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이 올라간 지는 꽤 오래 됐다.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일방통행이던 커뮤니케이션은 점차 쌍방향으로 발전했다. 이젠 시청자들도 예전처럼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화면을 일방적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 그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내놓는 등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피파 온라인4와 사이퍼즈 액션 토너먼트 아나운서로 활동 중인 곽민선 아나운서도 소통을 강조했다. 자신의 최대 강점이 소통이라고 소개한 곽 아나운서는 실제로 다양한 SNS와 유튜브 채널까지 운영 중인 '소통왕'이었다. 현장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것이 즐겁고 더 많은 소통을 원하는 쌍방향 아나운서가 되길 자청했다.

강남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곽민선 아나운서를 만났다. 항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만 했던 터라 인터뷰이가 되어보는 것이 신기하고 떨린다고 했다. 하지만 입이 풀리자 다양한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술술 답변을 내놓았다. 그녀와 나눈 대화의 전체 내용을 풀어봤다.


Q. 최근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리그가 대부분 연기되고 있어요. 사이퍼즈 액션토너먼트(이하 액토) 결승도 무관중으로 진행됐고요. 가만히 놀 순 없어서 유튜브 채널을 활발히 운영 중이었어요. 유튜브를 통해 저를 알릴 수도 있고 제가 맡은 리그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홍보를 할 수도 있거든요. 취미 겸 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Q. 유튜브는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작년 10월에 나름의 공식 영상을 처음 올리고 그때부터 1주일에 영상 한 개씩 업로드 중이에요. 저는 5년 차 방송인이고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e스포츠로 넘어오고 나서는 리그가 있을 때만 방송을 하게 됐죠. 그러다 보니 너무 허전하더라고요. 제가 타고난 '방송쟁이'라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떤 채널을 빌리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찾게 된 것이 유튜브였어요.



Q. 리그 아나운서이자 유튜버, 또 한 사람의 플레이어인 입장에서 피파 온라인4가 가진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단 제가 피파 온라인4를 직접 플레이하면서 느낀 건 실제 축구와 다른 면도 있겠지만 많은 부분에서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었어요. 실제 능력치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있고 현역 선수들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로 나만의 스쿼드를 꾸려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어요. 뭔가 나만의 꿈을 실현시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은퇴한 선수들도 소환해서 쓸 수 있고요.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피파 온라인4를 즐겨 하신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또, 피파 온라인4를 즐기시는 분들 중에 축구를 모르시는 분들도 없을 거고요.


Q. 실제 축구도 좋아하세요?

정말 좋아해요. 제가 토트넘 팬이거든요. 팬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어요. 최근 손흥민 선수가 팔 부상을 당해서 결장하고 있는데 마음이 많이 아파요. 토트넘의 행보에 걱정이 많아요.


Q. 맨채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화제를 모았죠.

사실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중이에요. 제가 피파 온라인4 맨시티 게임단 선발전을 진행했는데 그때 맨시티 유니폼을 입었어요. 그 사진이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았죠. 그래서 많은 맨시티 팬들에게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연락을 받았어요(웃음). 그리고 또 제 피파 온라인4 팀을 보면 첼시 스쿼드거든요. 주변에서 '피린이'에게 적합한 팀이 첼시라고 해서 그렇게 구성했어요. 그랬더니 많은 첼시 팬들이 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또 다른 에피소드도 있어요. 얼마 전에 정말 운 좋게도 박지성 팬 사인회에 당첨이 되어 맨채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사인회를 가게 됐어요. 맨유 유니폼을 입고 참석했죠. 그랬더니 맨유 팬들이 "역시 우리 아나운서는 캡틴 박을 좋아한다"고 해주시더라고요.

