온라인은 무협과 마법이 공존하는 고대 중국을 테마로 2개 국가의 갈등과 대립을 그린 MMORPG이다.

단순한 전쟁이 아닌, 게임 내 콘텐츠와 연계된 섬멸전, 깃발전, 투쟁전 등 다양한 전쟁방식을 갖춘 대규모 RVR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퀘스트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MMORPG를 처음 접한 플레이어라도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유저는 무기 조합을 통해 초기 사용한 무기를 최고 레벨이 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마석과 세공석으로 더욱 강력한 무기를 제작할 수도 있다. 아울러 플레이어의 게임 플레이 시간에 따라 누적되는 포인트로 행운 룰렛을 돌리면, 게임 내 다양한 아이템을 빠르게 수급할 수 있다. 골드를 건 PVP 모드 역시 UD 온라인에서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아직 하나도 내놓은 것 없으면서 무슨 헛짓거리 하느냐고 물으실 것 같은데.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후속작 계획 있고요. 원화 작업은 벌써 들어갔어요. 단도직입적으로 설명하자면 삼국지 관련 게임입니다. 이거 소재로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게임이 없잖아요. 저도 동참해야죠, 허허.

제가 삼국지를 정말 좋아합니다. 게임 개발하는 선배들 작품을 쭉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아, 미리 말씀드리는데 '삼국지를 품다'는 예외로 해주세요. 일단, 우리 유저분들은 실제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을 플레이하길 원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삼국지 게임들 대부분 가상의 캐릭터를 플레이하잖아요. 영웅 골라서 놀았다간 자칫 세계관과 캐릭터가 다 망가질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겠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둘 다 놓친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삼국지에 나왔던 영웅들 실제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나아 보여요.

시뮬레이션 쪽은 이미 코에이에서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놨고, RPG는 이미 많은 선배가 도전했다가 실패했잖아요. 저는 세미 RPG 정도로 도전하고 싶어요. 디아블로 스타일로 풀어나가는 삼국지라고 해야 하나... 어렸을 때 했던 '천지를 먹다'와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여기에 약간의 시뮬레이션 요소를 추가하면 더 재미있을 것 같고. 그런데 최근에 어떤 개발자분이 제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콘셉트의 게임을 출시했더라고요. 결과... 안좋았죠. 몸 사리고 있어요. 조금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즐긴 삼국지 게임은 코에이에서 나온 시리즈입니다. 사람들이 코에이의 삼국지 최신작을 막 까던데, 저는 그것도 재미있게 했어요. 무쌍 시리즈도 괜찮은 것 같고. 아까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유저들이 실제 장수를 플레이하고 싶어 하니까 오래가는 거겠죠.






게임 외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거라... 음, 서해 무인도 개간사업? 으하하, 이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데... 무인도 하나 개발해서 남자만의 할렘을 만들고 싶어요. 이건 진짜 꿈이죠.

그나마 현실적인 거라면, 영화를 한 편 찍고 싶어요. 사실 와일드버스터는 초기 기획안과 많이 달라요. 현실과 타협한 부분이 많죠. 전 스무 살 때부터 원화를 그렸어요. 선임이 되고 프로젝트 진행할 짬이 되면 이런 것 꼭 해봐야지 싶은 것들을 계속 그려왔습니다. 남들이 듣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와일드버스터가 스타워즈 같은 IP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이야기가 없으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저는 새로운 IP를 만드는 재주가 없어요. 그래서 와일드버스터만 쭉 한 거지.

게임에서 도전하고 싶은 걸 찾으라면... 오크를 주제로 한 RPG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더럽고 못생긴 애들만 나와서 예쁜 것들과 싸우는... 생활형 게임 콘셉트로. 처음 게임 시작하자마자 배고픔 게이지 계속 차올라서 사냥하고 그때그때 먹어야 하는 그런 게임. 다만, 이것도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없으니 실제로 만들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제가 게임을 볼 때 가장 우선으로 생각하는 요소는 무조건 시나리오입니다. 이 방면에서는 WOW가 가장 훌륭한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탄탄하면 추가 콘텐츠 붙이기도 편해요. 개발자들에게 의사 전달하는 것도 간결해지고. 블리자드가 이쪽 분야 1등인 거,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최근 모바일게임 중에서는 별이 되어라를 인상 깊게 했어요. 이야기가 너무 장황하지 않으면서도 급조된 느낌이 거의 안 들더라고. 거기 작가분이 고민 많이 했을 거라고 봐요.






선배들에게 많이 배우라는 이야기 해주고 싶어요. 좋은 것은 물론이고, 안 좋은 것까지 잘 보고 머릿속에 기억해둬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커서 후배들에게 똑같은 짓을 안 할 거 아닙니까. 그리고 지금 후배들이 나중에 선배 짬을 먹으면, 다음 후배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이 그러잖아요. 내 젊었을 땐 더 힘들었어, 지금 하는 거 아무것도 아냐 이런 얘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과인가 봐요. 저는 월급 3만 원 받고 일할 때도 있었어요. 지금은 당연히 그러면 안 되죠. 다만, 제가 해주고 싶은 말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자신이 꿈꾸는 환경을 후배에게 물려준다는 각오로 일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업계 신입들을 보면, 이미 갖춰진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안타까운 점이 많죠.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곳을 바라보는 선배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 누리웍스 최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