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한조라는 영웅은 사람들에게 좋지 못한 취급을 받아왔다.

세간의 범인(凡人)에게 있어 한조는 마치 백정과도 같았다.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행동거지가 매우 경박하기 짝이 없으며 발걸음에 무게가 없고 그 입은 불화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 백정 말이다. 으레 경쟁전에서 한조가 나타나려고 하면 같은 편에 속한 이들은 이내 그 향취를 느끼고는 역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조의 공격은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며 음파 화살은 아무도 탐지하지 못했고, 능히 돌격수 하나를 처치할 수 있는 갈래 화살이란 것은 그저 허공난무에 지나지 않았다. 한조 오의(奧義) 용의 일격이라 함은 전세를 바꾸고도 남음이 있어야 지당했으나 뭇 한조들의 용의 일격이란 것들은 그 기개가 이무기만도 못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나 역시 큰 뜻을 품고 한조를 다루었으나 마치 손에 맞지 않는 무기를 쥔 사람처럼 그 행동거지에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묻어나올 뿐이었다.

그러나 한조라고 해서 다 같은 한조는 아니었다. 극히 일부, 만 명에 한 명 꼴로 이 세상에는 한조의 극의를 깨달은 이들이 등장한다고 하였다. 그들이 쏘는 화살은 백발백중이며, 기개가 마치 태산과도 같아 적의 숨통을 끊는 데 단 한 발의 화살이면 충분하다고 전해진다.

쉬이 믿을 수 있는 소문은 아니었지만 실제로 전장에 나타난 몇몇 호걸들은 범인이 결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이동술을 선보이며, 그 신출귀몰함이 귀신과도 같더라는 목격담이 수없이 전해진다. 최근 세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멀리 중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장에 파기(派氣) 장 지수라는 이름의 시마다 가문 여성 수장이 나타나 한조와 겐지로 적국의 인물들을 모조리 베어버렸다고 한다.

나는 배움을 얻기 위해 시마다 가문의 밑으로 들어가 수련을 하였으나, 장 사부와 같은 기교는 도무지 부릴 재간이 없었다. 장 사부의 한조에 비해 나의 한조는 유연함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것이 마치 통나무와도 같았다.


한조를 가지고 경쟁전에 뛰어들었으나 내가 겪을 수 있는 것은 패배와 아군의 싸늘한 시선밖에 없었고, 결국 승리를 위해서는 바스티온과 같은 손쉬운 무구를 다루는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마음이 달기 시작한 나는 장 사부를 직접 찾아가 길게 읍(揖)하고 자문을 구하였다.

"소인이 경쟁전에 뛰어들어 한조를 좀 해 보려고 하나, 그러지 못하는 까닭은 배움이 부족하여 한조의 극의를 깨닫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한조의 모든 것을 깨달은 이가 극히 일부 존재한다고 하였으니, 이는 바로 시마다 가문을 다스리는 장 사부를 일컫는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장 사부께서는 겐지를 다룸에 있어서 허투루 움직이는 법이 없고, 자객과도 같이 신출귀몰하며 용검을 뽑았을 때의 힘이 능히 항우에 견줄 만합니다. 이에 필히 한조 또한 그에 모자람이 없을 것이니, 부디 소인에게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이에 장 사부는 위아래로 훑듯이 쳐다보며 유심히 살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장 사부는 나지막히 읊조렸다.

"너의 행색을 보아하니 그간 경쟁전에서 왕도(王道)를 찾기 위해 바스티온 따위나 굴리며 편하게 승리를 가져가려고 했음이 틀림없다. 그런 식으로 거둔 승리가 너를 강하게 해줄 줄 알았더냐? 정신이 나약하면 육체 또한 나약해질 뿐. 무릇 한조의 극에 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사격과 예측이 필요한 법이니, 이를 통달하기 위해서는 용의 눈으로 봐야만 한다."

나는 장 사부께 용의 눈으로 보기 위한 방법을 여러 번 캐물었으나 장 사부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명상을 시작했다. 사제들의 말로는 사부께서 용의 눈을 얻기 위해 수원을 왕래하며 손가락에 피가 맺히도록 밤낮없이 활을 쏘았다고 한다.


장 지수 사부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인 수원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곳에 간다고 단박에 무언가 큰 성과를 거두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그래도 안 가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수원에 도착하자 광활한 평야와 드넓은 하늘이 이 땅의 모든 한조를 품을 기세로 열렬히 나를 반겨주었다. 한조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장소로 이보다 더 적격인 곳은 없을 터다.

장 사부가 훈련을 했던 장소에서는 입소문을 듣고 몰려든 군중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군중 속에서도 유달리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이들이 일부 존재했으나, 단지 활을 먹여 시위를 당기는 것 외에 다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한조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자고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듯이, 한조의 극의를 깨닫기 위해서는 내가 한조 그 자체가 되고자 한 것이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수많은 군중이 그러하듯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이었다. 활을 세우고, 화살을 먹인 뒤 시위를 한껏 뒤로 당기고 놓는지도 모르는 채 부드럽게 놓는다.



