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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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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삼국지14', 왕좌 탈환의 길은 아직도 멀다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삼국지 게임은 코에이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진삼국무쌍 시리즈, 그리고 삼국지 시리즈로 부동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었죠. 게임 삼국지하면 자연스럽게 코에이가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아마 그래서였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다 할 라이벌이 없었으니 시리즈는 정체했고 그저 전작을 답습하는 행보가 이어져 오래도록 팬들에게 아쉬움을 줬습니다. 하지만 작년, 그런 코에이의 아성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적수가 없어 보이던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를 위협할 라이벌, '토탈워: 삼국'이 등장한 거였습니다.

마침내 등장한 라이벌에 팬들은 기대했습니다. '토탈워: 삼국' 그 자체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지만, 라이벌의 존재로 인해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역시 큰 변화를 거칠 것이라 기대한 거였죠. 그렇게 강력한 라이벌을 앞에 두고 시리즈 최신작인 '삼국지14'가 마침내 16일, 정식 출시됐습니다. 이제는 뭔가 달라졌음을 보여줘야 할 시기인데다 시리즈 35주년 기념작인 만큼 기대가 됐습니다. 출시 전 보여준 요소들도 어딘지 새로웠기에 기대가 컸습니다. 코에이치고는 드물게도 "뭔가 보여주겠습니다!"하는 모습이었죠.

그러나 결과물은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전부 다 최악이었던 건 아닙니다. 헥스 타일을 이용한 전투나 전략은 꽤 만족스러웠으니까요. 하지만 딱 그 정도였습니다. 헥스 타일 시스템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작만 못한 모습이었죠. 결국, 그간 꾸준히 나온 '발전이 없다'는 얘기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도 스팀에서 '대체로 부정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삼국지14'입니다. 다만, 남들이 혹평한다고 무작정 동참해선 안 되겠죠. 과연 뭐 때문에 '삼국지14'가 이렇게 혹평을 받고 있는 걸지 출시 후 지금까지 '삼국지14'만 20여 시간을 즐긴 입장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시리즈 35주년 기념작 맞나요?
노하우를 집대성해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답습만 해서야...


'삼국지14'의 가장 큰 단점은 명확합니다. 바로 변화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바로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을 겁니다. 삼국지 시리즈하면 코에이였으니까요. 삼국지 게임이 코에이만의 전유물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코에이만큼 삼국지 게임을 잘 만든 곳도 없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평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바래졌지만, 그럼에도 코에이와 삼국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였죠.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토탈워: 삼국'이라는 강력한 라이벌이 등장했습니다. 그것도 몇십 년간 요지부동이었던 왕좌를 단숨에 빼앗아 간 라이벌이 말이죠.

그렇기에 '삼국지14'는 달라졌음을 보여줘야 했습니다. 조금 좋아진 수준이 아닌 확실히 발전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죠. 하지만 '삼국지14'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죠.

그래픽만 봐도 그렇습니다. 냉정하게 보자면 2020년 게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그래픽입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자면 모바일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퀄리티죠. 그래픽이 게임의 재미와 직결되는 요소는 아니지만, 게임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요소라는 걸 감안하면 발전이 없는 이런 모습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압도적인 퀄리티를 바란 게 아닌, 그저 시대에 맞는 퀄리티를 바랄 뿐이었는데 그마저도 만족시키지 못했으니까요.

▲ 작게 보면 좀 낫지만 확대해서 보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아쉬움은 그래픽뿐만이 아닙니다. 전체적인 시스템 역시 발전이 없었죠. 아니, 오히려 퇴보한 모습입니다. 삼국지 시리즈의 꽃은 내정과 전투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너무 간소화했죠. 기존 시리즈의 내정은 여러 변화가 있었으나 기본적으로 도시의 시설에 무장을 배치해서 도시를 성장시키거나 수입을 얻는 구조였습니다. 돈을 벌려면 시장을, 군량을 증가시키려면 농장을, 병사를 늘리려면 병영을 성장시키는 식이었죠. 여기에 더해 무기를 만든다거나 치안을 높이는 등 다양한 내정 요소들이 즐비했습니다. 누군가는 번거로울 정도로 많다고 불만을 품었을지 모르지만, 삼국지 시리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이었기에 이런 다양한 내정 요소는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삼국지14'의 내정은 호평받던 기존의 요소들을 대부분 잘라내는 우를 범했습니다. 내정이라고 해봤자 각 도시나 마을에 무장을 임명하고 상업, 농업, 병영 셋 중 하나를 성장시키는 게 끝입니다. 복잡할 것도 없고 턴을 넘기면 알아서 성장시켜주죠.

