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우리은행 LCK 스프링 스플릿이 지난 5일 개막했다. T1과 담원게이밍, 젠지와 kt 롤스터가 출전했고 T1과 젠지가 각각 2:1 승리를 차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LCK는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당연히 팬미팅도, 귀가하려는 팬들의 행렬도 없었다. 만약, 관중들이 평소처럼 현장을 찾았다면 귀가에 어려움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여느 때처럼 3판 2선승제로 두 경기가 진행됐던 1일 차 방송이 끝났을 땐 밤 11시 58분이었다. 두 번의 경기, 총 6세트 중 대부분이 장기전이었다.

이제 6번의 세트만 진행되어 큰 의미를 갖는 수치는 아니지만, LCK는 평균 45분 16초의 경기 시간을 보였다. 축구로 치면 전반전 혹은 후반전에 인저리 타임까지 합친 정도. 확실히 경기 시간이 길었다. 그래도 평균 킬 포인트에서는 LPL이나 LEC, LCS와 비슷했다. LCK에서는 1일 차에 경기당 평균 26킬이 발생했다. 분당 킬 포인트로 따지면 다른 지역들보다 조금 적었지만, 꽤 많은 킬이 나왔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체감 시간이었다. LCK의 경기당 평균 26킬은 대부분 후반 대규모 한타에 집중됐다. 경기에 나선 네 팀은 첫 경기의 부담감 때문인지 소극적이었다. 승기를 잡았던 팀들도 다음 대형 오브젝트 등장 타이밍까지 성장에만 주력했다. 장로 드래곤 버프에 바론 버프까지 둘렀음에도 상대 억제기 두 개만 파괴하고 귀환하는 장면도 나왔다. 1일 차 LCK는 마치 AOS가 아니라 타워 디펜스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줬다. 정해진 시간이 되면 그제서야 전투가 벌어졌다.

그 이유는 드래곤의 중요도 상승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패치에서 원소 드래곤 효과에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중요했던 변화는 드래곤 영혼 관련. 이제 한 팀에서 드래곤을 4회 사냥하면 드래곤 영혼이라는 버프를 얻는데 그 효과가 전세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드래곤 스택을 쌓는게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라이엇게임즈는 아마 더 적극적인 교전 유도를 위해 이러한 패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팀들 대부분은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특히, 성장과 운영 위주의 플레이를 잘하는 LCK가 그랬다. T1과 담원게이밍, 젠지, kt 롤스터 몇 번을 제외하곤 드래곤이나 바론이 등장하지 않았을 땐 싸우지 않았다. 싸울 의도가 없어 보일 정도였다. 드래곤의 중요도가 상승했으니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다른 지역은 또 달랐다. 거기서도 드래곤은 LCK와 같은 시간 간격을 두고 같은 중요성을 보유한 채 등장했다. 그럼에도 각 지역 상위권 팀들은 LCK와 다른 선택을 했다. 좀 더 공격적으로, 뒤가 없어 보이는 플레이까지 자주 했다. LCK가 드래곤 등장 직전까지 CS만 먹다가 뭉쳐 싸웠다면, 다른 지역 상위권 팀들은 드래곤 등장 전에 상대를 때려 눕히고 드래곤을 전리품으로 챙기는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LCK에도 변화를 선택한 팀들이 많다. 1일 차 장기전 끝에 승리했던 젠지의 '룰러' 박재혁은 중국 부트캠프에서 배운 점이 많다며 LPL처럼 화끈한 경기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팀이 추구하는 방향이 그 쪽이란 뜻이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손대영 감독도 KeSPA컵에서 파격적인 경기를 보여준 이후,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도 색다른 시도를 많이 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어떤 메타나 운영이 정답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1일 차에 LCK 팀들이 보여줬던 방어적 운영이 주류가 될 수도 있고, 재작년과 작년처럼 무조건 상대를 때리려는 운영법이 지속될 수도 있다. 앞으로 대장정을 남겨둔 LCK 팀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 지, 그 선택의 결과는 어떻게 될 지 매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