▲ 출처 : 곽민선 아나운서 SNS

정작 제가 토트넘 팬인 건 아무도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일부러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SNS에 사진을 올렸어요. 제가 토트넘 경기를 보면서는 정말 웃고 울고 해요. 전 그렇게 팀의 경기를 보면서 감정을 느끼는 게 진짜 그 팀의 팬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토트넘에 '유리몸'인 선수들이 많은데 실제로 부상도 많이 당했죠. 헤리 케인에 시소코, 손흥민 선수까지 부상을 당해 힘든 시기인데 저를 포함한 토트넘 팬들 모두 조금만 더 버텼으면 해요.

그리고 각자 다른 팀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해외 축구 팬이라는 하나의 그룹에서 다같이 평화롭게 즐기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어요(웃음).


Q. 다시 피파 온라인4 이야기를 해보죠. 프로게이머와 합동 방송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정재영, 박준효 선수와 콘텐츠를 같이 했어요. 사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대화를 주고 받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온전히 콘텐츠를 위해 처음 뭉쳤죠. 실제로 같이 방송을 해보니 그 분들도 '방송쟁이'더라고요. 방송을 너무 잘하셔서 두 분과 편하게 방송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두 분의 매력이 서로 달랐어요. 정재영 선수는 말 그대로 '츤데레'였어요. 박준효 선수는 매너 있는 신사 같았고요. 저는 앞으로 정재영, 박준효 선수들 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게이머들과도 다양한 콘텐츠를 해서 피파 온라인4를 많은 분들에게 홍보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Q. 유튜브 채널에서 시도하고 싶은 콘텐츠는 또 뭐가 있나요?

처음 시작할 때 내가 뭘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제가 생활하면서 겪는 것들로 많은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 뿐이었죠. 지금 제가 피파 온라인4 콘텐츠를 주로 업로드하는 이유는 구독자 분들이 원하셨기 때문이에요. 그걸 가장 많이 보시고 피드백도 활발하게 주시죠. 앞으로도 구독자 분들이 보고싶어 하시는 것들을 만들지 않을까요? 그게 제가 즐거워하는 일이기도 해요.

더 다양한 게임에 관련된 콘텐츠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있어요. 지금은 피파 온라인4, 그리고 그와 연계되는 축구 콘텐츠를 진행 중이고요. 이것들도 좀 더 심도 있는 콘텐츠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Q. 일반 방송 아나운서와 게임 방송 아나운서의 차이점은 뭘까요?

왜 e스포츠로 넘어갔냐는 질문을 지인들에게 많이 받았어요. 그럼 '내 걸 찾고 싶어서 왔다'고 항상 대답했어요. 제가 아나운서 지망생들 사이에서 이직을 잘하기로 소문이 났어요. 그런데 이게 자랑이 아니고 오히려 단점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어느 회사에 합격해도 꿈이 실현된 느낌을 받지 못하고 계속 조금씩 아쉬운 느낌이 들었거든요.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계속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제가 하는 방송과 보는 방송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어요. 출근해서는 게임도 아무 관련 없는 방송을 했던 제가 퇴근길에는 게임 방송을 보고 있더라고요. 그게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제가 하고 싶은 방송을 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때 친구가 조언을 해줬던 게 기억에 남아요. 저에게 방송국에 억지로 저를 끼워 맞추지 말라고도 해줬고, "자기 분야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그 길을 버리는 거다"라고 말해줬어요. 그때 깨달음을 얻고 제가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여기로 왔어요.

일단, 행복해요. 당장 뭔가를 이루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전 굉장히 멀리 보고 있어요. 멀리 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해요. 이전에 방송을 했을 땐 매일 꽉 채워서 방송을 했는데도 매일 불안했어요. 제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도 감이 오지 않았고 하고 있는 게 만족스럽지도 않았죠.

이 곳에 와서는 먼 미래가 보여요. 그리고 e스포츠에는 정말 많은 아나운서 및 중계진 선배들이 계시다 보니 그 분들을 보고 저의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Q. 듣다 보니 일에 있어서 완벽주의자처럼 느껴져요.

