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鍛造)라는 말은 철을 가공할 때 사용하는 단어로 쇠를 두드려 불순물을 제거하고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과정을 뜻합니다. 흔히, '담금질'이라는 단어로 잘못 알려진 이 과정은 오랫동안 두드릴수록 쇠가 강력해지기에 장인이 가장 공을 들이는 공정이기도 합니다.

올해, 5년 차 프로게이머 생활에 접어드는 '레이스' 권지민은 그동안 많은 팀에서 적을 두며 활약한 베테랑입니다. 하지만 본인은 아직도 베테랑이라는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고쳐야 할 점이 많고 배워야 한다고, 그리고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오랜 기간, 여러 아픔과 실패를 통해 '단조'의 시간을 버텨낸 그의 노력이 올해는 꼭 '명품' 베테랑으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레이스' 권지민을 만나 그의 생각과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Q. 인터뷰를 읽는 독자에게 자기소개 먼저 부탁한다.

삼성 갤럭시에서 서포터를 맡고 있는 '레이스' 권지민이다.


Q. 요즘 들어 외모가 물이 오른다는 느낌이 든다. 잘생겼다는 이야기 듣는가?

많이들 말씀하신다. 보시는 분마다 하시는 말씀들이 그것 말곤 없는 같다(웃음). 농담이고 사실 들을 때마다 민망하다. 내가 나온 사진들을 보면 어떤 사진들은 괜찮게 잘 나온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사진들을 보면 그렇게 잘 생긴 것 같지 않을 때도 있다.


Q. 연예인 닮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을 것 같다. 박효신이라던지?

어릴때부터 닮은사람이 많았다. 연예인부터 프로게이머, 개그맨, 심지어는 아는 친구까지도 닮았다고 하더라(웃음).


Q. 닮은 개그맨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어렸을 때 유상무를 닮았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Q. 요즘 팀의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하다.

분위기가 살짝 꺾이긴 했다. 그래도 감독, 코치님께서 상대가 충분히 강팀이었기에 괜찮다고 말해주셨다. 다음 경기부터는 잘 준비해서 최대한 승점 챙기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솔로랭크와 스크림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Q. '앰비션' 강찬용이 팀 분위기를 위해 따로 무슨 말을 하진 않았는가?

베테랑답게 기죽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피드백도 바로 해주고 팀의 중심이 되어줬던 것 같다.



Q. 강찬용이 무섭진 않았는가?

처음에는 많이 과묵하고 그래서 무서운 이미지가 있었다. 가까이서 지내보니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재밌게 이야기해주신다. 절대 무섭지 않다.


Q. 팀의 분위기는 누가 잘 띄워주는 편인가?

'크라운' 이민호, '스티치' 이승주가 굉장히 재미있다. 이민호는 낯을 조금 가리긴 하지만 친해지면 굉장히 재밌고 편하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재밌는 영상 따라 하기도 하고 둘 다 성대모사를 굉장히 잘한다. 이승주는 로이조 성대모사를 정말 잘한다(웃음).


Q. 권지민은 굉장히 과묵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도 그런가?

실제로도 과묵하고 조용한 편이다. 활발하게 분위기를 띄우거나 하는 건 잘 맞지 않는 편이다.


Q. 2012년부터 지금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왔다. 프로게이머에 대한 생각이 많을 것 같은데?

생각이 많아지긴 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걱정되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베테랑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처음 프로게이머로 경기에 나섰던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난다. 온라인 대회인데도 손을 너무 떨어서 가만있질 못했다. 진에어 초기 때까지만해도 몰래 청심환을 먹곤 했다.

지금도 여전히 긴장은 하지만 말도 많아졌고 그만큼 긴장도 좀 덜하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고쳐나갈 것이다.


Q. 오랫동안 활약을 했고 팀도 많이 옮겼다. 팀을 옮길 때 고민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나 스스로 발전하고 싶다. SKT T1에서 생활할 때는 내가 부족한 것 같아 나오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많이 부족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만 남았다.



Q.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 어떤 선수의 플레이를 롤모델로 삼는가?

