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버전의 퀄리티를 가진 웹 게임을 만들라니... '뜨거운 냉커피'를 만들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엔도어즈의 Full 3D 웹 MMORPG '삼국지를 품다'에서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를 맡은 정종필 부장은 개발을 지시받았을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

'삼국지를 품다'(이하 삼품)는 웹과 모바일에서 완벽하게 연동이 가능한 Full 3D MMORPG를 지향한다. 그것은 여태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으며 그랬기 때문에 테크니컬 아트 측면에서 고려해야할 것이 산더미였음을 의미했다. 그는 삼품을 기획하게 된 계기와 유니티 엔진을 선택한 이유, 난생 처음 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딪혔던 문제 등에 대해 유쾌한 농담을 섞어가며 재미있게 풀어냈다.

"지난 4월 NDC2012에서도 비슷한 주제로 세션을 진행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슷한 내용으로 구성했으며 이번에는 모바일 버전에 관련된 이야기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 엔도어즈 정종필 테크니컬 아트 디렉터]


삼품을 기획하기 전, 국내 게임시장은 혼란스러웠다. 주류를 이루고 있던 PC게임은 위축되어 있었고, 그렇다고 모바일이나 소셜 부문에 올인하기에는 미래가 너무 불투명했던 것. 그는 바로 그런 배경 속에서 PC, 웹, 모바일의 특성을 모두 갖춘 하이브리형 게임을 생각하게 됐다.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그는 엔진의 Pre-test 결과를 제시했다. 멀티플랫폼 지원이 훌륭하고, 서드 파티 플러그인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다. 또,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 2.0이었던 엔진 버전이 현재 4.0일 정도로 업데이트가 빨랐으며, 3.0부터는 그래픽 퀄리티도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무엇보다도, 저희 스튜디오와 프로젝트 스타일에 잘 맞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조건 빠른 것을 선호하는 입장에서 빠른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은 최고의 장점이었죠. 엔진 개발사인 유니티 측에서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기도 했습니다."


■ 삼품 웹 버전 개발 이야기, "일단, 정말 돌아가기는 하냐?"

그는 삼품의 방대한 리소스가 정말 구동이 가능한지를 가장 큰 불안요소로 꼽았다. PC 수준의 리소스가 과연 모바일에서 호환이 될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물론 모바일 버전을 먼저 만들어놓고 PC 버전을 그 수준에 맞추면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PC 버전의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PC 웹 버전과 모바일 버전의 리소스를 이원화하는 것. 그에 따라 웹 버전과 모바일 버전의 가이드라인을 각각 따로 설정했으며, 웹 버전의 가이드라인을 잡을 때 모바일 버전의 리소스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어야 했다.

"카메라 각도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우스 휠을 움직이면 각도를 바꿀 수는 있지만, 그럴 경우 프레임 안정성은 보장할 수 없죠. 캐릭터 개체 수, 커스터마이징 등을 제약함으로써 사양을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웹 버전 세부 최적화 옵션은 5년 동안 모아뒀던 저사양 PC와 VGA를 기준으로 설정했습니다. 최대한 낮은 사양을 지향하고 고급 기술은 최고급 옵션에 집중시켰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최저 사양에서도 일정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TA 파트는 업무 효율을 최대화하는 것에 올인하고, 가이드라인을 빨리 확보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삼품 개발의 최우선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바일 버전 개발에 착수하면서 맞닥뜨린 또다른 벽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 삼품 모바일 버전 개발 이야기, "아니 그러니까, 당장 뭐부터 해야하는 거지?"

지난 NDC2012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모바일 버전 개발 스토리를 그는 당시 느꼈던 총체적인 당혹스러움으로 시작했다. 웹은 그나마 PC와 비슷한 부분이라도 있었지만 모바일은 전혀 감이 없었던 것. 테스트라도 많이 해볼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시행착오를 반복할 시간적 여유도 충분하지 않았고, 안드로이드의 경우 디바이스마다 성능이 제각각이라 더욱 오리무중이었다.

"그래픽 리소스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과정부터 수없는 삽질의 연속이었습니다. 참고하고 싶어도 참고할만한 작품이 없어 더 힘들었죠."