솔직히 그렇진 않아요. 전 그런 걸 많이 내려놓은 상태죠. 저의 매력을 보여주고 그걸로 누군가 즐거워한다면 그걸로도 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기준을 그렇게 바꾸니 일의 만족도가 많이 올라갔어요. 물론, 동기들을 포함한 주변에서는 그러면 안된다고 조언해주죠. 만족하지 말고 항상 공부하라고요.

▲ 출처 : 곽민선 아나운서 유튜브 채널

공부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전 사실 피파 온라인4에서 스쿼드를 하나 짜더라도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수원 삼성 선수들의 플레이를 하나하나 찾아보고 공부해서 분석해놨어요. 뿐만 아니라 각 리그 소속 구단들에 대한 공부를 해서 자료를 구축해두고 있죠. 항상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고요. 이걸 토대로 앞으로 실제 축구 관련 영상도 자주 만들어 업로드하려고 해요.

전 많이 부족한 사람이에요. 피파 온라인4 실력은 정말 낮지만, 언제까지 '피린이' 콘셉트로 갈 순 없잖아요. 점점 나아지고 발전하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 시청자 분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전해드리고 싶기 때문에 매일 이런 식으로 분석하고 공부 중이에요.


Q. 그럼 완벽주의자가 맞는 것 아닌가요?

겉으로는 만족스럽고 행복한데 속으로는 불안하다 보니 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런 노력들에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선수들의 플레이를 공부하고 있으면 그 선수들이 정말 멋있어보여요. 자연스럽게 그 공부가 재밌어지는거죠.



Q. 이번엔 조금 가벼운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엘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계시던데요?

EACC 중으로 기억해요. 처음엔 엘사라는 별명이 생긴 줄 몰랐다가 라이브 채팅방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알게 됐거든요. 그 이후로는 제가 어떤 의상을 입고 나와도 다들 "엘사 나왔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파란색 의상만 계속 입고 나가야 할 지를 고민했어요(웃음). 쉽게 다른 의상에 도전하지 못했죠.

사실 더 오래된 다른 별명이 있어요. 제 휴대전화 케이스에는 포켓몬스터 푸린이 있어요. 그걸 들고 유튜브 라이브를 했더니 시청자 분들이 제가 푸린이랑 닮았다고 해주셨어요. 제 얼굴이랑 눈이 동그랗고 입술이 얇은게 푸린과 닮았나봐요. 실제로 제 예전 별명도 포켓몬스터나 디지몬 쪽 캐릭터였거든요.

저희 회사에선 '피온 여신'이라는 별명을 밀고 있어요. 개인적으론 부담도 되고 분명히 반대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해서... 전 '여신' 말고 발음을 좀 뭉개서 '여쉰'이라고 하고 있어요(웃음). 앞으로 더욱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릴테니 많은 별명을 지어주셨으면 해요.


Q. 아까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액토 아나운서도 같이 맡고 계시죠. 사이퍼즈와 액토의 매력은 뭘까요?

정말 엄청나요. 일단, 치어풀이 그토록 화려하고 퀄리티 좋은 리그가 또 없을 거예요. 액토 관객들을 보면서 '도대체 이 분들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하고 놀라요. 전부 그림도 잘 그리시고 코스프레도 화려하고 멋있죠. 대회 현장에 가면 단순히 그분들이 경기만 보러 왔다는 느낌이 아니라 선수들과 한데 어우러져 축제를 즐기고 계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사이퍼즈라는 게임을 즐기지 않는 분들도 액토에 와서 같이 즐기실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요.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에 가곤 해요.

사이퍼즈 플레이도 종종 하는데 솔직히 저에겐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사실 다음 시즌 액토에 어떻게 하면 신규 유저들도 사이퍼즈를 함께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 중이에요. PD님과 논의해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유튜브를 통해 신규 유저들을 위한 팁을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하려고 하고 있죠.