어떻게 보면 편리하게 바뀐 시스템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토지 제패를 메인으로 내건 만큼, 전투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말해서 이는 '삼국지14'에 독이 됐습니다. 너무 간소화해서 한 번 무장을 임명하면 이후로는 딱히 손을 델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전투를 눈에 띄게 하려고 잘 나가던 내정을 없앤 꼴이었죠.

▲ 코에이는 정말 내정의 간소화를 팬들이 원한다고 생각한 걸까요?

그렇다고 전투에 깊이가 더해졌는가 하면 그조차도 애매하기 그지 없습니다. 분명 개선된 부분도 있습니다만, 그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도록 하죠. 우선은 어떤 점이 실망스러웠지부터 얘기해보겠습니다.

'삼국지14' 전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유저가 직접 개입할만한 요소가 적다는 부분입니다. '토탈워: 삼국'을 해봤다면 알 겁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말 바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보병으로 막는 사이 기병으로 우회 기동해 뒤를 치는 망치와 모루 전술을 적극적으로 써야 이길 수 있죠. 여기에 병종 간의 상성도 고려해야 해서 전투에 나서기 전 어떤 무장을 쓸지 어떤 병종들을 끌고 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삼국지14'는 아닙니다. 공격, 방어, 이동, 공성, 점령, 행군속도에 특화된 다양한 진형이 있지만, 이 모든 걸 고려해서 진형을 짜고 전투에 나서는가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공성은 성을 공격할 때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지만, 너무 느려서 답답할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세력이 커지면 무조건 이동 속도가 빠른 진형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병력적 우위로 찍어 누르는 거죠.

여기에 전투 시 책략(스킬)과 일기토가 자동으로 진행되는 점 역시 전투를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답답하게 만듭니다.

▲ 35주년 기념작이라며... 책략이 일러스트로 때우는 수준이면 어떻게 해...

삼국지 시리즈에서 책략과 일기토는 전투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삼국지14'는 이마저도 간소화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습니다. 깊이를 더해도 모자랄 판에 전부 다 알아서 처리하게 만든 거죠. 그나마 책략은 어느 정도 유저가 개입할 여지가 있긴 합니다. 작위가 오르면 무장을 배치해서 전투 시 책략을 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마저도 작위를 얻을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리고 최대 5명밖에 배치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작들에선 자유롭게 책략들을 쓰던 것과 비교하면 답답할 수밖에 없죠.

▲ 작위가 오르면 책략을 수동으로 쓸 수 있게 장수를 배치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너무 적습니다

그리고 책략보다도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일기토입니다. 책략이 그나마 나중에라도 수동으로 쓸 수 있는 반면, 일기토는 완전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일기토를 거는 것부터 말이죠. 그렇다 보니 운이 없으면 병력이 우위인 상황에서 약한 무장이 강한 상대에게 일기토를 걸더니 져버리는 어이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니 전투에선 무조건 무력이 높은 무장이 우선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작들에선 무력이 낮더라도 독특한 책략을 가져서 전투에 도움이 되던 모사들을 전투에 참여시키고 다양하게 활용하던 것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편이죠.

▲ 결국 무력 원탑인 관우, 장비, 조운을 주구장창 끌고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헥스 타일이 빚어낸 전투, 그리고 전략
토지를 제패하는 자, 천하를 제패한다

이처럼 아쉬움이 가득한 '삼국지14'지만, 나름의 재미도 분명히 있습니다. 위에서 얘기한 개선된 부분으로 새롭게 추가된 헥스 타일 기반의 점령, 전투 시스템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지금까지의 삼국지 시리즈에서 세력을 나누는 기준은 도시(성)였습니다. 그리고 전투란 도시를 점령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싸움이었죠. 도시를 점령하면 그 일대가 전부 자신의 세력이 됐습니다.

하지만 '삼국지14'는 이러한 기존의 점령 시스템을 좀 더 세분화했습니다. 단순히 도시를 점령하고 끝나는 게 아닌 도시 사이에 있는 중요 거점을 비롯한 땅 그 자체를 점령하는 식으로 말이죠.

▲ 도시와 중요 거점을 점령하면 끝나는 게 아닌 땅 자체를 점령해야 합니다

얼핏 번거로워 보이는 요소지만 헥스 타일을 기반으로 한 이 점령 시스템은 전투에서 더욱 빛을 발휘합니다.

