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땅의 몽환숲을 둘러보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천국이나 지옥과 같이 흔히 생각하는 사후 세계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먼 마법의 숲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파란색이나 보라색 등 푸른 색이 많아 차갑게 느껴질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포근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들어 따스함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드러스트의 침공을 받거나 령이 부족한 몽환숲의 일부 지역에서는 생명의 불씨가 꺼져 메마르고 건조한 공기의 음침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만의 독특한 사후 세계를 묘사한 몽환숲은 어떻게 디자인했을까? 디자인 당시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무엇이엇을까? 어둠땅 아트 디렉터 일라이 캐넌(Ely Cannon)이 들려주는 몽환숲의 디자인 일화를 아래에 소개한다.



Q1. 몽환숲은 반딧불처럼 푸른색의 느낌이 강하다. 가을에서 겨울이 되는 북유럽의 배경을 보는 듯한데 푸른색을 주로 사용한 이유를 알고 싶다.

푸른색은 몽환숲에서 중요한 색채다.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북유럽을 포함한 세계 여러 지역의 사진을 참고했는데 배경이 푸른색을 띄고 있다는 사실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멋진 밤 하늘을 가진 풍경을 만들고 싶었고 푸른색이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몽환숲에 있는 거대한 나무의 아랫면을 아름다운 하늘로 장식해 강조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밤하늘의 별과 별자리를 추가하여 다채롭게 만들었다.


Q2. 어둠땅은 유독 구름이나 안개, 별자리 등 ‘하늘’에 대한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많은 공을 들인 것처럼 매우 잘 되어 있다. 몽환숲은 특히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는 보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영감을 받는 실제 지역이 있나?

확실히 북쪽 지역의 오로라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우리는 오로라가 멋지다고 생각했고 꼭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구현하고 싶었다. 실제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는 것들 중 너무 신비로워 꼭 다른 세상의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는데 오로라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신비로운 것들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작업을 할때 많이 참고한다.

▲ 몽환숲의 하늘에 대한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아름답다


Q3. 몽환숲은 일반적인 영혼이 아닌, 야생신(Wild God)이나 로아(Loa), 반신 등 영적이거나 특별한 존재가 오는 곳으로 다른 지역보다 더 자연 친화적인 배경이 많다. 이 곳에서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몽환숲을 모험할 때 대자연의 신생아실(nursery) 같은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이 지역에서는 야생신, 로아, 반신 등 강력한 존재들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기 전 겨울잠을 자며 회복하는 곳이다. 이런 느낌으로 몽환숲을 디자인해 실제로 신생아들이 지내는 장소처럼 고요하고 평화로운 느낌을 주고 싶었다.


Q4. 아트 디렉터 입장에서 보는 몽환숲과 발샤라, 달의숲, 에메랄드 드림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일반 유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 큰 차이를 경험하기 어렵다.

와우 팀은 숲을 많이 디자인한 경험이 있으며 발샤라와 달의 숲, 에메랄드 드림은 모두 다른 종류의 숲이다. 에메랄드 드림은 어딘가 더욱 마법의 숲 느낌이라면 발샤라와 달의 숲은 아제로스에 존재하는 지구의 숲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에메랄드 드림은 마법의 숲인 동시에 자연의 느낌이 강한 숲으로, 봄 혹은 여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깊은 녹색, 에메랄드 녹색, 밝은 봄을 연상케 하는 색채가 많고, 마법이 깃든 숲의 느낌을 담고 있다. 밝은 색의 꽃들과 화려한 색채를 사용해 이상적인 숲의 모습이다.

몽환숲은 겨울의 잔잔함과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령이 빠져나가 죽어가는 지역은 가을의 느낌으로 노란색, 빨간색, 짙은 갈색이 많이 들어가며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가을의 숲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생기 넘치는 지역은 푸른색과 짙은 보라색 등을 통해 시원한 겨울 저녁의 숲 느낌을 주고 싶었다. 겨울에는 곰 같은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듯 몽환숲에서는 야생신과 로아들이 회복을 위해 긴 잠을 자기 때문에 겨울 저녁의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Q5. 몽환숲의 계절은 ‘겨울’이 맞나?

테마적으로는 겨울이 맞다. 눈이나 이런 것들은 없지만 자연의 겨울은 동물들이 재충전하는 시기이듯 몽환숲도 앞서 말한 고대 존재들이 재충전하는 지역이다. 곰들이 겨울잠을 자듯 몽환숲에서는 야생신과 로아 등 강력한 존재들이 휴식을 취한 후 다시 태어나는 지역이다.


Q6. 몽환숲에 있는 던전 ‘티르너 사이드의 안개’는 퍼즐을 풀면서 수수께끼의 안개 속을 헤쳐나가야 하는 독특한 진행 방식이 필요하다. 마치 바닷가의 짙은 해무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배경과 느낌에 집중할 수 없는데, 어떠한 의도로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디자인했는가?

‘티르너 사이드의 안개’ 던전은 우리가 지금껏 만들어온 던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던전이나 레이드 지역을 디자인할 때 우리는 현재의 게임, 기존의 확장팩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티르너 사이드’는 짙은 안개 등으로 인해 그 속을 헤쳐 나가기 어려우며 안개와 관련된 마법을 사용하는 우두머리 때문에 더욱 어려워진다. 안개로 뭔가를 숨기려고 한다는 추측을 할 수 있다. 이런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방식의 던전을 만들고 던전 내에서 상대할 적과 우두머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다.

