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게임과 운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소위 '운빨'이라고 하는 것이 게임 내에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로인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일반 게임뿐만 아니라 e스포츠 대회가 열리는 게임에서도 '운'은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AOS 장르인 LoL에도 도벽 특성, 킨드레드의 표식 위치, 드래곤, RTS 스타크래프트 시리즈는 스타팅 포인트와 정찰 방향, 카드게임인 TCG의 경우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그리고 오늘 인터뷰에서 이야기할 카트라이더 아이템전도 그렇다. 사실 카트라이더 아이템전은 운이 5할 이상 차지한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은 달랐다. 아이템전 선수들이 실력게임이라고 외치는 게 아니라 스피드전 전문 선수들이 아이템전이 오히려 더 격차가 심하고 따라잡기 힘들다는 재밌는 말을 전했다.

등수에 따라 나오는 아이템들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 랜덤인데 이게 운적인 요소가 많지 않고 실력 게임이라니. 아이템전 최강으로 항상 거론되는 두 라이벌, 이제는 한 팀으로 든든한 동료가 된 강석인과 이은택을 만나 이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Q. 스피드전 최강자들과 아이템전 최강자들이 한 팀을 결성했다. 역대급 팀 구성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런 팀이 탄생했나?

이은택 : 이번 시즌에 룰에 변화가 생겼다. 일단, 5인 체재가 가능해졌다. 제닉스 팀에서는 나와 유영혁, 그리고 강석인, 문호준, 최영훈이 묶어서 팀원을 모집하고 있었다. 우리가 대회에서는 라이벌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다 친하다. 어느 날 같이 밥을 먹다가 이렇게 다섯이서 팀을 짜볼까 했는데 재밌을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강)석인이랑 함께 해보고 싶기도 했다.

강석인 : 팀 결성이 확정된 후 굉장히 설렜다. 아이템전에서 항상 (이)은택이가 제일 까다로운 상대였는데, 이제 같은 팀이니 스피드전에 더 집중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최근에는 스피드전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Q. 강석인 선수 같은 경우는 일과 병행하고, 유부남이기도 하다. 두 선수 모두 92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기도 하고, 많이 바쁠 텐데 연습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강석인 :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팀 연습이 끝나고 자기 전에 혼자서 따로 개인 연습 시간을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다. 연습에 있어 큰 무리는 없다.

이은택 : 나는 아이템전만 한다. 한 우물만 파다 보니까 어려운 점은 없다. 스피드전은 연습할 때 갑자기 인원이 부족하거나 특수한 상황일 때 투입되는 편이다.


Q. 대부분 카트 유저가 처음에는 스피드전에 먼저 빠지게 된다. 아이템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강석인 :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원래 스피드 선수였다. 7차 리그 우승도 했었고. 그때 이재성 선수와 같은 팀이었는데, 연습실에서 아이템전을 정말 많이 하더라. 그때 아이템전에 빠졌다. 스피드전과 아이템전 실력을 맞교환한 것 같다(웃음).

이은택 : 나는 처음부터 아이템만 해왔다.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Q. 강석인 선수는 스피드전 우승도 차지할 만큼 대단했던 시절이 있다. 스피드전에 대한 그리움이나 다시 도전해볼 생각은 없는지?

강석인 : 솔직히 말하면 크게 욕심은 없다. 시간도 부족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실리를 추가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7차 리그 우승 이후 아이템전에 너무 빠져버렸는데, 그때 자기관리를 더 확실히 해서 스피드전에만 몰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Q. 몇몇 스피드전 선수들은 아이템전이 스피드전보다 운적인 요소가 적은 실력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강석인 :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스피드전은 나의 주행만 신경 쓰고 쭉 가면 되는데, 아이템전은 언제 어떻게 판도가 바뀔지 모르고, 팀적인 아이템 사용 타이밍, 호흡, 순위에 따른 아이템 숙지와 경우의 수 생각 등등 생각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 이런걸 그 찰나의 순간에 빠르게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

이은택 : 간단히 얘기하면 스피드전은 주행, 몸싸움만 하면 된다. 아이템은 이걸 기본으로 하고, 미니맵에 아이템 보유상황, 아이템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노하우 등, 혼자 잘하기보다는 네 명이 한 명처럼 움직이는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 팀 킬도 하지 않아야 하고(웃음).


Q. 아이템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이미 좁히기 힘든 경험, 격차에 있다고 들었다.

이은택 : 경험도 경험인데, 센스도 무시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아이템전을 이해하는 개념이 아무래도 좀 스피드전 위주 선수들과는 다를 것이다. 그래도 운이 없진 않고, 실력8 운2 정도라고 생각한다. 어찌 됐건 등수에 따른 아이템이 나오는 건 운이니까.


Q. 아이템전의 매력은 무엇일까?

강석인 : 스피드전은 사고만 나지 않으면 순위가 잘 바뀌지 않는다. 반면, 아이템전은 1등에서 꼴찌가 되는 게 한순간이며 변수도 많은 게 가장 큰 매력 아닐까. 꼴찌에서 1등이 되는 게 흔하게 나온다.

이은택 : 골인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무수히 많은 변수가 있다. 하지만 나랑 석인이는 그런 변수까지도 다 머릿속에서 계산해 차단할 자신이 있다.


Q. 아이템전 신들이 일반 유저들에게 아이템전에 대한 노하우를 조금만 전수해준다면?

강석인 : 아이템을 먹었을 때 바로 사용하지 말고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고 쓰는 게 좋다. 그리고 팀전에서는 말이 끊기면 안 된다. 누구라도 계속 오더나 콜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근데 지금 아이템전은 일반 유저들도 꽤 잘한다. 요즘 10~20대는 스피드전을 많이 하고, 아이템전은 30대 이상이 많다. 사실 유저로 보면 우리 나이가 제일 막내 수준이다.

이은택 : 일단 팀 킬을 하지 말고, 우리팀 외에 상대팀의 아이템 파악도 신경 쓰면 좋다. 그리고 시야가 중요해서 창모드로 하는 걸 추천한다. 선수들은 다 창모드로 한다.


Q. 서로에 대한 아이템전 평가를 부탁한다.

이은택 : 석인이도 잘하지만 사실 (최)영훈이도 엄청 잘한다. 우리랑 거의 비슷한 레벨이라 다른 팀이었을 때 나는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기분이라 좀 벅찼다.

강석인 : 일단 상대로 만나면 아이템전 외에 스피드전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서 더욱 부담이 컸고, 그래서 연습량도 중요하지만, 상대 분석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나와 개념이 비슷해서 상대하기 힘들다.


Q. 본인들에게 있어 카트라이더란?

강석인 : 카트 외에 특별히 즐긴 게임은 없었던 것 같다. 10대를 넘어 20대도 카트와 쭉 함께했다. 대화를 주고받을 순 없으나 내 옆을 가장 오래 지키고 있는 친구다.

이은택 : 카트 말고는 하는 게임이 없다. 지금은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 대회를 즐기는 게 재밌다. 그리고 돈도 벌게 해주는 고마운 게임이다.


Q. 마지막으로 플레임, 혹은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이은택 : 플레임 팀이 겉으로 보기에 멤버가 엄청 강해 보이지만, 부족한 점도 많아서 노력을 많이 한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강석인 :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정말 감사드리고, 넥슨 카트 관계자분들에게도 다양한 콘텐츠와 아이템들을 많이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대회를 꾸준히 열어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