삼품의 모바일 버전에서는 카메라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 프레임 안정성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나마 각도 조절이 가능했던 웹 버전과의 차이점이다. 모바일용 Bloom & Vignetting을 후처리 제작해 적용해보았는데, 듀얼코어에서는 무리가 없었지만 싱글코어에서 심각한 프레임 저하 현상이 발생해 과감히 삭제했다고 한다.

라이팅 테스트에서는 배치(Batch)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이나믹 배치(Dynamic Batch)에서는 스케일(Scale)과 조합했을 때 라이팅 버그가 있었고, 스태틱 배치(Static Batch)에서는 Vertex 용량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것이 문제가 되어 Batch를 모두 끄기로 결정했다.

배경 데이터에서는 지형 설정(Terrain)과 FOG, 후처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PC와 동일한 구조의 제작이 요구됐다. 정종필 디렉터는 많은 고민 끝에 웹 버전 데이터에서 오브젝트만 제거하고 남은 지형을 캡처해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로 인해 모바일 버전에서는 건물의 실제 모양과 그림자의 모양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문제가 될만큼 눈에 띄지는 않았다는 것.

"이후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배경팀에서 나름대로 기술 방식을 이해해 새로운 해결책을 내놓곤 했습니다. 아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기술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놀라운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죠."

[▲ 웹 버전의 맵 데이터에서 지형 리소스만을 따서 모바일 버전에 적용]



■ 웹 버전과 모바일 버전... 동일한 느낌, 동일한 구조, but '전혀 다른 데이터'

이원화된 리소스로 만들어진 두 플랫폼의 결과물은 만족할 만한 유사성을 보였다. 물론 가까이 확대해서 보면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봤을 때의 전체적인 느낌과 구조는 같다는 것이다.

정종필 디렉터는 "데이터를 '더 쪼잔하게' 줄이라"고 강조했다. 하드 엣지(Hard Edge)나 미니맵을 사용하지 않고 UV를 단순하게 펴는 등의 뻔한 작업도 모바일에서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 캐릭터의 경우도 모바일에서는 줌인이 되지 않으니 최대한 줄일 수 있다.

"UI에 32bit RGBA를 쓰고, 메인 화면 UI 텍스쳐는 모두 1장 안에 구현했습니다. 폰트나 이미지 폰트가 몇만 자에 달하기 때문에 용량이 엄청났지만, 이를 4 Channel로 구현함으로써 1장으로 4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었죠. 이런 과정들을 거쳐 결국 '뜨거운 냉커피'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겁니다."

[▲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지만,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퀄리티를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 "아티스트들은 느슨하게 묶어주세요."

강연 내용을 정리하면서 정종필 디렉터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세 가지를 강조했다. 먼저, "아티스트들을 느슨하게 묶어달라"고 말했다. 아티스트들에게 아무런 제약 조건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방향을 잡을 수 없으니 '묶기는 묶되' 비교적 여유로운 제약을 달라는 것. 그렇게 된다면 아티스트들은 그 제약에 최대한 근접한 결과물을 내놓을 거라고 설명했다.

둘째, 큰 것을 줄이는 것은 쉽지만, 줄인 것을 늘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약간 무겁게 만들어서 필요할 경우 가볍게 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좋다는 것. 가볍게 만들어놓은 리소스를 더 높은 퀄리티로 만드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라는 말과 똑같다는 설명이다. 골격이나 애니메이션 등은 초반에 빨리 최적화하고, 만약 그래도 용량이 너무 크면 Dpcall과 Vertex를 더 줄임으로써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래픽 세부 최적화보다 프로그램 최적화가 먼저임을 강조했다. 프로그램 최적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픽 데이터 최적화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최적화되기까지 손이 많이 간다는 것. 따라서 간편하다고 그래픽 데이터부터 대뜸 최적화하면 위험하다는 점을 거듭 말했다.

"난생 처음 시도해보는 프로젝트를 완수했다는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정보가 지극히 적은 상황에서 테크니컬적인 부분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웠고, 상대적으로 적은 시행착오를 거치고도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아트 팀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것도 훌륭한 성과고요. 아마 다시 만들라고 한다면 지금보다 2~3배 이상의 퀄리티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웹 버전과 모바일 버전은 리소스 용량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 모바일 버전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데이터를 최소화]






[▲ 네,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퀘스트를 완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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