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스플릿 상대 전적 3승 2패. 평균 킬 포인트 15.2와 평균 데스 9.6 그리고 평균 어시스트 36. 세트당 평균 KDA 5.3. 아프리카 프릭스가 정규 시즌에 MVP를 만나 거둔 기록이다. 세트 전적에서는 비슷하지만, 다른 데이터에서 아프리카 프릭스가 MVP를 웃돈다. 단적으로 비교했을 때, MVP가 아프리카 프릭스 전에서 평균 KDA 2를 기록 중이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어떤 이유로 스프링 스플릿에서 MVP에게 좋은 모습을 보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번 우위를 점하는 탑 라이너와 정글러, 든든한 미드 라이너를 중심으로 라인전부터 스노우볼 굴릴 준비를 마치기 때문이다.


■ 더욱 물오른 '마린'과 '스피릿' 그리고 비밀 병기 '모글리'


아프리카 프릭스는 스플릿 초반부터 '상체가 우월한' 팀으로 불렸다. 2015년 세계를 평정했던 탑 라이너인 '마린' 장경환과 삼성 블루의 캐리력을 담당했던 '스피릿' 이다윤, 구 락스 타이거즈의 대들보 '쿠로' 이서행이 포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스플릿 내내 세 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면서 활약하는 장면을 다수 연출했다.

먼저 '애드' 강건모를 상대했을 때 '마린' 장경환의 경기력을 되짚어보자. '마린'은 '애드'가 사이온과 카밀 등 변수 가득한 챔피언을 잡지 않았을 때 무조건 승리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마오카이와 럼블 외에도 최근에는 노틸러스로 상대를 압도하면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가장 최근 열렸던 양 팀의 경기, 순위결정전에서도 '마린'이 '애드'를 상대로 자신의 위엄을 과시했다. '마린'은 노틸러스를 선택해 '애드'의 레넥톤을 상대했다. 챔피언 상성 상 노틸러스가 라인전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마린'의 노틸러스는 타이밍을 제대로 노려 '애드'의 레넥톤을 거의 솔로킬할 뻔했다.

▲ 이게 일반적으로 가능한 구도...?

아프리카 프릭스의 정글러 두 명 중에 '스피릿' 이다윤의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정규 시즌 동안 '스피릿'은 MVP와 세 번의 대결을 벌였는데, 1승 2패로 살짝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다. '비욘드' 김규석의 깜짝 카드였던 쉬바나를 상대로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승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만큼 '비욘드'가 스플릿 동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최근 기세를 완벽하게 회복한 '스피릿'은 순위결정전에서 '비욘드'를 압도했다. 자신의 주력 카드인 리 신을 꺼내서 종횡무진 활약, 팀의 초중반 분위기를 매끄럽게 해줬다. 특히, '이안' 안준형의 아리를 상대로 보여준 센스 있는 미드 라인 갱킹은 보는 이를 소름 돋게 만들었다. 이후에도 '스피릿'은 적재적소에 등장해 활약하면서 '비욘드' 렝가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 '매혹'이 빠지길 기다렸다가 들어가는 리 신

이번 스플릿에 데뷔한 '모글리' 이재하는 '비욘드'와의 상대 전적에서 2승 0패를 기록했다. 지난 3월 11일에 두 세트 연속 출전해서 거둔 승리였다. '모글리'는 이날 렉사이와 렝가로 엘리스와 그레이브즈에 승리했는데, 엘리스와 그레이브즈 모두 '비욘드'의 주력 카드라는 점 때문에 그의 승리가 더 빛났다. 최근 '스피릿'의 기량이 출중하기에 와일드카드전에서 출격할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모글리'가 정규 시즌 동안 '비욘드'에 거뒀던 두 번의 승리 기록이 있으니, '스피릿'이 흔들리면 언제든 출격할 준비를 끝냈을 것이다.


■ 잘하는 걸 하면 이긴다! '쿠로' 이서행


'쿠로' 이서행은 구 락스 타이거즈 시절부터 특유의 폭넓은 움직임으로 팀적인 플레이에 특화된 미드 라이너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의 스타일은 아프리카 프릭스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스플릿에서도 팀에게 자신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한걸음에 달려와 이득을 취하게 하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그리고 MVP를 상대했을 때, 이러한 '쿠로'의 장점은 더욱 주목받았다.

