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변화가 빠르다는 점입니다. 수명과 개발 기간이 다른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짧다는 평도 많이 듣고, 게이머에 그치지 않고 비게이머들도 사로잡을 수 있는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유저층도 아주 다양하죠.

2015년도 벌써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그동안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등장했죠. 누구는 패배의 고배를 마시며 물러났고, 또 다른 어떤 이는 수많은 조명을 받으며 축배를 들었습니다. 아쉬운 모습을 보이다 기적같이 재활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지 못한 개발사들도 있었죠.

인벤에서는 2015년 상반기, 지난 여섯 달 동안 모바일 시장을 이끌었던 움직임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분류해봤습니다.

※ 금주부터 '모바일 동향분석' 코너가 '모바일 이슈체크' 코너로 변경됩니다. 또한, 매 주 월요일 주기적으로 연재되는 대신, 비정기적인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 Keyward l. "Long-Run"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롱 런, 서비스의 장기화입니다. 장기 서비스를 노리면서 모바일 게임들의 수명이 확실히 늘어났죠. 물론 PC 온라인보다는 여전히 짧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어떤 모바일 게임들은 그렇지 않은 편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PC 온라인 게임 역시 1년의 서비스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하지만, 모바일 게임은 2년 이상 서비스를 유지하기도 하니까요.

세븐나이츠, 블레이드, 별이되어라, 서머너즈워, 클래시 오브 클랜 등등…벌써 1년이 넘어가고 2년을 바라보는 게임들이 많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이나 '에브리타운', '드래곤플라이트'와 같은 영감(?)님들은 3년을 바라보고 있기도 하고요.

장기 서비스하는 게임이 많아지면 여러 가지 현상이 발생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선점 효과로 인한 고착화 현상이죠. 실제로 지금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의 매출 순위를 보면 오랫동안 순위권을 유지했던 게임들이 대부분입니다. 가장 최근에 치고 올라온 건 '크로노블레이드'나 '갓오브하이스쿨', '레이븐'정도를 꼽을 수 있죠. 최상위권은 큰 변화가 없이 매주 비슷비슷합니다. 간혹 '에브리타운'이나 '퍼즐앤드래곤', '쿠키런'같은 게임들도 순식간에 10위권으로 매출 순위를 치고 올라오기도 하죠.

7월 10일 오전 10시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분포.

그렇다고 장기 서비스로 대세가 흘러가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장기서비스를 지속해온 만큼 차기작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개발이나 운영에 관한 노하우도 많이 쌓였을 테니까요. 더욱 멋진 신작이 게임들이 등장할 수도 있겠죠.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서비스를 해 오면서 게임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들을 개발하고, 기존의 콘텐츠를 수정을 거쳐 유저들이 더 좋아할 만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하나의 게임이 점점 '진화'를 하는 형태로 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이와 더불어 떠오른 중요한 이슈는 '운영'입니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초기 서비스에는 발견할 수 없었던, 난생처음 보는 문제를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나갈지가 롱 런의 핵심이 되겠죠.

엔트리브의 '소환사가 되고 싶어'는 서관희 대표와 임원진들이 직접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게임 못지않게 모바일 게임도 운영에 대한 이슈가 많은 편입니다. 그중에는 유저들에게 솔직하게 문제를 고백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예도 있었고, 서툴고 아쉬운 대응으로 유저들의 질타를 많이 받은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타납니다.

앞으로도 롱 런을 꿈꾸는 게임들을 더욱 많아질 겁니다. 하지만 그들도 다른 이들의 사례와 대응을 보고 깨닫는 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적극적인 대응이 더욱 유저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유저들에게 더 나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임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 Keyward ll. "광고"

'클래시 오브 클랜' 앵그리니슨52의 복수

지난해 중순 정도였을 겁니다. 수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대규모로 국내 시장에 마케팅을 시작한 때죠. 이미 국내 시장에서 한 번 포기했던 지하철 광고라던가, TV CF,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광고까지. 모바일 게임들의 홍보 채널이 부족하다고 했던 시기에 수퍼셀의 마케팅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죠.

이전에도 이런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던 2012년 말~2013년 초에도 각종 매스미디어나 지하철, 버스를 이용한 마케팅은 활발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로는 좀 식어 들었던 것뿐이죠. 상대적으로 효과가 낮았던 결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수퍼셀의 행보는 더욱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결과는? 말이 필요 없죠.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클래시 오브 클랜'은 양대 마켓 매출에서 부동의 왕좌를 차지합니다. 국내 개발사뿐 아니라 해외 개발사도 광고 마케팅의 중요성을 다시 돌아보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4:33와 넷마블, 넥슨, 게임빌, 스마일게이트, 가이아 모바일 등등. 너나 할 것 없이 개발사들은 자신들의 게임에 다양한 광고를 다시 시도해보기 시작합니다.

