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의 정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팬들의 관심은 포스트 시즌 뿐만 아니라 승격강등전에도 슬슬 가고 있다. 봄의 왕좌에 앉을 팀이 누구인지에 대한 것만큼이나 '생존'이 걸렸다고 할 수 있는 승격이냐 강등이냐 싸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2018 LoL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을 주름잡고 있는 건 그리핀과 담원 게이밍, 이 두 팀이다. 특히, 그리핀의 기세가 엄청나다. 2위인 담원 게이밍도 8승 3패로 막강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그리핀은 무려 11승 0패 세트 득실 21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세트 패배 말고는 다 이겼다는 뜻이다.

챌린저스 코리아에서의 성적 뿐만 아니라 많은 팀 관계자들의 증언이 현재 그리핀의 강력함을 입증하고 있다. 중계진은 물론, 이들과 스크림을 가졌던 LCK 팀들 역시 그리핀이 대단한 경기력을 갖추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만약 LCK로 승격해도 충분히 승수를 다수 챙길 수 있을 것 같다는 평가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핀의 강력함
정확한 한타 '견적'과 타겟팅


그리핀의 파괴력은 2위인 담원 게이밍과의 대결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미 담원 게이밍을 2:0으로 완파했던 기억이 있는 그리핀은 다시 만난 상황에서도 또 다시 낙승을 차지했다.

양 팀의 1세트 초반에는 담원 게이밍이 모든 라인에서 주도권을 잡는데 성공했다. '너구리'의 사이온이 '소드'의 나르를 타워 쪽으로 밀어 넣었고, '쇼메이커'의 라이즈도, '베리타스'의 케이틀린도 상대보다 라인을 먼저 밀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었다. 심지어 '펀치'의 세주아니도 '타잔'의 스카너보다 상황이 괜찮았다.

▲ 스카너와 쓰레쉬의 '입롤'

그리핀이 상황을 반전시키기 시작했던 장면은 9분대에 나왔다. '타잔'의 스카너와 '리헨즈'의 쓰레쉬가 스킬 연계를 통해 상대 세주아니를 저 멀리서부터 자신들 쪽으로 끌어와서 쓰러뜨렸다. 말도 안되는 '입롤'을 실현한 셈이었다. 이 한 방으로 정글 주도권이 그리핀에게 넘어갔다. 정글 주도권을 빼앗긴 담원 게이밍은 슬슬 라인전에서의 압박도 편하게 할 수 없었고, 그리핀의 딜러진이 편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먼저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든 그리핀의 선택은 교전 유도였고, 이를 통해 대량 득점에 성공했다. 스카너와 코르키를 미리 봇 라인 쪽으로 부른 그리핀은 쓰레쉬의 벼락 같은 이니시에이팅과 함께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순식간에 그리핀의 챔피언이 모두 봇 라인에 도착했고, 싸움은 그리핀의 완승으로 끝났다. 순간적인 스킬 활용과 상대를 타겟팅하는 콜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한타였다.

▲ 그리핀의 한타 견적과 놀라운 타겟팅

그 이후에도 그리핀은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되면 여지 없이 쓰레쉬의 이니시에이팅과 함께 싸움을 열어 한타를 지배했다. 양 팀의 1세트는 그렇게 빠르고 간결하게 끝났다.

2세트에도 초반에는 담원 게이밍이 유리했다. 게다가 1세트보다 훨씬 좋았다. 드래곤을 때리다가 상대가 뛰어들자 2킬을 기록했고, 봇 라인 쪽에서 계속 득점했다. 협곡의 어느 곳을 봐도 그리핀이 역전할 만한 상황이 나올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담원 게이밍의 운영이 좋았다.

▲ 한순간에 상황을 바꾸는 그리핀의 한타

하지만 그리핀은 자신들의 최대 강점인 한타 파괴력으로 이를 뒤집었다. '초비'의 카시오페아가 먼저 물린 상황에서도 침착한 대처와 정확한 타겟팅으로 상대를 여럿 쓰러뜨렸다. 그리고 한 번 싸움에 자신감이 붙자 그리핀은 1세트와 마찬가지로 정확한 견적에 따른 막강한 한타를 통해 역전승을 거뒀다.