▲ 짙은 안개를 헤처나갸아 하는 던전 티르너 사이드의 안개


Q7. 무에잘라가 등장하는 던전 ‘저편’의 보라색 색감이 인상적이다. 나즈미르에 있는 브원삼디의 신전과 비슷하지만, 더 옅은 느낌이 인상적인데, 보라색이 주는 느낌이 무언가 ‘죽음’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꼭 그렇지는 않다. 지역을 디자인할 때 우리는 특정 색감을 사용한다. 던전 '저편'의 색감은 우리가 격전의 아제로스에서 목격한 트롤의 색감과 구분되는 동시에 몽환숲의 느낌을 주기를 원했다. 실제로 몽환숲에서 령이 말라 죽어가는 지역의 색도 사용했으며 이는 나즈미르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만약 기존의 나즈미르 혹은 잔달라의 색감을 사용했다면 던전의 색감이 몽환숲과는 달라 이질감이 느껴졌을 것이다. 이 지역은 죽음을 대변하는 브원삼디의 지역이며 기존의 트롤 및 트롤 지역과는 다른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Q8. 드러스트와 나이트 페이는 디자인적으로 유사한 점이 있어 ‘같은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이들이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종족 모두 죽음의 영역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드러스트는 죽음의 드루이드이고 나이트 페이는 자연에서 죽음의 영역을 관리하는 존재들이다. 비슷하고 닮은 점은 있지만 엄연히 다른 부분들도 존재한다. 드러스트는 어딘가 악하고 원시적인 느낌이며 장비 역시 투박하고 야만적이다. 나이트 페이는 그보다는 더욱 부드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며 나이트엘프 및 신화 속 요정의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 또한, 나이트 페이는 잔혹한 드러스트에 비해 친절하기도 하다.

▲ 드러스트와 나이트 페이는 닮아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Q9. 개인적으로 어둠땅이 ‘사후세계’라는 분위기가 적게 느껴진다. 일반적인 동서양의 사후세계는 승천의 보루(천국)처럼 밝거나 나락(지옥)처럼 어두운 느낌이 강하다. 이러한 가운데 몽환숲은 신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느낌이 더 강한 것 같은데.

몽환숲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사후 세계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천국이나 지옥이 아니라 아제로스와 와우 세계관의 다양한 존재의 영혼이 가는 사후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야생신과 로아 등 자연의 존재를 포함한 여러 영혼이 사후 세계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일반적인 천국이나 지옥의 모습만 다룬다면 보여줄 수 없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서계관만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레벤드레스도 좋은 예라고 생각하는데 어둠땅의 모든 지역은 와우에서 사후 세계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와우의 사후 세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만들어준다.


Q10. (앞 질문과는 별개로) 사후세계라는 점을 빼놓고 보면, 몽환숲의 색감은 말 그대로 매우 몽환적이다. 야생신들의 환생, 밤전사, 엘룬과 관련된 비밀 등 몽환숲과 연관된 모든 것이 잘 어울린다. 그만큼 아트 디렉터들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은데, 이러한 ‘색감’을 선택하기 위해 특별히 고려한 점이 있었ㅏ?

몽환숲의 첫 컨셉을 잡은 이후 바로 우리가 어떤 모습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단번에 어떤 모습으로 표현해야 할지 큰 그림이 그려졌다. 푸른색과 보라색을 기준으로 잡고 이를 기반으로 디자인을 했다.


Q11.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몽환숲의 디자인 난이도는 어땠는가?

좋은 질문이다. 숲을 디자인하는 작업에는 항상 게임플레이와 시각적 요소의 밸런스를 잡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플레이는 어떤 지역에 가서 전투를 벌이거나 퀘스트를 할 때의 게임플레이가 아닌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의 순간을 말한다. 숲은 나무와 나뭇잎, 덤불 등 많은 자연 환경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에 디자인할 때 밸런스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몽환숲은 다른 숲들과 비슷하게 어려웠다.

몽환숲의 디자인이 어려웠던 또 다른 이유는 령이 부족해 죽어가는 일부 지역을 묘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푸른색과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활기찬 지역과 죽어가는 지역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령이 완전히 빠져나가 초토화된 일부 지역 역시 디자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마법이 깃든 숲이 ‘마법스러움’을 잃어 평범한 숲의 모습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마법이 빠져나가도 일반적인 숲과는 다른 마법스러움을 유지하고 싶어 많은 공을 들였다. 결론적으로 결과물은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 령이 부족해 죽어가는 숲의 모습을 묘사하기가 특히 어려웠다고 한다


Q12. 몽환숲에 등장하는 종족은 대부분 반신 세나리우스처럼 동물과 매우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다. 실제로 디자인에 참고된 동물이 있을까?

세나리우스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실제 동물을 참고했다고 생각한다. 동물의 뿔 등을 디자인할 때는 확실히 참고를 한다. 몽환숲에는 일반 동물들 외에도 신화 속 요정들의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 사티로스와 파우누스(faun) 등을 시작점으로 잡고 작업을 했고 이런 신화 속 존재들은 이미 뿔, 사슴의 귀, 짐승의 코 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모습에 우리의 생각을 입히며 작업했다.


Q.13. 마지막으로 몽환숲에서 가장 좋아하는 지역은 어디인가?

모든 부분의 경치가 정말 좋다. 넓은 숲과 거대한 나무, 하늘에서 내리는 령의 모습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번 몽환숲 작업은 절대로 잊지 못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속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머릿속에서 그린 모습과 매우 비슷하게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

▲ 넓은 숲과 거대한 나무, 하늘에서 내리는 령이 아름다운 몽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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