'매드라이프' 홍민기의 플레이를 많이 본다. 플레이 자체가 굉장히 화려하고 스킬 샷이 굉장히 정확하다. 게임 안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정말 많은 선수다. '마타' 조세형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 그 선수는 정말 말을 많이 하고 게임 전반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Q. 자신의 단점으로 말 수가 적다는 것을 말했다. 단점을 고치기 위해 어떤 것을 노력했나?

단 게임이해도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대회경기를 많이 챙겨보고 습관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내 생각에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코어장전' 조용인, '스티치' 이승주, 두 명의 원거리딜러와 함께 하고 있다. 둘이 함께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는가?

조용인 선수는 형이라 굉장히 편하고 안정적이다. (이)승주는 활발하고 말도 잘하고 원하는 것을 바로바로 말해서 좋다. 그런데 가끔 굉장히 위험한 플레이를 한다. 이런 플레이가 제대로 통하면 캐리하는데 통하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하다. 그래서 옆에서 잘 조절해줘야 한다. 두 선수가 정말 잘해진다면 미래에 '임프-데프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Q. 굉장히 다양한 서포터를 사용하고 있다. '트레이스' 여창동과 같이 사파 챔피언을 잘 쓴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개인적으로 정통파 서포터 챔피언이 더 자신 있다.



Q. 그렇다면 가장 자신 있는 챔피언은 무엇인가?

역시 알리스타다. 몇 년 전에 솔로랭크 1위를 할 때 알리스타를 자주 사용했는데 승률이 95% 정도였다. 언제 꺼내던지 항상 자신 있는 챔피언이다.


Q. 알리스타를 사용할 때 꿀팁이 있을까?

침착해야 한다. 스킬을 하나씩 사용해야 할 때가 있고 동시에 사용해야 할 때가 있는데 상황에 맞게 잘 배분해야 한다.


Q. 사파 서포터 챔피언 중에는 어떤 것이 자신있는가?

최근에는 리산드라를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회에 사용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CC기가 많고 상대가 대처하기 굉장히 힘들다. 기술도 즉발성이기 때문에 상대가 반응하기 굉장히 힘들다. 리산드라로 아군을 지켜주고 진형을 막아주는 것이 굉장히 좋다. 기회가 된다면 룰루, 리산드라 같이 다양한 챔피언을 꺼내고 싶다. 하지만 이기는 것이 중요하므로 현재 메타에서 가장 좋고 안정적인 챔피언을 더 선호한다.


Q. 이번 시즌 삼성 갤럭시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까?

나는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보다 잘한다고 생각되는 팀이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Q.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기 위해 팀이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소통 부분이 가장 클 것 같다. 정글러와 소통하는 부분, 팀 전체가 함께 소통하는 부분들을 잘 이야기해서 고쳐나가야 한다.


Q. 요즘 삼성 갤럭시 경기를 보면 후반을 지향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유가 있는가?

평소 연습할 때도 후반 한타가 강한 챔피언 위주로 조합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스타일도 나쁘진 않아 보인다.


Q. 삼성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활약해줄 것이라 기대하는 선수가 있는가?

'크라운' 이민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잘한다.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충분히 고쳐나갈 능력이 있다. 무엇보다 연습량이 정말 대단하다.


Q. 연애는 하고 있는가? 이상형은 있는지 궁금하다.

안 하고 있다. 연애보다 게임에 더 집중하고 싶다. 사람들이 연애 안 하느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난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이상형은 딱히 없다. 자신의 매력을 잘 살리는 사람이 좋다.


Q. 설날에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 친척들이 프로게이머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친척 집에 갔다 올 예정이다. 사촌 중에 나이가 가장 어린 편이기 때문에 형들이 프로게이머 직업에 대해 많이 묻기도 하고 신기해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 잘 모르신다. 그저 대기업에 다니는 것으로만 아셔서 굉장히 좋아하신다(웃음). 최근에 외할머니 생신이셨는데 삼성에서 번 돈으로 가족들까지 전부 뷔페를 대접해드렸다. 정말 기뻐하셔서 뿌듯했던 것 같다.


Q. 기억에 남는 팬이나 고마운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으면 좋겠다.

모든 팬분에게 감사하지만 특히 팬카페 관리해주시고 팬미팅 진행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그리고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