삼국지를 비롯한 역사 속 전투를 보면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대군이 보급이 끊긴 상태로 있다가 소수 정예에게 몰살당하는 상황 말이죠. 분명 역사적으로도 더러 있었던 상황이지만, 게임에선 아쉽게도 이를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렇기에 군량을 단순히 수치화하고 이를 소모하는 식으로 표현했죠. 군량과 군대 사기를 거의 동일시했던 겁니다.

하지만 '삼국지14'는 헥스 타일을 이용해 이 보급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병력이 움직이면서 지역을 점령하고 그게 이어짐으로써 병참이 구축되도록 말이죠. 그로 인해 '삼국지14'의 전투는 좀 더 역사 속 전투와 비슷하게 그려지고는 합니다. 자신의 세력에 쳐들어온 적의 병참을 끊음으로써 소수 정예로 대군을 쓰러뜨리는 상황이 말이죠.

▲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병참을 끊고 일망타진!

이처럼 적의 병참을 끊는 식으로 사용하는 것 외에도 전투에 앞서 지역을 점령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점령이 단순히 돈이나 군량, 병력이 더 늘어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부대의 전투력 증가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상대 세력의 거점을 점령할수록, 병참을 많이 유지할수록 자신의 부대는 강해지고 상대 부대는 약해지니 전투에서도 효과적으로 지역을 점령할 필요성을 부여합니다.

▲ 중요 거점으로부터 지원 효과를 얻어서 전투력이 향상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헥스 타일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점령, 전투 요소는 궁극적으로는 '삼국지14'를 더욱 전략적으로 즐길 수 있게 만듭니다. 쳐들어온 적의 병참을 끊는 것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적이 강력하다면 적의 중요 거점을 점령한 후 되찾으려고 하는 적을 깊숙이 유인하면서 기동성을 살린 다른 부대로 적의 병참을 끊는 식으로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책략과 일기토 등 전투에 쓰이는 시스템이 대부분 간소화됐음에도 '삼국지14'의 전투가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투는 간소화됐지만, 전략에는 깊이를 더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쉬운 가운데 좋았기 때문일까요. 못내 아쉬움도 들었습니다. 차라리 이것마저 못 만들었더라면 아예 아쉬울 것도 없었을 텐데 헥스 타일 전투 시스템은 그럭저럭 재미있었으니 아쉬움만 더했던 거였죠.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전투에도 좀 더 다양성을 추구했더라면 '삼국지14'만의 개성 넘치는 전투와 전략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삼국지는 코에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왕좌 탈환의 길은 아직도 멀다! 다음은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정리하자면, '삼국지14'는 아쉬움이 가득한 게임이랄 수 있습니다. 그래픽은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멋지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고 전투에 집중하고자 시스템을 간소화했지만 되려 독이 됐죠. 그나마 성공적이었던 건 앞서 언급한 헥스 타일 기반의 점령, 전투 시스템 정도입니다.

문제는 헥스 타일 시스템조차도 그나마 나은 부분을 찾는다면 '이건 그래도 괜찮다' 수준이라는 겁니다. '토탈워: 삼국'의 전투 시스템처럼 박진감이 넘치는 것도 아니고 '삼국지14'만의 개성 넘치는 시스템으로 보기에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전부터 있었던 걸 '삼국지14'에 어울리게 바꾼 정도에 불과하죠. 좀 더 나아가야 했지만, 딱 여기서 멈춘 겁니다.

▲ 전투 자체만 놓고 보면 '삼국지13'이 더 나을 정도

이렇다 보니 한계도 명확합니다. 부대를 움직이는 걸 제외하고는 전부 자동이기에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처음만 그럴 뿐 전투가 이어질수록 지루해지고 결국은 수로 찍어누르는 상황이 이어집니다. 헥스 타일이라는 시스템 자체는 괜찮았지만, 근본적으로 전투 자체가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삼국지14'는 미완의 게임이랄 수 있습니다. 사실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코에이의 삼국지는 항상 파워업키트(PK)를 통해 완성됐으니까요. 그렇기에 PK에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왕좌에서 도전자를 맞이하던 입장에서 이제는 왕좌를 되찾기 위한 도전자가 된 '삼국지14'입니다. 비록 PK에서 극단적인 변화가 오리라곤 생각지는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답습이 아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삼국지 시리즈가 되길 바랍니다.

▲ 천하통일의 길은 아직도 멀고 '삼국지14'가 가야할 길도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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