▲ 코엑스몰에 또 다른 광고를 선보인 '클래시 오브 클랜'

그 결과, TV나 옥외 광고로 모바일 게임들을 찾아보기가 상당히 쉬워졌죠. 그만큼 유저들도 더 늘어났고, 단순한 게임 설명보다는 좀 더 눈에 띄면서 재미있는 형태로 바뀌었고요. 그리고 이 여파는 PC 온라인 게임에까지 미쳐서, 다양한 PC 온라인 게임 광고도 더욱 활발해졌습니다.

이곳저곳에서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게이머로서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다른 면도 있습니다. 중소개발사들과 스타트업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좀 적어진 느낌이라서요. 광고 채널이 활성화되면서 대형 개발사나 퍼블리셔들이 많은 마케팅을 진행했고, 광고의 단가 상승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했죠.

트렌드가 바뀌고 수요가 늘어나면서 당연히 생기는 현상이긴 하지만, 중소개발사들에는 악재가 겹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본 자금이 탄탄하거나 투자를 받지 않은 중소개발사 입장에서는 게임 개발만으로도 자금이 벅찬 경우가 많거든요.



■ Keyward lll. "플랫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모바일 시장을 논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었던 건 바로 '카카오'입니다. 'for Kakao'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죠. 아직도 시장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요. 하지만 2014년 들어서는 조금씩 카카오 플랫폼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카카오 플랫폼을 타지 않고 자체서비스를 시도하는 게임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그 대표적인 예가 넥슨의 '영웅의 군단'과 '서머너즈워', '캔디크러쉬사가'입니다. 이들은 굳이 카카오 플랫폼과 함께하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보였죠.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2015년 들어서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카카오의 영향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강했습니다. 지금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만 봐도 카카오 게임이 매출 상위권에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대항마로 'with Band'가 등장하긴 했지만, 카카오의 힘을 넘지는 못하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레이븐, 크로노블레이드에 이어 핀콘의 신작 '엔젤스톤'도 네이버 플랫폼을 선택했다.

2015년이 되어서도 카카오는 굳건히 버티는 듯했습니다만…조금 시간이 흐르니 양상이 달라졌습니다. 여전히 탈 카카오의 움직임은 꾸준했습니다. 그리고 3년 만에 강력한 대항마, 'with Naver'가 새로 등장했습니다. 네이버 플랫폼은 대작 '레이븐'과 '크로노 블레이드'를 시장에 선보였고, 이들은 다들 좋은 성적을 보였습니다. 특히 레이븐은 거의 4달이 되어가는 지금도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위를 고수하고 있죠.

거기에 '뮤 오리진', '하스스톤'과 'FIFA 온라인 3M', '갓 오브 하이스쿨', '캔디크러쉬소다', '마블퓨처파이트' 등 다양한 게임들이 시장에 등장해 아주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진출이라는 트렌드도 한몫을 하긴 했습니다만, 어쨌거나 탈 카카오의 움직임은 의미가 큽니다. 성공의 지름길, 필수로 여겨질 만큼 강력했던 카카오 플랫폼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였죠. 거기에 강력한 대항마도 등장했으니까요.

카카오가 좀 안일했던 걸로 보입니다. 여전히 매출 순위권에 카카오 게임은 많지만, 다 오랜 기간 서비스를 해온 작품들이 많아요. 최근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소환사가 되고싶어'와 '탑 오브 탱커'는 한 풀 기세가 꺾였어요. 최근의 구글플레이 매출 20위까지를 살펴봐도, 카카오의 신작은 없습니다. 킬러 타이틀이라고 할 만한 신작, 성공한 신작의 부재가 길어지고 있는 시점이겠죠.

카카오 역시 위기를 느끼고 새로운 게임 삽을 오픈하고 새로운 수익 구조와 지원책들을 공개했지만, 업계의 반응은 '그다지'입니다. 카카오가 나쁜 플랫폼은 아닙니다.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겠죠. 하지만 카카오는 그동안 자신들의 단점을 해결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Keyward lV. "CBT"

'클로즈 베타 테스트', 비공개로 이뤄지는 이 테스트는 중간 점검과 같은 개발 과정입니다. 개발 중인 게임을 몇몇 유저들에게 선보이고, 방향성이나 게임성에 대해 확인을 하는 거죠. PC 온라인 시장에서는 상당히 일상적인 과정이지만,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모바일 게임들은 이런 테스트를 진행하기 어려웠죠.