Q. 팬들과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는 없을까요?

경기장 화장실에서 팬들과 자주 마주치는데 함께 메이크업을 해요. 전 수정 메이크업을 하고 그 분들은 코스프레에 맞는 치장을 하시죠. 화장실에서 관객분들과 함께 거울을 보고 수다를 떨면서 화장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어요. 거기서 가끔 "언니, 이 옷 좀 다음에 입어주세요"라고 코스프레 의상을 보여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그리고 현장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친해졌죠.

피파 온라인4 대회에서도 일화가 많아요. 리그 현장에 가면 방송에 출연하는 시간 외에는 관객 분들과 수다를 떨고 같이 사진도 찍는데요. 아무래도 축구 게임이라 남성 관객들이 많은데 액토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그 분들은 먼저 아는 척을 해주시지 않아요. 오히려 나중에 리그가 끝나고 쪽지를 보내주세요. 그럼 전 또 그게 너무 반갑고요.

전 관객분들을 최대한 기억하고 알아보려고 노력해요. 리그 아나운서를 맡고 두 시즌 정도 보내니 그래도 몇 분 정도는 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추억도 쌓어요.

피파 온라인4는 실제로 팬들과 게임도 같이 해요. 딱 두 번 이겨봤어요. 그 중에 한 분은 일부러 져주셨어요. 지고 나가실 때 "누나에게 자신감을 주기 위해 그랬다"고 직접 밝히셨죠. 나머지 한 분은 한 판 지시더니 재대결을 요청하셨어요. 그런데 내가 질까봐 그 도전을 받아주지 않았죠(웃음).

▲ 입사 동기 '카트걸' 최시은 아나운서


Q. '카트걸' 최시은 아나운서와 입사 동기시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최)시은이가 후배였는데 여기서는 입사 동기가 됐어요. 사실 시은이를 여기서 처음 봤어요. 더 빨리 친해지고 싶었는데 입사 직후부터 둘 다 너무 바빴어요. 시은이도 카트걸로 바로 활약했고 저도 일이 너무 많았죠. 동기지만 자주 보지 못해요. 이성훈 캐스터와 김규환 캐스터, 이렇게 오빠 두 명까지 총 네 명이 동기인데 다들 일이 많아서 뭉치려면 따로 날을 잡아야 할 정도예요.

그나마 남자 동기 오빠 두 명은 EACC를 같이 해서 가끔 현장에서 보는데 시은이는 맡은 리그도 다르다 보니 볼 기회가 거의 없어요. 전 오히려 사무실에서 자주 보는 것보다 바빠서 뭉치지 못하는 게 서로를 위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멀리서 서로 응원하고 있죠.

다들 뭉치게 되거나 연락을 주고 받으면 주로 두 오빠들의 연애 상담을 해줘요(웃음). 너무 다들 게임만 하다 보니... 일 얘기는 각자 맡은 역할들을 워낙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Q. 스포티비 게임즈엔 선배 아나운서와 중계진들도 많죠.

김수현 아나운서 선배 말고는 리그가 시작해야 만나뵐 수 있죠. 사실 친해질 기회는 많이 없었어요. 그나마 전수형 아나운서 언니는 피파 온라인4 대회에서 자주 뵈었는데 워낙 실력이 좋으시고 성격도 좋으시고 저에게 잘 대해주세요. 그래서 저도 (전)수형 언니를 정말 잘 따르죠. 김효진 아나운서 언니는 같은 리그를 했던 게 아니라서 뵌 적이 없어요.

