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하는 책임을 가진 감독이 기분 좋게 작별 인사를 하고 팀을 떠나는 일은 흔하지 않아 보입니다. 작년보다 좋은 성적,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매년 기대에 부응하기엔 쉽지 않으니까요. 롤드컵 우승이라는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 했을 때 누군가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죠.

그런데 2년 넘는 시간 동안 징동 게이밍(JDG)에서 활동한 '옴므' 윤성영 감독은 팀에 "만족한다"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떠났습니다. 롤드컵 8강에서 올해 행보를 마친 상황인데, 요즘처럼 정말 뜨겁게 달궈진 LoL 프로씬의 '감독 시장'에서 그의 말은 낯설게 느껴졌죠. 빠르진 않더라도 2018년 LPL 섬머 4강-2019 스프링 준우승-2020 스프링 우승이라는 결과처럼, 매년 한 단계씩 팀의 성적을 올려 놓으며 올해 롤드컵까지 도달했기에 가능했을까요.

2년 넘게 한 팀에서 활동했던 윤성영 감독이 JDG를 떠나면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또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부임할 때 중-하위권에 있던 JDG를 LPL 우승팀의 자리에 올려놓았는데요. 팀을 떠나면서 많은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JDG라는 팀에 오랫동안 머물러서 그런지 떠나면서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도 제가 처음으로 JDG에 왔을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고, 많이 성장 시켰기에 만족해요. 오랫동안 JDG에서 활동하면서 이제 더 가르쳐 줄 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JDG는 내년에도 잘할 거로 생각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것 같아요.


Q. 롤드컵에선 결승 주자를 그룹 스테이지-8강에서 만나며 이번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는데요.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가장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 있다면?

롤드컵 무대인 것 같아요. 제가 더 잘했다면 더 높은 무대로 갈 수 있었을 텐데... 팀마다 사정은 다 있겠지만, 결국 제가 잘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해서 그 점은 아쉬워요.



Q. 올해의 담원과 쑤닝과 대결해보면서 각각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이전에 맞붙었을 때와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껴졌는지 궁금합니다.

두팀 모두 운영과 팀적인 합이 이전보다 좋아졌어요. 쑤닝은 후반전을 잘 못 하는 팀이었는데, 크게 성장했어요. 담원 게이밍은 챔피언 밸런스와 운영이 깔끔하게 정돈 된 것 같더라고요. 두 팀 모두 급격히 성장해서 상대할 방법이 없었네요.


Q. 두 팀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를 한 명씩 뽑아줄 수 있나요.

롤드컵 메타 자체가 '상체' 중심으로 흘러갔어요. 특히, 탑-정글 주도권이 가장 중요했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담원의 '너구리' 장하권-쑤닝 '빈' 선수가 이번 메타에 가장 잘 어울린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Q. LPL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최강 팀이 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언어 소통의 문제는 코치진-선수 입장에서 결국 넘을 수 있다고 보나요.

네. 중국인처럼 완벽히 말할 수는 없지만, 게임 용어 소통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수차례 너프로 많은 팀들이 오른-볼리베어 같은 탱커 픽을 시즌 중에 포기하기도 했는데, JDG만은 시즌 중에도 오른-볼리베어를 계속 해왔어요. 결국, '더샤이-너구리'마저 오른을 선택하는 시대가 왔는데, 당시 JDG와 '줌'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른이라는 챔피언 자체가 라인전-한타 모두 전체적으로 OP라서 그런것 같아요. 한타 중심의 챔피언이 떠오르면서 더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줌' 선수가 탱커류를 이전부터 많이 잘했기에 더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Q. '카나비'가 MSC만 하더라도 당시 유행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세가 된 AP 성장형 정글러를 과감하게 꺼냈습니다. 반면, 롤드컵 정글러 메타는 굳어져 변화를 주기 힘들어 보였어요.

그때 상황 자체가 '줌' 선수에 대한 기대가 크다보니 심리적인 부담이 컸어요. 그러다 보니 오른이 밴 된 상태에서 레넥톤-볼리베어를 원하는 상황이 나왔죠. '카나비'가 릴리아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릴리아를 주로 하게 됐는데요. 탑-정글 간 AP-AD 밸런스를 맞추는 선택을 해야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주기 힘들었죠. 결국 졌으니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만, 당시 선택에 관한 후회는 없습니다.


Q. '줌-야가오'는 오랫동안 감독님과 함께하며 성장한 선수들인데요. 선수들을 볼 때 '옴므' 감독님이 보는 잠재력이 있을까요.

일단, 처음에 제가 볼 수 있는 건 피지컬 적인 측면뿐이에요. 나머지 능력은 제가 키워 줄 수 있으니까요.


▲ JDG에 남은 '카나비-로컨'

Q. '카나비-로컨'은 JDG에 남게 됐어요. 두 선수에게 한 마디 한다면?

내년에도 좋은 성적을 유지해서 최고의 선수가 되길 바랄게. 잘 따라줘서 고맙다. JDG 화이팅!


Q. 건강과 2세 준비를 위해 6개월에서 1년 정도 휴식을 취한다고 들었습니다. 휴식 후 LCK에서 활동할 계획이 있나요.

원하는 팀에 원하는 선수가 1-2명 정도 있다면, 한국에서 활동할 생각이 있습니다. 신경이 쓰이는 건 휴식을 한다고 기사가 나가도 중국의 상위권 팀들이 벌써 연락이 오고 있다는 거죠. 휴식할 생각이라 거절은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국에서 할 수 있으면 합니다.


Q. 만약 새로운 팀을 구하게 된다면, 어떤 팀을 꾸리고 싶나요.

담원 게이밍을 이길 수 있는 팀이요. 어떤 팀보다 단단하고, 호흡도 좋으며 한타도 잘하는 팀을 꼭 만들겠습니다.



이미지 출처 : JDG 공식 트위터, 라이엇 게임즈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