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에 민감한 LoL e스포츠에서 뉴페이스의 등장은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리핀의 등장은 그래서 더 반갑다. 챌린저스 코리아부터 승강전까지 1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리핀은 LCK 강팀들 사이에서도 벌써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제 막 LCK에 합류했을 뿐이다. 기대를 걸기에는 아직 많이 이른 시점이지만, 그래도 그리핀이 보여주고 있는 '가능성'은 지금까지 봤던 챌린저스 출신 팀들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그리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미드라이너 '래더' 신형섭, 정글러 '타잔' 이승용과 직접 만나 차기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아직 신인 티가 많이 나지만, 게임에 임하는 자세 만큼은 베테랑 선수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지금부터 두 선수와 나눈 솔직한 대화를 전해드린다.

▲ 좌 : '래더' 신형섭, 우 : '타잔' 이승용


Q.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래더' 신형섭 : 그리핀의 미드라이너 '래더' 신형섭입니다. 나이는 23살로 그리핀에서 가장 연장자입니다. 팀에서 주장과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타잔' 이승용 : 그리핀에서 정글러를 맡고 있는 '타잔' 이승용입니다. 나이는 스무 살이고 중국 3부 리그에서 잠시 활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Q. 두 선수 닉네임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타잔'과 '래더'로 닉네임을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타잔' 이승용 : 정글 하면 뭐가 있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가 "정글이라 하면 타잔이지"라며 추천해주더라고요.

'래더' 신형섭 : 당시 닉네임을 빨리 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고민하다가 좋아하는 아카펠라 그룹인 펜타토닉스의 노래 제목 'Rather Be'로 정했어요. 그런데 아이디가 너무 길다고 해서 'Rather'로 줄였어요.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보니 닉네임을 너무 대충 지은 것 같아서 후회했어요. 바꿀까 생각도 했지만, 마땅히 좋은 닉네임이 떠오르지 않고 지금의 닉네임을 좋아해 주는 팬분들도 계셔서 그냥 쓰려고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닉네임이 생기면 바꿀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계속 쓸 것 같아요.


Q. 두 선수가 LoL 프로게이머가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래더' 신형섭 : 사실 중학생 때 꿈이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어요. 그러다가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판이 줄면서 진로를 바꾸고 공부를 하면서 취업 준비를 했어요. LoL은 취미로 친구들과 즐겼는데, 시작하자마자 점수가 쭉쭉 오르더라고요. 우연한 기회로 참가한 KEG 대통령 배 대회서 우승, 클럽 시리즈 대회서 준우승했어요. 그렇게 챌린저스 코리아 팀에 들어가게 됐죠. LoL에 어느 정도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어릴 적 꿈인 프로게이머에 다시 도전하게 됐습니다.

'타잔' 이승용 : 평범하게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게 중국에서 연락이 와서 3부 리그 선수로 활동했어요. 하지만, 중국 3부 리그의 높은 벽을 경험하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실패를 겪고 한국에 오니까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시 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솔로 랭크를 열심히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그리핀에서 연락이 와서 그리핀 선수로 합류했습니다.


Q. 꿈에 그리던 LCK에 입성했습니다. 승격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래더' 신형섭 : 승격이 확정된 직후에는 실감이 잘 안 나기도 했고, 처음부터 올라갈 거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덤덤했어요. 그래도 조금 지나고 생각해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타잔' 이승용 : 저도 비슷해요. 아직 LCK 경기를 시작하지 않아서 실감이 잘 안 나요. 그래도 1부 리그에 올라오게 돼서 기쁩니다.



Q. 사실 그리핀은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췄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팀은 아니었는데요. 2018년에 들어서 실력이 가파르게 향상됐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이었나요?

'타잔' 이승용 : 일단 문제점을 저에게서 찾고 저부터 완벽하게 고친 뒤 팀원들을 피드백하려고 했어요. 문제점이 없도록 데이터를 모으면서 계속 연습했어요. 그렇게 실수가 줄면서 성적이 좋게 나오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모두 열심히 하고 있어서 성적이 잘 나오고 있어요.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에요. 감독님의 열정도 대단하시고요.

'래더' 신형섭 : 예전부터 선수들의 개인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호흡이 안 맞거나 다들 솔로 랭크 하듯 대회에서 게임을 해서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코칭 스태프나 멤버의 변화도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팀의 전체적인 시스템이 좋아졌어요. 선수 개인 실력도 올랐고요. 그래서 팀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Q. 벌써부터 많은 LoL 팬들이 그리핀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대가 커지면 부담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래더' 신형섭 : 약간 부담되는 것도 있지만, 부담보다는 LCK 무대가 처음이라서 기대감이 더 커요. 우리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하고요. 스크림을 해봤는데, 못 이길 팀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무대 경험에서 우리 팀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타잔' 이승용 : 저는 부담감은 딱히 없어요. 재밌을 것 같고 기대돼요.


Q. '래더' 선수가 스크림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스크림 성적과 대회 성적이 이어지는 편인가요?

'래더' 신형섭 : 스크림에서 경기력이 불안하면 대회에서도 불안했고, 반대로 스크림에서 결과가 좋으면 대회에서 풀 컨디션이 아니라도 기본기대로 게임이 잘 풀렸어요. 보통은 이어지는 편이에요. 그런데 우리 팀은 스크림에서 비교적 고삐를 풀어 놓고 게임을 하는 편이에요. 감독님의 뜻도 그렇고요. 스크림에서 얻는 것이 있다면 져도 상관없다는 마인드에요. 그래서 무모한 플레이도 가끔 해요. 스크림에서 지더라도 기가 죽지는 않아요.



