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게임의 목표를 설정하고 절대로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소니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재팬 스튜디오 소속으로 데몬즈 소울의 프로듀서를 담당했던 카지 다케시는 KGC2010 강연장, 수많은 참석자들 앞에서 데몬즈 소울을 개발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데몬즈 소울은 극악의 난이도와 수준 높은 게임 플레이, 독특한 시스템 등을 선보이며 수많은 팬들의 밤잠을 설치게 했던 2009년 초 SCEK에 의해 한글화 되어 정식 발매된 PS3 독점 롤플레잉 게임.


이런 이유 때문에 국내 게임 개발자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 되었고, 덕분에 KGC2010에 데몬즈 소울의 프로듀서와 디렉터가 동시 초대되어 무대에서 강연까지 하게 된 것이다.


강연의 시작은 PS3 독점 출시라는 페널티를 가지고 별다른 프로모션도 하지 않았던 데몬즈 소울이 왜 일본에서만 77만장이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 가에 대해서였다.


카지 다케시는 그 이유를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지금은 별로 존재하지 않는 오소독스(Orthodox, 정통적인)한 게임”, 두 번째는 “고 난이도의 게임”, “마지막 세 번째는 새로운 네트워크 사용법이 구사”.






데몬즈 소울 개발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카지 다케시는 게임 제작 환경의 변화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인해 게임의 표현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는 기존 매니아 층 뿐 아니라 일반 유저들까지도 게임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했다.


때문에 게임 제작 환경에도 큰 변화가 생겼는데 기존 3~4명이 1년 남짓 개발해서 완성하던 구조에서 대규모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이 되었고 그에 따라 게임 제작비는 기하 급수적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성공했던 작품의 후속작을 내거나 유명 원작을 게임화 하거나, 인기 있는 게임을 그대로 뺏긴 모방작을 출시하는 식으로 게임 업계가 변했다.


카지 다케시는 게임 개발사도 수익을 내야 하기에 이런 부분도 필요하지만, 마케팅 중심으로만 게임이 제작된다면 잘 팔리는 것만 만들고, 도전적인 타이틀은 기피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이 그대로 사장 되고, 그것은 곧 게임의 매너리즘화로 연결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타이틀만 출시되어 게임에 질리게 되고, 결국 유저들이 떨어져 나가 게임 업계 전체의 쇠락을 가져오게 된다는 주장이다.




▲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데몬즈 소울, 한눈 팔면 즉시 사망이다.




그래서 카지 다케시는 데몬즈 소울을 통해 이런 게임 업계의 현실을 타파하고 싶었고, 게임이 주는 본래의 재미를 추구하는 “원점 회귀”를 가장 큰 목표로 세웠던 것이다.


“잘 팔려야 한다, 최근 트렌드를 따라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프로듀서라는 입장에서는 수익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하지만 원점 회귀에 입각한 순수한 재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데몬즈 소울을 개발하면서 세운 세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 번째는 그래픽, 사운드 같은 외적인 요소보다는 “플레이” 그 자체에 중점을 주자는 것이었다. 그래픽, 사운드가 좋으면 유저들은 금방 반응하겠지만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플레이라는 생각이다.


두 번째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이 가미 되어야 재밌는 게임이라는 원칙이다. 단순히 개발자가 제공하는 컨텐츠를 넘어 플레이어가 시시각각 자신의 상상을 더하고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재미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세 번째 원칙은 개발자 본인들이 느끼기에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들이 재미없다고 느끼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런 느낌이 게임에 반영되기 때문에 정말 본인들이 재미있다고 느껴야만 재미있는 게임이 나온다는 논리다.






카지 다케시는 게임 중심의, 현장 중심의 제작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서 상당히 힘든 과정을 거쳤다며 회사에서 거의 왕따를 당하고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은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의 개발자들에게는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결국 원래 목표를 굽히지 않고 소신대로 개발해나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왜 독창성 넘치는 작품을 투입하는 것이 게임 업계에 의의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성격의 타이틀이 발매 될 수록 시장은 활성화 되고 나아가서는 게임 업계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답변이다. 게임은 요리와 같아서 취향을 타고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 시키기는 어렵다. 때문에 다양한 게임들이 많이 출시되어 다양한 유저들의 입맛을 맞춰줘야 한다는 논리.


카지 다케시는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게임스타일 추구하여 독창성이 넘치는 작품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이어진 질답 시간에는 데몬즈 소울의 속편은 앞으로도 절대로 없다고 깜짝 발표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 데몬즈 소울 프로듀서 카지 다케시(좌)과 디렉터 미야자키 히테타카(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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