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하스스톤의 세 번째 확장팩 '코볼트와 지하 미궁'이 출시됐다. 이번 확장팩이 출시되기 전, 특정 직업들이 지속적인 강세와 약세를 이어갈 거라는 걱정의 시선도 있었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등급전에서 다양한 덱과 직업이 떠오르고 있다. '황건적'의 재림을 알리는 빠른 어그로 성기사 덱부터 뒷심이 압도적으로 강한 흑마법사 덱까지, 판도를 바꿀 다양한 덱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격변이 이루어진 지금의 하스스톤을 프로 하스스톤 선수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마추어 유저가 대부분인 하스스톤에서 '프로'의 타이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서렌더' 김정수와 함께 이번 확장팩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정수는 지난 10월에 펼쳐진 2017 하스스톤 하계 챔피언십에서 우승, 6만 달러의 상금을 획득하며 현재 가장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김정수는 하스스톤 경기가 끝나고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언제나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던 선수다. 그러한 그에게 이번 확장팩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함께 2018년에 새롭게 바뀌게 될 하스스톤 e스포츠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 봤다.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Planet Odd 소속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서렌더' 김정수입니다.


Q. 지난 10월에 펼쳐진 하스스톤 하계 챔피언십에서 'Orange' 선수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이하 하마코) 시즌2 우승 이후로 오랜만에 거둔 메이저 개인전 우승인데, 당시 우승 소감이 궁금하네요.

사실 챔피언십 준비 기간부터 목표는 4강 이상을 거둬서 월드 챔피언십에 나가는 것이었기에 우승에 대한 욕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8강 경기에서 승리하고 월드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짓자 이렇게만 하면 우승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승을 거머쥐고 나서는 그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목과 축하를 받아서 기뻤습니다.



Q. 우승의 원동력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특별한 전략이 있었나요?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저만 준비한 전략이 있었어요. 도적을 밴하고 멀록 성기사를 준비한 것이 잘 통한 것 같아요. 그리고, 우승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동력을 꼽자면, 간절함이었던 같아요. 제가 선수 중에서 대회에 대한 간절함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연습실에 자주 오지 않았지만,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실에서 연습하면서 보냈어요.


Q. '서렌더' 선수는 '하스스톤의 실력 요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선수 중 한 명이다'는 팬들의 평가가 있습니다. 그러한 평가를 들으면 어떠세요?

그렇게 말씀해주실 때마다 저는 가장 기분이 좋아요. 저도 개인적으로 저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최근에 신규 확장팩 '코볼트와 지하 미궁'이 출시됐습니다. 신규 확장팩은 마음에 드세요?

저는 항상 모든 확장팩이 나온 직후가 가장 좋고 행복해요. 요즘은 방송에서 하루하루 새 카드들과 덱들을 시험해 보고 있어요


Q. 아직 메타가 정립된 것은 아니지만, 등급전에 모든 직업이 등장할 정도로 모든 직업이 할만해 보이는데, '서렌더'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 당장은 모든 직업이 할만해 보이지만, 메타가 정립되면 이번 확장팩에서 혜택를 받은 직업과 받지 못한 직업의 티어가 확실하게 갈리기 시작할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현재 1티어라고 생각하는 덱이 있나요?

이전 확장팩부터 1티어를 차지한 하이랜더 사제가 새로운 7코스트 주문 카드 '영혼의 절규'로 인해 더욱 강력해진 느낌입니다. 그 외에는 '징그러운 지하 벌레' 카드를 사용하는 어그로 덱들이 전체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이번 확장팩 최고의 OP 카드로 떠 오른 '징그러운 지하 벌레'


Q. 1티어까지는 아니지만, 연구 가치가 충분히 있는 덱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확장팩이 나오고 다른 스트리머들의 방송도 틈틈이 챙겨보고 있는데, 육식 보물상자를 넣은 흑마법사 덱이 재미를 넘어서 승률까지도 잡을 수 있는 덱 같아 보였어요. 충분히 연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Q. 직업별 전설 무기가 나오는 등, 블리자드가 확장팩 출시마다 매번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선수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요?

지난 확장팩에서는 직업별로 죽음의 기사 카드가 나왔고 이번에는 직업 전설 무기가 나왔는데, 새로운 변화를 주는 카드들이 나오는 것은 좋아요. 그런데, 계속해서 직업별로 특징을 가진 카드를 밀어주고 있는데, 확장팩이 너무 직업 특징 카드 위주로만 발매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Q. 확장팩 출시 이전에 미리 공개된 카드를 보고 대부분의 유저들이 '암울했던 사냥꾼이 더 암울해질 것'이라며 걱정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냥꾼이 등급전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냥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좀 더 봐야 알겠지만, 제 생각에는 사냥꾼이 충분히 괜찮은 카드들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엄청나게 좋은 카드들을 받은 것은 아니라서 1티어까지는 무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연구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사냥꾼의 새로운 패러다임 카드가 될 수 있을까?


Q. 과거에 했던 인터뷰에서 '초보자와 선수의 실력을 구분할 수 있도록 하는 카드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에 부합하는 카드가 많이 나왔다고 보세요?

아무래도 저는 좀 더 어렵고 복잡한 메커니즘을 가진 카드들을 바랐던 것 같아요. 이번 확장팩에서 그 조건에 부합하는 카드들이 많이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Q. 최근 블리자드의 발표에 따르면 하스스톤 e스포츠에 변화가 생길 예정입니다. 하스스톤 프로 선수로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그 소식을 듣고 그러한 변화가 저에게 직접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생각했습니다. 올해 저희 Planet odd 팀이 세계에서 포인트를 가장 많이 모은 팀 중 하나라서 팀 보너스 포인트를 받을 예정이에요. 또, APAC 지역에서 라스트콜 포인트 2위를 차지해서 상금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의 기본 상금도 올랐기 때문에 많은 혜택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변화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Q. '하마코'가 없어지면서 국내 하스스톤 e스포츠가 다소 침체된 것 같다는 반응이 있습니다. 하스스톤 e스포츠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내년 연간 계획을 살펴보니, 이미 프로 팀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이나 프로처럼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은 플레이오프와 투어 스탑을 통해서 의욕적으로 도전해볼 만한 무대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저는 새로운 선수들이 하스스톤 e스포츠에 계속해서 유입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서는 국내 대회가 주기적으로 열리는 것이 중요한데, 인벤 HTC가 지금 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Q. 북미 프로게임단 CLG에서 Planet odd 팀으로 소속을 옮겼습니다. 입단 계기는 무엇인가요?

CLG 하스스톤 팀이 올해 초에 해체된 이후에 같은 팀이었던 'Xixo' 선수에게만 여러 팀에서 입단 제의가 왔어요. 그런데, 'Xixo' 선수는 저랑 'Hoej' 선수 둘과 같이 입단할 수 있는 팀을 찾고 싶어 했어요. 결국, 찾게 된 팀이 Planet odd라는 팀이었고, 올해 5월부터 Planet odd 소속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저랑 'Hoej' 선수 모두 이번에 성적을 잘 냈기 때문에 내년까지 재계약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팬들에게 앞으로의 목표와 각오를 전해주세요.

내년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성적을 거둬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2018년은 다시 한번 저의 해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