훈련을 하면 할수록 손가락이 아파오고 팔에 힘이 빠졌으나, 아직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용의 눈으로 보기 위해선 단지 활을 당기는 것만으론 부족한 듯하다. 아주 사소한 부분부터 한조를 이해해야 했다. 나는 한조처럼 걷고, 한조처럼 벽을 타며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한조 오의 용의 일격을 사용할 때는 젖 먹던 힘을 다해 시위를 당기고, 마치 산들바람에 나뭇잎이 흩날리듯 부드럽게 시위를 놓았다. 일순간, 나는 장 사부가 불러내는 용을 상상했다. 모든 것을 용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들만이 불러낼 수 있다는 진정한 파괴의 현신을. 하지만 나의 용은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부끄러워 차마 이를 용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었다.

그토록 노력을 기울이고 훈련을 했음에도 용의 눈으로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에 나는 생각했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용의 눈으로 보는 것 외에 무언가 다른 방법이... 나는 마치 패잔병과도 같은 발걸음으로 다시 장 지수 사부와 만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장 사부는 나를 보자마자 무어라 언질도 없이 자리에 앉게 하고는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아직도 한조의 도(道)를 깨닫지 못한 모양이군. 네가 음파 화살을 발사했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면 너는 과감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가 더욱 공격적인 태세를 취할 수 있겠느냐?"

"어렵습니다. 저격수인 한조가 어찌 전방으로 돌격할 수 있겠습니까?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장 사부는 "나는 원래 제이란 것은 모른다"라며 손을 저었으나 간청에 못이겨 말을 이었다. "갈래 화살이란 것은 가장 뛰어난 한조의 무구 중 하나이니, 너는 리퍼나 트레이서 뿐만 아니라 로드호그나 라인하르트와 같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아 전방의 아군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느냐?"

나는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한 뒤 "어렵습니다. 갈래 화살을 모두 맞추기가 쉬운 일이 아닐진대, 어찌 로드호그와 같은 자 앞에서 머리를 내민단 말입니까?"라고 답하였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내가 깨달은 한조의 극의를 일부 알려줄 터이니, 네가 이 가장 쉬운 길을 능히 걸을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한조란 영웅은 범인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단순한 저격수가 아니라 돌격형 공격수이니라. 음파 화살은 용의 일격을 쓰거나 후미진 곳으로 접근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한 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는 곧 안전하다는 것을 뜻하니 숨는 것이 아니라 전방으로 나아가야 하는 법이다. 갈래 화살은 전방의 돌격수를 제거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각 지대를 정찰하고 싶은데 음파 화살을 쓸 수 없는 상황일 때, 또한 도망치는 패잔병을 마무리할 때 더할 나위 없이 적격인 기술이다.

한조 오의 용의 일격은 음파 화살로 위치를 확인한 뒤 벽 뒤에서 사용하거나 도주로가 없는 위치에 발사하여야 하며, 여럿을 맞추겠다는 욕심을 버린 채 적의 진입을 막거나 때로는 단 한 명을 처치하기 위해서도 사용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조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니, 자신의 기교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면 고수 인공지능들을 상대로 끈기 있게 훈련을 하고 또 해야만 하는 법이니라."


"모두가 경쟁전에서 점수를 올리고 싶어할텐데 누가 재미없는 인공지능 훈련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이에 장 사부는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재미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제대로 다룰 줄도 모르는 것을 가지고 경쟁전에 뛰어들어 다른 이에게 폐를 끼치며 찾는다는 것이 네가 말하는 재미란 것이냐?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모두가 아군을 위해 최선의 영웅을 선택하고 승리를 위해 약간의 희생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경쟁전에서 네 한 몸 재미있자고 모든 것을 망치는 행동을 보고 대체 어디에서 재미를 찾아야 하느냐? 혹자는 부족한 실력을 아끼기 위해 빠른 대전까지 포기하고 밤낮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으며, 장차 황금 무구를 위해 활을 당기고 목숨을 아끼지 말아야 할 판국에 그깟 훈련 하나 임하지 못하면서 딴에 재미를 찾는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단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재미를 논하느냐? 너같은 놈은 평생 경쟁전에서 같은 편으로 '겐트위맥젠'만 만나야 할 것이다"하며 P를 눌러 신고를 하려 했다.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일어나 도망을 쳐야 했다. 이튿날 다시 시마다 가문을 찾아가 보았으나 시마다 가문은 텅 비어있었고, 장 사부와 사제들은 간 곳이 없었다.




※ 본 기사에는 UW 아티즌 팀의 '아카로스'(파키) 장지수 선수가 한조에 대한 의견을 주었으며, 소설적 허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