MVP와의 대결에서 '쿠로'는 자신의 주력 카드로 모두 승리했다. 자신의 새로운 친구였던 오리아나, 깜짝 카드였던 카타리나로는 패배를 경험했다. 반면, 자신 있어 하는 카시오페아를 비롯해 자신의 스타일과 딱 맞는 탈리야, 탈론을 꺼내 '이안'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그리고 최근 순위결정전에서 '쿠로'는 신드라로 '이안'의 대표 챔피언인 아리를 시종일관 압박했다. '스피릿'의 리 신과 힘을 합쳤던 미드 갱킹에서도 '쿠로'가 먼저 상대를 기절시켰던 것이 컸다. 그리고 '쿠로'는 경기 내내 '이안'을 압도하면서 자신의 존재감과 캐리력을 있는 힘껏 뽐냈다.

▲ 신드라의 일방적인 아리 구타

이번 와일드카드전에서도 '쿠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챔피언으로 '이안'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라인전이 강력한 카시오페아나 신드라도 좋고, 스타일 특화에 좋은 탈리야나 탈론도 가능하다. 아니면 정말 색다른 챔피언도 등장할 수 있다. '쿠로'가 정말 잘 다뤘던 르블랑이 독특한 아이템 트리로 주목받고 있기에, 어쩌면 '쿠로'의 르블랑을 오랜만에 보게 될지도. 그래도 '쿠로'는 '이안'을 상대했을
때 당시 잘했던 챔피언으로만 승리했다는 걸 기억하자.


■ '부실한 하체?' 이젠 아니다! '크레이머-투신' 봇 듀오


아프리카 프릭스의 단점으로 지목됐던 '크레이머' 하종훈과 '투신' 박종익의 봇 듀오가 최근 심상치 않다. 부족했던 면을 빠른 속도로 개선했고, 강점은 극대화했다. 이제 그들은 웬만한 봇 듀오를 상대로 라인전에서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며, 한 번 주도권을 잡았을 땐 신나게 밀어붙이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MVP를 상대로 '크레이머-투신' 봇 듀오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크레이머'는 팀이 패배했던 경기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월 22일에 한 세트 패배했을 때 '크레이머' 바루스의 KDA는 4.5였고, 같은 날 3세트에는 이즈리얼로 KDA 4를 기록했다. 그만큼 '크레이머'는 '마하'를 상대로 항상 괜찮은 경기를 펼쳤다는 뜻이다.

'투신'은 스플릿 초반에 지나친 공격성으로 비판받았다. 라인전 단계에서 의외의 타이밍에 딜교환을 하려고 파고들다가 허무하게 죽는 등 단점이 명확했다. 하지만 최근 '투신'은 지적받았던 공격성을 확 줄이고 최대한 안정적으로 팀적인 플레이를 하는 서포터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의 변신은 아프리카 프릭스에 엄청난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안정적인 원거리 딜러 '크레이머'와 호흡이 잘 맞게 되면서, 불안했던 라인전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강점이었던 피지컬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순위결정전에서 '투신'은 상대의 봇 1차 타워 다이브를 혼자만의 힘으로 받아쳤다. '이안' 아리의 '매혹'을 맞으면서 '크레이머'의 바루스를 지켜주지 못했지만, 센스 있는 '만트라 + W스킬' 연계로 룰루에 이어 애쉬까지 쓰러뜨렸다. MVP의 노림수는 '투신' 카르마의 엄청난 플레이에 실패했고, 아프리카 프릭스는 스노우볼을 멈추지 않고 굴릴 수 있었다.

▲ 센스 플레이로 얻어낸 더블킬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프리카 프릭스는 MVP를 라인전 단계부터 압박했다는 말이 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아프리카 프릭스가 승리를 거뒀다. 이미 라인전부터 시작된 아프리카 프릭스의 우위는 큰 흔들림 없이 이어졌고, MVP는 이를 쉽게 뿌리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력했던 아프리카 프릭스의 라인전 능력이 최근 더욱 향상됐다는 평가다. 그만큼 MVP에게는 쉽지 않은 상대다. 심지어 최근 있었던 양 팀의 마지막 대결인 순위결정전에서도 아프리카 프릭스가 MVP를 완파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현재 누가 봐도 MVP를 상대로 '상위 포식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