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LCK 팀들이 무너진 이후, 팬들은 물론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다. 시대의 흐름은 '난전'을 원하고 있는데 LCK 팀들은 너무 느리고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기도 했다.

2018년이 지나고 2019년이 됐다. 여전히 라이엇게임즈는 LoL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빠르게 그리고 계속 싸우면서 게임을 즐겨라'고 외치고 있다. 굵직한 패치 방향도 그런 쪽으로 진행됐다. 대회 경기 역시 한층 빠르고 재미있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LCK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느리게 경기를 운영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그럴까? 주요 지역 리그인 LCK와 LPL, LCS, LEC 모두 개막하여 2주 차 혹은 3주 차 일정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 지금까지 진행된 주요 지역 리그 2019 스프링 스플릿 경기들은 어떤 특징을 보였을까? 실제로 LPL에서는 빠른 흐름 속에서 킬이 많이 나왔을까? LCK는 여전히 소극적이고 느리게 운영했을까? LCS와 LEC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경기 시간
빨리 끝나는 LEC와 LPL, LCK와 LCS는 경기 시간 길어



먼저 각 지역 리그 별로 가장 오래 걸린 경기와 가장 일찍 끝난 경기를 비교해봤다. 이번 기사에서 다룰 모든 지표는 1월 30일까지의 경기들만 셈한 결과다.

LPL 같은 경우에는 참 재미있는 데이터를 보여줬다. 2019 LPL 스프링 스플릿 최장 경기 기록은 49분 30초였다. 그리고 최단 경기 기록은 '항복'도 할 수 없는 19분 20초였다. 한 달도 채 진행되지 않은 2019 LPL 스프링 스플릿에서 두 경기의 차이는 약 30분 10초였다.

LPL의 평균 경기 시간은 약 31분 9초였다. 보통 LPL 하면 빠른 운영과 난전 메타 중심이라고 생각해 경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살짝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왜냐하면 LPL보다 LEC의 평균 경기 시간이 더 짧기 때문. LEC는 2019 스프링 스플릿 들어 무려 29분 42초라는 평균 경기 시간 기록을 보여줬다. 최단 경기 시간은 LPL보다 긴 22분 49초였지만, 최장 경기 기록이 41분에 그쳤다. 왜 LPL과 LEC가 2018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만났는지 대변하는 결과라고 해도 좋을까.

두 지역 리그에 비하면 LCK와 LCS는 느릿느릿한 리그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LCK보다 LCS가 더 긴 평균 경기 시간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LCK에서는 평균 33분 20초 간 경기가 진행됐는데 LCS의 평균 경기 시간은 약 34분 46초였다. 최장 경기 기록과 최단 경기 기록 모두에서 LCK가 LCS보다 더 오래 걸리고 더 빨리 끝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지금까지 진행된 경기 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 2019 스프링 스플릿 주요 지역 리그 경기 시간

- LCK : 최장 경기 57분 26초, 최단 경기 23분 36초, 평균 경기 시간 33분 20초
- LPL : 최장 경기 49분 30초, 최단 경기 19분 20초, 평균 경기 시간 31분 9초
- LEC : 최장 경기 41분, 최단 경기 22분 49초, 평균 경기 시간 29분 42초
- LCS : 최장 경기 40분 6초, 최단 경기 25분 29초, 평균 경기 시간 34분 46초


킬 포인트
'끝판왕' LPL, 나머지는 비슷한 수치



경기 시간은 빨라지고 킬 포인트는 많이 나오는 것이 이번 메타의 일반적인 형태다. 그리고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특히 두드러졌던 난전 지향 메타에서 LPL 팀들과 LEC 팀들이 선전했던 건 그 지역 팀들이 난전을 즐기기 때문이라는게 정설이다. LCK는 이러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을 노출했다고 알려졌다.

이번 2019년 들어서 이러한 분석은 LPL을 제외하면 그리 신뢰를 주기 어렵게 됐다. LPL은 여전히 그들 특유의 난전 메타를 선호했다. LPL에서는 46킬이 한 세트에 나온 가장 많은 킬 포인트였다. 한 세트당 평균 킬 포인트를 계산해보면 약 23.7킬이 나왔다. 분당 평균적으로 0.76킬 정도가 나왔고 이는 주요 지역 리그들 중에 가장 높은 수치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주요 지역 리그들 중 최저 킬 경기도 LPL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한 세트에 고작 10킬만 나온 경기와 무려 46킬이 쏟아진 경기가 모두 LPL에서 나왔다.

LEC와 LCS는 비슷한 지표를 보였다. 각각 평균 킬 포인트에서 20.8과 21.9의 수치를 보였다. 평균 킬 포인트에서는 LCS가 LEC보다 더 높았지만 평균 경기 시간이 짧아 평균 분당 킬 포인트에서는 LEC가 LCS보다 조금 더 높았다. 소수점 두 자리까지 내려가야 차이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아쉬운 쪽으로 기대를 모았던 LCK는 오랜 LCK의 관습을 많이 버렸다. LCK에서는 평균 킬 포인트 20.9킬이 나왔다. 대략 LPL보다 한 세트 당 3킬 정도가 덜 기록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는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LEC 그리고 LCS와 비교해도 평균 킬 포인트와 평균 분당 킬 포인트에서 비슷한 결과를 받았다.


※ 2019 스프링 스플릿 주요 지역 리그 킬 포인트

- LCK : 최고 41킬, 최저 10킬, 경기당 평균 20.9킬, 평균 분당 0.63킬
- LPL : 최고 46킬, 최저 10킬, 경기당 평균 23.7킬, 평균 분당 0.76킬
- LEC : 최고 27킬, 최저 15킬, 경기당 평균 20.8킬, 평균 분당 0.7킬
- LCS : 최고 30킬, 최저 17킬, 경기당 평균 21.9킬, 평균 분당 0.63킬


생각보다 미비한 차이
LCK도 호전적이고 빠르게 변화했다


이처럼 데이터를 비교해봐도 LCK는 더 이상 느리거나 덜 싸우지 않았다. LEC나 LPL과 비교해서 평균 경기 시간은 길었지만 평균 킬 포인트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평균 분당 킬 포인트도 소수점 두 자리까지 내려가야 차이를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LPL이 독보적이었던 건 경기당 평균 킬 포인트 뿐이었다.

2018 LoL 월드 챔피언십에서 LCK 팀들은 호전적이고 재빠른 팀들이 승리하는 메타에 적응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팬들과 관계자들의 질타가 이어졌고 LCK도 변화를 수용하고자 마음 먹었다. 현재 LCK 상위권에 오른 팀들은 모두 빠르게 그 변화를 수용했다. 싸우기 용이한 챔피언 조합을 갖추고 경기 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싸움을 통해 잡은 승기를 굳힐 줄 아는 팀들이다. 그들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건 LCK 입장에서는 호재다.

좀 더 많은 팀이 변화를 수용하고 체질을 바꾸길 바란다. 라이엇게임즈가 제시하는 방향성, 그리고 팬들이 원하는 모습은 과거 LCK만의 강점과는 거리가 멀다. 더 많이 싸우고 더 빠르게 움직이는 팀이 자주 승리할 것이고 그런 리그가 국제 무대에서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