2위인 담원 게이밍을 또 다시 2:0으로 완파했던 그리핀을 통해 그들의 강점이 무엇인지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이들의 최대 강점은 한타에 있었다. 유리할 때는 한타를 통해 이를 더욱 굳히는데 능했고, 불리할 때 역시 정확한 판단에 근거한 한타 집중력으로 상황을 뒤집을 줄 알았다.

여기서 핵심은 한타를 열기 직전에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이건 이길 각'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만 싸움을 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대부분 적중했다. 그리핀이 '견적'을 내고 시작한 한타에서 패배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그리핀은 한타 상황에서 또 하나의 강점을 보였는데, 그건 바로 '정확한 타겟팅'이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견적을 내고 시작한 싸움이라고 해도 누굴 먼저 노려야 할 것인지 판단하는 건 쉽지 않다. 잘못된 타겟팅 한 번으로 자신들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던 싸움에서 패배할 가능성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핀은 정신 없는 난전 구도 속에서도 마치 한 명이 다섯 개의 챔피언을 조종하고 있는 듯한 타겟팅을 선보였다.


그리핀의 미래
정규 시즌 1위 확정, LCK 승격 가능성은?


그리핀은 일찌감치 챌린저스 코리아 정규 시즌 1위 자리를 확정해 조만간 치러질 승격강등전 진출권을 손에 넣은 상태다. 그때까지 그리핀의 경기력이 이어진다면, LCK 승격 가능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그리핀은 승격강등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여기에 대답하자면, 솔직히 말해서 '모르겠다'라는 답을 내리겠다. 그리고 이런 판단을 내리는 이유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그리핀이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압도적인 모습과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동안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1위 자리를 일찍 굳히거나 승격에 성공했던 팀은 많았다. bbq 올리버스가 ESC 에버였을 시절에 그랬고, 콩두 몬스터와 과거 CJ 엔투스도 그랬다. 이들은 압도적인 성적이나 경기력으로 챌린저스 코리아를 주름 잡았던 팀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승격강등전이나 LCK 무대에서는 어땠는가. 중하위권에 머물거나 아예 승격강등전을 통과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만큼 챌린저스 코리아와 LCK는 완전히 다른 무대다. 경기력의 전반적인 수준은 물론, 선수들의 기량과 팀워크, 게임을 보는 눈 등 모든 부분에서 LCK가 챌린저스 코리아를 상회한다. 애초에 '노는 물' 자체가 다르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또한, 그리핀의 최근 지표를 보면 확실히 스프링 스플릿 초기보다 떨어졌다. 특히, 경기 초반 지표에서 상당히 약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까지 이를 통해 그리핀을 꺾은 팀은 없지만, 다가올 챌린저스 코리아 결승전 혹은 승격강등전에서 그리핀이 패배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초반 지표에서 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건 그만큼 그리핀이 패배를 경험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니까. 이 두 가지 요소 때문에 그리핀이 승격강등전을 통과할 지, 통과한다면 LCK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느 누구도 그들의 행보를 장담할 순 없다. '씨맥' 김대호 감독은 과거 인터뷰에서 2018 LoL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일단 스프링 이후에 열리는 승강전에서 이기고 1부 리그로 올라갈 거예요. 그 뒤에 LCK 섬머를 우승하고 롤드컵 시드를 확보, 2018 롤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했던 그의 포부 중에 첫 단계를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있는 시점이다.

그들의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일단, 중요한 건 그들이 현재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단 한 세트를 제외하고 전승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경기력은 가히 파괴적이며 그들 주변에 그리핀을 이길 만한 팀이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그리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정말로 기대된다. 그리핀이 승격강등전에서 살아남아 LCK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기대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