Q. LCK 감독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타잔' 선수를 차세대 정글 유망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타잔' 이승용 :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LCK 경기를 치러 봐야 알 것 같아요. 아직 챌린저스 코리아에서밖에 보여준 것이 없어서요.

'래더' 신형섭 : 옆에서 칭찬하기 조금 민망하지만(웃음), 저는 저희 팀의 탑, 정글, 바텀이 다른 팀 선수들과 비교해서 못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최고라고 생각해요.


Q. ('타잔'에게) '타잔' 선수는 지난 경기에서 참신한 정글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지향하는 정글 플레이가 따로 있나요?

'타잔' 이승용 : 딱히 선호하는 플레이는 없고 맞춰 가는 것을 좋아해요. 보통 챔피언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챔피언 성향에 맞게 플레이하는 편입니다. 공격적으로 해야 할 때는 공격적으로 하고 수비적으로 해야 할 때는 수비적으로 해요.


Q. ('래더'에게) '래더' 선수는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나요? 혹시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래더' 신형섭 : 롤모델을 미드라이너니까 당연히 '페이커' 선수죠. 멘탈적으로나 실력적으로나 흠잡을 것이 없고 오랫동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최근에는 '비디디' 선수가 가장 잘 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서 그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어요. '비디디' 선수는 우리 팀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미드라이너예요. 공격성을 잘 띠면서도 생존력이 뛰어나잖아요. 허리 역할을 정말 잘 하는 것 같아요.


Q. LoL에서 미드라이너와 정글러의 시너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두 선수는 시너지가 잘 나오는 편인가요?

'래더' 신형섭 : 작년까지는 제가 우리 정글을 알게 모르게 힘들게 한 부분이 있었어요. 지금은 작년보다는 나아진 것 같아요. 앞으로 더 잘 해져서 정글을 더 편하게 해줘야죠.

'타잔' 이승용 : 예전에는 혼자서 상대 정글러를 죽이겠다는 마인드로 했는데, 지금은 (신)형섭이 형과 같이 플레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은 서로서로 기다려주며 플레이해요. 성장할 시간을 기다려주거나 합류할 시간을 기다려주는 거죠. 그런데, 최근에는 바텀 위주로 게임이 흘러서 서로의 시너지를 점검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Q. 말씀대로 최근 메타가 바텀 위주의 운영으로 바뀌고 있는데, 지금 메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미드의 캐리력이 예전보다는 확실히 줄어든 것 같은데요?

'래더' 신형섭 :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웃음). 정글러들이 미드라이너를 너무 쉽게 제압해버리는데, 말이 안 되는 메타라고 생각해요. 원딜 캐리 메타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데, 정글이 미드보다 더 강한 것 같아서 기분이 안 좋네요.

지금 메타에서는 정통 AP 챔피언들이 많이 죽은 것 같긴 해요. 게다가 도란링, 마나 순환 팔찌, 침착도 전부 바뀌었잖아요. 그래서 마나 관리도 힘들어졌어요. 전체적으로 미드가 타격을 많이 입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미드로서 상대 정글러를 미드에 불러서 다른 팀원들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위험한 플레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피지컬이 중요하죠. 그런 쪽으로 피드백도 많이 하고 있어요.

'타잔' 이승용 : 저는 큰 불만은 없고, 팀원들이 잘 버텨주면 제가 이득을 챙겨올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미드는 메타상 어쩔 수 없이 버텨야 하는 것 같아요.



Q. 그리핀은 한타를 잘 하기로 벌써 유명한데, 실제로 한타 때 콜 플레이는 어떻게 하세요? 김대호 감독님은 콜 없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을 지향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래더' 신형섭 : 감독님이 말씀하신 플레이를 지향하긴 하는데, 그래도 콜이 필요하긴 하죠(웃음). 한 명이 오더를 하면 이미 나머지 네 명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플레이를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에요.

'타잔' 이승용 : 그건 각자의 피지컬이 합쳐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원 모두 잘 해서 생각대로 잘 되고 있어요.


Q. 이제 1부 리그인 LCK에서 경기를 펼칠 예정인데, 어떻게 예상하세요?

'타잔' 이승용 : LCK는 더 살 떨리는 전쟁터인 것 같아요. 한 번만 실수해도 그 실수로 인해 게임을 질 수 있잖아요. 매 순간 집중해서 경기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연습 때도 마찬가지고요.

'래더' 신형섭 : 실수를 하면 많이 물어뜯길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되긴 해요(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죠. 2부 리그에서도 열심히 했지만, 저희 팀의 목표가 1부 리그에 오는 것이 아닌 더 높은 곳에 있으니까요.


Q. 기존 챌린저스 출신 팀들이 보여준 한계를 그리핀이 깰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LoL 팬들이 많습니다. 그리핀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래더' 신형섭 : 저희 팀이 할 것만 잘 한다면 그런 증명은 알아서 될 것 같아요. 저희는 챌린저스 출신 팀들의 한계에 대해서 특별히 의식하고 있지 않아요.

'타잔' 이승용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Q. 두 선수의 개인적인 목표도 궁금하네요.

'래더' 신형섭 : 저는 지금의 코칭 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을 너무 잘 만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멤버 그대로 꼭 한 번 우승을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가장 잘 하는 미드가 돼야겠죠. 미드가 약하면 강팀이 될 수 없으니까요.

'타잔' 이승용 : 저는 완벽한 정글러가 되고 싶어요. 두뇌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고 피지컬에서도 밀리고 싶지 않아요.


Q. 끝으로 팬들에게 차기 시즌에 임하는 포부와 각오를 들려주세요.

'타잔' 이승용 : 이번이 첫 LCK라서 처음에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래더' 신형섭 : 팬분들께서 저희 팀의 경기가 보기에 재밌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요. LCK에서도 재밌게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