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훌쩍 넘은 던전앤파이터는 수많은 결투장 고수를 배출했다. 장재원, 김창원, 이제명 등 현재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는 이들 사이에서 한 초등학생이 던전앤파이터를 시작하게 됐다. 당시 김창원의 플레이를 보면서 던전앤파이터에 입문한 김태환은 중학교를 거쳐 18세가 됐을 무렵, 액션 토너먼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창원-장재원과 같은 거물급 플레이어들과 한팀을 이뤘음에도 우승은 멀어 보였다. 개인전도 최고 성적은 4강, 어느덧 입대를 고민하게 된 성인이 됐다. 하지만 김태환은 포기보다 한 번 더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그 결과, 2018년에 열린 모든 대회를 석권했다. 해외 대회를 포함한 총상금은 1억 5천만 원 규모. 개인이 벌어들일 수 있는 상금 규모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런 김태환을 두고, '올타임 No.1'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16강 참가 인원 중 대부분이 우승을 경험한 DPL(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 특성상 최강이라는 타이틀은 쉽게 얻을 수 있는 칭호가 아니다. 그럼에도 김태환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미 2019년마저 자신의 해로 만들 준비를 끝마쳤다.



Q. 2018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던전앤파이터 리그 역사상 최초의 일이기도 한데, 실감이 되나.

현재 대회에 참가하는 상위권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늦게 시작한 편이다. 그래도 5~6년의 경력을 쌓은 중견 선수가 됐다. 현재 결투장 콘텐츠가 '고인물'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비난이 아쉽긴 해도 진짜 중의 진짜가 된 느낌이라 기쁘다. 그리고 우승을 하면 그만한 대가를 얻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이다.


Q. 그동안 던전앤파이터 리그에 이렇게 독주하는 선수가 없었다.

아마 1:1로만 대회가 진행됐으면 이렇게 독주하기 힘들었을 거다. 총력전 룰이 나에게 유리한 이유는 대부분의 선수가 세 개의 직업군 중 두 개 내지 하나 정도만 주력 카드로 사용한다. 반면, 나는 세 직업 모두 능숙하게 다루기 때문에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원래 2018년에 들어서기 전에는 3:3 대장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총력전으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다. 내 실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니까. 하지만 게임을 즐기는 선수 입장에서 플레이의 재미는 3:3 대장전이 훨씬 크다. 관객들도 대장전을 더 재미있게 볼 것 같고.


Q. 중국에서 열린 대회도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 선수들의 실력은 어떤지 궁금하다.

최상위권 선수들을 보면 여전히 한국 선수들이 더 잘한다. 그런데 중위권부터 하위권까지는 중국 선수들이 훨씬 잘한다. (정)종민이 형도 중국 대회에 참가하면 상당히 고전할 정도로 좋은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


Q. 던전앤파이터에서 꽤 잘생긴 선수로 유명하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편인데, 실감하나.

중국어를 못하다 보니 해외 팬들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사실 예전에는 내가 꽤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몸무게가 많이 늘면서 감히 잘생겼다는 생각을 못하겠다(웃음). 턱선도 사라지니까 자신감이 떨어지더라.



Q. 많은 게임 중 던전앤파이터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격투 게임 자체가 보는 맛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던전앤파이터 리그를 중계하고 있었다. 그때 매료돼 지금까지도 즐기고 있다. 대한민국 남자들 중 던전앤파이터를 안 해본 사람은 드물지 않나. 나 또한 그런 평범한 유저 중 하나였다.


Q. 리그에 참가한 시기는 18세부터다. 언제 챔피언이 될 거라고 직감했나.

2016년 말부터 기량이 올랐다. 하지만 최강과는 거리가 멀었다. 2018년이 돼서야 내가 가장 잘한다고 느꼈다. 현재 던전앤파이터에서 가장 강한 네 명을 꼽으라면 나와 이제명, 진현성, 장재원 선수다. 그런데 이들을 전부 결승전에서 꺾으면서 이제서야 내가 최강이라고 자부한다.


Q. 굉장히 많이 노력하는 선수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력과 달리, 던전앤파이터의 인식이 좋지 않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나는 그저 던전앤파이터가 좋아서 열심히 연습했을 뿐이다. 그리고 우승을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들은 욕뿐이다. 간혹 게임 이야기를 하더라도 캐릭터가 좋았다고 폄하하는 말들이 많아 댓글들을 보지 않는다. 우승했음에도 축하받지 못한다는 게 정말 슬픈 일이다.


Q. 최근 카트라이더가 역주행하면서 '갓겜'으로 떠오르고 있다. 던전앤파이터도 가능성이 있지 않나.

카트라이더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던전앤파이터가 흥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선결 과제가 있다. 현재 던전앤파이터는 사냥 콘텐츠가 90% 이상 차지한다. 2018 던전앤파이터 페스티벌에서도 결투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사소한 부분이라도 좋으니 꾸준한 패치가 이뤄지면 더 많은 인원이 유입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계속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여러 선수들이 우승에 도전할 수 있길 바란다. 물론, 나는 다시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생각이다.


Q. 밸런스 패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요새는 대부분의 직업이 강해서 밸런스 자체는 큰 문제가 없다. 만약 특정 직업군이 좋아지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폭이 넓어서 성적이 떨어질 일이 없다.


Q. 100% 동의하지 못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다. 챔피언으로서 결투장 추천 직업 좀 알려달라.

버서커가 쉽고 강하기 때문에 초보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 외에 스트라이커도 괜찮다. 또 최근에는 검제가 좋아져서 플레이하기 좋다. 개인적으로 소울브링어는 정말 추천하고 싶지 않다. 재미가 없다(웃음).