2013년과 2014년에는 '영웅의 군단'정도가 CBT를 많이 진행했던 사례로 꼽혔고, 조금씩 게임의 CBT를 진행하는 게임들이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트렌드로 잡히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2015년이 되면서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모바일 게임들도 CBT를 진행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거든요.

단순히 한 번의 맛보기도 아닌, 수차례 테스트를 진행해보는 게임도 늘어났습니다. 유저들도 아주 환영할만한 움직임이죠. 게이머라면 자신이 기대하고 있던 게임을 미리 즐겨볼 수 있다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잖아요? 그리고 마음에 안들거나 답답한 부분, 불편한 점을 개발진에게 호소하고 더 나은 게임의 퀄리티를 기대해 볼 수도 있으니까요.

2차 CBT에 이어 글로벌 테스트까지 진행했던 '슈퍼 판타지 워'

이런 현상은 분명히 환영할 일이긴 합니다만, 좀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CBT가 개발 과정이 아닌 마케팅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테스트가 진행된 지 며칠이 지나지 않고 출시되는 게 좀 의문이죠. 물론 테스트의 결과가 아주 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CBT는 엄연히 '테스트'이고, 개발 과정 중 한 단계입니다. 그런데 테스트가 하나의 마케팅으로 자리 잡아서 유저들이 바라는 점은 고쳐지지 않고 그대로 출시된다면? 이건 '언 발에 오줌 누기'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유저들은 게임을 빨리해보고 싶어하긴 합니다만, 미완성 게임을 바라는 건 아니니까요.



■ Keyward V. "글로벌"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 상반기도 역시 '글로벌'은 뜨거운 키워드입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원빌드'라는 전략이 크게 주목받았고, 실제로도 '서머너즈워'나, '강철의기사' 등 글로벌원빌드 전략으로 아주 좋은 성적을 보여준 게임들도 있었죠.

반대로 국내 시장에도 외국계의 게임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 지난해 '도탑전기'가 성공적인 행보를 보인 이후 국내 시장에서 예전부터 활동하고 있던 쿤룬이나 추콩, 라인콩 역시 올해 초에 많은 모바일 게임들을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수의 중국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 게임들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도 있습니다. 국내 시장에 대한 조사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할까요? 야심 차게 런칭하기는 했지만, 아쉬운 운영과 콘텐츠로 초기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나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인 경우도 많았습니다. 때로는 '먹튀'라는 오명을 쓰면서 중국 모바일 게임이 온라인 시장에서의 중국 게임만큼 인식이 나빠지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좋은 성적을 보인 케이스로는 '뮤 오리진'을 꼽을 수 있겠네요. 중국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고, 국내 시장에서도 단단히 준비하고 등장한 '뮤 오리진'은 여전히 '웹젠'의 구원 투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뮤 오리진'은 국내 시장에서도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

그래도 여전히 중국의 게임들은 계속 국내 시장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넥슨과 넷마블에서도 '천룡팔부'나 '시티앤파이터', '와호장룡'등의 작품을 선보였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중국 게임들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겠죠. 이미 중국에서 좋은 효과를 본 VIP 시스템도 국내 시장에 나름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요. 중국의 영향을 앞으로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국내 개발사들도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많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게임빌의 '별이되어라'는 중국에 이어서 일본에도 진출했고, 글로벌원빌드의 형태로 출시하는 게임도 많아졌고요. 넷마블게임즈의 '모두의 마블'은 얼마 전 글로벌 매출 4천억을 달성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죠.

작년부터 지금까지도 글로벌은 또 하나의 성공, 돌파구로 불리고 있습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절대 놓치기 아까운 시장입니다. 거기다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좋은 성적을 보여준 게임들도 있으니까요.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건 인정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만 신경쓰다 국내 유저들을 소홀히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말았으면 합니다. 본진은 한국이잖아요?



2015년 상반기는 정말 대작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만큼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고, 장기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들은 신작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바짝 채찍질하면서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모습도 많이 보였고요. 결과적으로는 순위가 조금 바뀌긴 했죠. 하지만 아직도 매출 순위의 움직임은 좀 굳어 있는 느낌입니다.

하반기 여섯 달 동안 얼마나 더 많은 게임이 등장할까요? 아직도 자신들의 라인업을 꼭꼭 숨겨놓은 개발사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출시를 예고했지만 등장하지 않은 게임들도 여전히 많고, 베일에 가려진 대작이 있을지도 모르죠.

온라인 게임보다도 더 빠른 호흡을 가진 시장이 바로 모바일입니다. 지난 반 년 동안 있던 변화만큼이나 앞으로 다가올 여섯 달 역시 많은 게임이 우리를 찾아오겠죠. 또 다른 변화의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겠고요. 개인적으로는 좀 더 장르의 다변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남은 올 한해도 멋진 게임들을 국내 개발사들에게서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