▲ 스승 같은 선배 김수현 아나운서

(김)수현 선배는 정말 코칭을 잘해주세요. 거의 김수현 아카데미 수준이죠. 제가 리그에 처음 투입되기 전부터 매일 연습을 도와주셨어요. 그게 정말 감동이었어요. 정말 성심성의껏 매 문장마다 피드백을 주셨어요. 이번 액토 결승 오프닝에서 제가 소리를 크게 지를 파트가 있었는데 그것도 도와주셨어요. 아직 LoL 팬들은 수현 선배의 "킹존 드래곤 엑스!"를 기억하시죠? 저희가 그 힘을 물려받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예전 프리랜서일 때와는 다른 느낌을 줘요. 가르침을 받을 수 있는 선배가 생겼다는게 너무 좋고, 함께할 수 있는 동기들이 있어서 기뻐요.



Q. 본인이 지닌 아나운서 능력들 중에 자랑할 만한 것이 있나요?

소통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전 SNS를 정말 많이 해요. 개인적으로 유튜브도 일종의 SNS라고 생각해요. 제가 출연하는 게임 리그를 보시는 시청자들이 제 SNS에 와주시고, 제가 또 그 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즐거워요. 그걸 또 팬들이 좋아해주시죠.

지금도 소통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나름 결론을 냈는데 생각보다 거창한 방법은 아니고 관심이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저만 보여주고 끝이 아니라, 절 보는 분들은 날 어떻게 생각하고 또 느낄지를 계속 생각하고 그걸 제 방식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전 어렸을 때 단순히 TV 속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 아나운서길래 소통을 하고 싶어서 아나운서를 꿈꾸게 됐어요. 그런데 제가 꿈을 키워 나가는 사이에 시대가 엄청 바뀌었더라고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는데 제가 언제까지 TV 속에만 존재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많은 시청자들과 만나고 직관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점이 e스포츠 리그만의 강점이기도 한 것 같아요.


Q. 그럼 반대로 고칠 점은 뭘까요?

고칠 부분이 너무 많아요. e스포츠에 와서 초반에 많이 주눅들어 있었어요. 전 그동안 스스로 방송을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인터뷰어라는 역할을 방송 5년 만에 처음 맡다 보니 정말 어렵더라고요. 저만 잘하면 되는게 아니라 상대방이 답변을 잘하도록 이끌어줘야 하니까요. 난이도 최상인 것 같아요.

고칠 점은 발견하는 즉시 1부터 100까지 적어두고 하나하나 고치려고 노력 중이에요. 어떤 날은 톤이 이상했고 또 어떤 날은 시선 처리가 모호했고... 선수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제 질문에 몰두하느라 선수의 답변에 집중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럴 때 입사 동기인 이성훈 캐스터 오빠가 조언을 해줬어요. 사람들은 제가 정말 잘하는 것 하나만 기억한다고요. 그걸 잘 어필하라고 말해주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제 장점만 보면서 가고 있다. 그래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있어요.

예전에는 인터뷰이인 선수들 말에 집중하지 못했어요. 그땐 피파 온라인4에 대한 공부도 부족했고 선수들도 잘 몰라 제가 많이 어색해했죠. 그러다 보니 준비했던 질문만 머릿속에 떠올렸고 선수들의 답변을 제대로 못 들었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선수가 어떤 답변을 하면 준비했던 질문을 버리고 답변에 이어지는 꼬리 질문을 할 정도로요.


Q.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했네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사실 온라인 상에 제 방송 영상보다 사진이 더 많이 퍼졌고 그걸 보고 절 찾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분들이 제가 나오는 방송 영상들을 보시고 생각보다 허당이고 뻔뻔하다고 말해주세요(웃음). 앞으로 그런 매력들과 함께 더 재밌고 솔직한 콘텐츠들을 만들테니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리그 현장을 찾아주시는 팬들에게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제가 소위 '관종'이거든요. 리그 현장에서 절 보시면 먼저 인사해주시고 아는 척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누가 "어? 곽민선이다"라고 하시는 걸 듣게 되면 먼저 달려가서 말을 거는 성격이거든요. 그 분이 말도 안하셨는데 사인도 해드리고 사진도 같이 찍을 정도죠. 그런 제가 부담스럽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언제라도 친한 척 해주세요. 현장에서 다같이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