Q. 가장 만나기 싫은 직업군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소환사를 가장 싫어한다. 내가 다루는 직업군이 소환사를 카운터 칠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종종 내가 일방적으로 때리는 데 패할 때가 있다. 소환사를 상대할 때는 아이템이 좋아야 한다(웃음). 캐릭터 자체가 결투장 특성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존재가 까다롭다.



Q. 현재 상태로 보면 내년에도 적수가 없다. 본인도 동의하는지.

총력전이 유지된다면 누구와 붙어도 승리할 수 있다. 세 개 직업군을 수준급으로 다룰 수 있는 게 나뿐이라 다른 선수들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당분간은 내가 계속 우승할 것 같다. 가장 위협적인 선수를 꼽으라면 (장)재원이 형이다.


Q. 지난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진현성이 이변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하는 팬도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압도적이었다. 예상한 스코어인가.

진현성 선수의 주력 직업인 엘레멘탈 마스터를 잡은 순간 무조건 승리라고 생각했다. 만약 선봉 싸움에서 내가 패했더라도 엔트리 수정을 통해 금방 대처했을 가능성이 크다. 직업 상성 상 내가 불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Q. 언제까지 최강의 자리를 유지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원래 21세에 입대하려 했는데, 계속 4강에서 탈락하니 무척 아쉽더라. 한 번만 다시 도전해보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연습했다. 우승하고 나서 성적이 떨어지면 바로 입대를 준비하려 했지만, 계속 성적이 유지되니까 결정이 쉽지 않더라.


Q. 결투장 아이템도 변경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회가 아닌, 일반적인 결투장에서는 사냥 아이템을 사용한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모든 유저가 95제 에픽 아이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력도 중요하지만, 아이템 유무에 따라 한 번의 공격으로 허무하게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 빨리 끝나기도 하고. 반면, 대회는 85제 아이템으로 통일돼 있어서 더 공평한 편이다.


Q. 만약 팀전이 부활해도 우승할 자신이 있나.

팀전을 해도 나는 이미 함께하기로 한 선수들이 있어서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팀전이 도입되면 좋은 게 선봉 올킬이나 역올킬을 볼 수 있어서 팀원이나 관객 입장에서는 보는 재미가 더 크다.


Q. 약속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팀을 구성한다면 누구와 하고 싶은지.

약속과 별개로 내가 원하는 팀원을 꼽으라면 진현성 선수다. 나 빼고는 진현성 선수를 꺾을 선수가 없다. 우리 둘이 한 팀을 이룬다면 거의 우승할 확률이 높다. 남은 자리가 애매한데, (김)창수 형은 조금 힘들다. 너무 새가슴이라 과감한 성향의 선수가 들어온다면 최강의 팀이 되지 않을까 싶다.


Q. PvE(레이드) 모드에는 도전할 마음이 없나. 정재운의 경우 두 개 대회에 참가 중인데.

일단 내 주력 직업들이 PvE에서 별로 좋지 않다. 정재운 선수는 결투장과 레이드 모드 모두 도전하는데, 결투장에서 탈락한 뒤 3일 동안 팀원들과 연락이 두절됐다고 들었다. 본인은 처음부터 결투장을 포기했다고 했는데, 앞뒤가 조금 맞지 않는다(웃음). 이번 레이드 모드에서 우승한 팀의 한 명과 대화를 나눴는데, 하루에 10시간 이상 연습했다고 들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에는 버거울 것 같다.



Q. 평소 즐기는 게임은 무엇인가. 만약 잘하는 게임이 있다면 외도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나.

리그 오브 레전드(LoL), 스타크래프트, 철권 등을 즐겨한다. LoL은 현재 다이아 티어다. 스타크래프트는 A고, 철권은 빨강단이다. 그렇다고 다른 게임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던전앤파이터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금방 질리더라.


Q. 획득하는 상금의 규모가 커지니까 가족들에게 선물도 많이 할 것 같은데.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싶어도 절대 받지 않으신다. 돈 관리도 내가 직접 한다. 학생 시절부터 조금씩 번 상금으로 급식비나 학비 등에 사용했다. 누나도 나에게 선물을 해줬으면 했지 딱히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동생도 바라는 게 없어 보인다(웃음). 다만, 몰랐던 사실은 부모님이 동생의 학비를 내 상금에서 사용했다는 것 정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 아깝지는 않다.


Q. 매우 솔직하게 던전앤파이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조금씩이라도 패치가 이뤄졌는데, 요새는 대회가 진행되는데도 변경이 없다. 사람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는데, 넥슨에서 더 많이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 바라는 부분이 대단하지 않다. 상금 규모도 매우 만족하고, 결투장을 즐기는 유저들이 떠나지 않도록 최소한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불만이라는 건 어떻게 바뀌어도 생긴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불만이 쌓이는 것보다 무언가가 바뀌면서 쌓이는 불만이 더 건강하다. 현재 결투장은 사냥 아이템을 갖춰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부디 넥슨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결투장을 돌봐주길 바란다.


Q. 본인에게 던전앤파이터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게임을 즐기더라도 결국에는 던전앤파이터로 돌아오게 되더라. 지금까지 한 번도 접은 적이 없을 정도로 내가 가장 재미있게 즐긴 게임이다. 게임을 10년 동안 했으니 내 게임 인생의 전부다.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나서도 결투장이 계속 남아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