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플로어 지하 연구소 '비피더스 팀'의 PS4 타이틀 'KIDO'.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해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알지도 모르겠다. S4리그에서 메인 일러스트를 맡았던 '파나마만' 작가의 일러스트라는 것을. 그는 게임업계를 뒤흔든 '팝픽' 사태의 선두에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작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해 그는 경추암으로 오른손에 이상이 생겨 치료를 받았다. 거의 손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이보다 더 가혹한 일이 있을까. 하지만 파나마만 작가는 병을 이겨내고 다시 유저들을 찾아왔다.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보여준 '키도'가 그의 복귀작이다.

그래서 처음 KIDO(이하 키도)가 공개됐을 때, 더 반가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이 관심을 가지기도 했다. 인터뷰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지스타에서는 꼭 해보고 싶었다는 욕망도 커졌다. 욕망(물욕)으로 똘똘 뭉친 매력적인 그녀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어떨지도 참 궁금했고. 그렇게 소니의 부스를 찾았다.

소니 부스에 있던 'KIDO: RIDE ON TIME'

현장에서 만난 '키도'는 이전에 공개된 영상과는 확실히 달랐다. 직접 만나본 키도는 훨씬 더 깔끔하고 잘 다듬어진 그래픽을 보여줬다. 클레이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도 아니었고. 지난 인터뷰에서 기기 스펙의 제한이 풀려버려 더 멋진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고 계속 개선중이라는 게 증명된 셈이다. 이대로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될 때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제일 중요한 액션은 어떨까? 두어 차례 시연을 마치고 나니 기본은 잘 꾸며졌다는 느낌이 강했다. 키도가 사용하는 듀얼 액스와 오함마, 아니 거대한 해머의 스킬들은 개성이 뚜렷했다. 듀얼 액스는 빠르고 호쾌한 핵앤슬래쉬 액션을, 거대 해머는 육중하고 한방 한방이 강력한 타격감을 제공한다. 대신 공격속도가 느리고 이동 속도도 줄어드니 무기 스왑이 필수.

평타 공격과 연계한 스킬의 액션은 기본적으로 아주 깔끔하다. 그리고 스킬을 시전하는 잠깐의 무적 시간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회피하기도 하고, 공격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 무기 스왑은 아주 자유롭고, 무기에 따라서 짧은 대쉬 후 공격도 달라져 무기를 바꾸는 타이밍 역시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군더더기 없이 딱 필요한 부분만 있는 인터페이스도 괜찮다. 비록 영상에서는 제대로 녹음이 되지 않았지만, 사운드도 나름 괜찮은 편이다.

'KIDO: RIDE ON TIME' 플레이 영상
[ 현장 소음으로 사운드가 잘 녹음되지 않은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도 있다. 판정이 좀 짜다고 할까. 횡스크롤 액션인 만큼 좌우 판정은 좋지만, 상하까지 아우르는 판정은 야박할 정도로 좀 짜다. 상하 이동이 다소 부자연스러울 수 있는 횡스크롤 액션의 형태는 이런 부분을 다소 너그럽게 봐주는 부분도 있긴 한데, 키도는 좀 짠 편이다. 그래서 무빙이 정말 중요했다.

또한, 전체적인 적들의 패턴이 단조롭고 내가 취할 수 있는 액션도 상당히 단조롭다. 스킬도 단 3개뿐이라서 플레이가 길어질수록 좀 아쉽다는 느낌이 짙어진다. 거기다 단 3개밖에 없는 스킬은 무기를 스왑하면 쿨타임이 멈춘다. 피니시 게이지 역시 무기마다 따로 쌓는 방식이라 무기 스왑을 이용한 액션이 끊어지며 단조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뭐, 시연 버전이라서 그런 걸수도. 정식 버전에서는 좀 달라지지 않을까? 그리고 등장하는 적들이 다양해지고 보스들이 재미있는 패턴의 전투를 보여준다면 대응해야 할 액션도 많아질 것 같다. 그러면 단조로운 형식의 액션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시연버전에서는 세 번째 무기인 '건'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점이 정말 아쉽다.


기본은 좋지만 조금 단조로운 액션은 아쉽다.

'키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스토리를 가졌음에도 캐릭터들의 대화가 없다는 점이다. 대사는 하나도 없이, 캐릭터들의 등장과 행동으로만 전체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상황을 플레이어가 짐작하게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당연히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키도를 유심히 관찰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점점 유저들을 '키도'의 매력속으로 빠뜨리는 게다.

시연 버전을 보면서 지켜본 키도는 말 그대로 '꼬마'다. 체험판의 짧은 이야기에서도 카우독을 공격하는 이유는 딱 하나일 것 같다. "저거 내가 갖고 싶은데 쟤가 먼저 가지고 갔으니 뺏어야지"라는 정말 꼬마같은 생각. 왜냐고? 그녀는 무기와 보물을 너~무 좋아하니까. 그리고 두들겨 패서 빼앗고 도망간다. 이것으로 하나의 시연 버전의 스토리는 끝이 난다.

정식 버전에서는 칼라 클랜과 스컬룩스 클랜 등 총 3개의 클랜과 주인공 키도의 아티펙트를 둘러싼 이야기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대사가 하나도 없기에 캐릭터성을 강렬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캐릭터 디자인을 신경 쓴 점도 좋았던 것 같다. 그만큼 좀 강렬한 캐릭터이기도 했고, 대화가 없는 스토리 라인은 이런 '키도'를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주시하도록 환경을 꾸며놨다.

매력적인데다가 몸매도 착하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유쾌하고 성숙한 매력이 있는 욕망의 꼬마 '키도'. 이번 지스타 체험판에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고 할 만하다. 정식 버전에 얼마나 볼륨이 늘어날지, 그리고 액션은 얼마나 다듬어질 지가 핵심일 것 같다. 플레이 타임이 짧다는 건 단점이 아니라 개성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까. 왜냐고? 이미 '저니'라는 훌륭한 예시가 있지 않은가?

그렇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차세대 콘솔 시장이 열리면서 눈에 띄게 콘솔 타이틀을 개발하는 인디 개발사와 중소 개발사들이 많아졌다. 각 개발사들의 작품 역시 개성 있는 타이틀을 선보였고, 그 중 '키도'는 선봉에 설 자격과 가능성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부디 잘 다듬어져 멋진 매력을 가진 게임으로 나와주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