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게임을 봤을때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개발자가 90년대의 추억을 팔기 위해 작심을 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개발 비용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된 경우. 그런데 알고보니 둘 다 아니었다. 개발사가 일본의 양대 게임사 중 하나인 DeNA이니 자금이 부족할리도 없을테고, 90년대의 추억을 팔겠다고 한 것 치고는 도트를 구현하는데 들어간 기술이 너무 최신형이다.

캐릭터가 도트로 이루어진건 맞지만 개성있는 영웅만 수백종이고 도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윤곽과 음영을 제대로 넣어놨다. 심지어 때릴때나 적들이 쓰러질때 도트가 튀고 흩어지는 등 8비트 시절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었던, 물리 엔진을 연상케 하는 효과들이 마구 쓰였다.

개발 자금이 적었다거나 진짜 8비트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면 이렇게 힘들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레트로'라는 콘셉을 정확히 지켜낸 다음 모바게의 '도트 히어로즈'는, 그래서 8비트 시절의 추억을 가진 사람들과 최신 모바일 게임을 원하는 사람들 양쪽에서 호응을 얻으며 북미 앱스토어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 북미 서비스 명은 D.O.T.(Defender of Texel) ]


물론 북미에서 성공했다고 한국이 쉽지는 않다. 경쟁작들은 하나같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뽐내고 있는데, 아무리 개성넘치는 외모가 경쟁력이라지만 결국 한계는 있다. 게임의 재미에 그래픽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고 주장하지만 신작들이 넘쳐나는 세상에 그래픽은 결국 예선전, 예선전을 통과하지 못하며 결승전에는 도달할 수 없다.

자칫 무모해보이는 결정이었을텐데 도트 히어로즈는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고, 의외로 나쁘지 않은 평가를 얻었다. 전화위복일까? 화려한 일러스트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다보니 오히려 게임의 재미에 집중하게 되었고, 해본 결과 재미있다는 평이 올라오면서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다음-모바게의 다양한 게임들이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많은 게임들이 그녀의 손을 거쳐갔다. 도트 히어로즈 역시 마찬가지. 다음 모바게의 마케팅 담당 '한송규' 팀장을 만나 도트 히어로즈의 출시 및 한국 운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한송규 팀장이 도트 히어로즈를 야심차게 한국에 출시하면서 사용했던 닉네임은 다크베리. 남부럽지 않은 외모의 한송규 팀장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싶었더니 출시 초기의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도트 히어로즈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다크베리, 한송규 팀장입니다. 제 닉네임에는 슬픈 과거가 있습니다. 안 알려드리면 안되겠죠? (웃음) 사실 다음-모바게에서 도트 히어로즈의 사전 가입 이벤트를 진행하기 전에, 내부에서 게이머분들에게 어떤 보상을 드리면 좋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캐릭터 중에 성능도 나쁘지 않고 외모도 나름(?) 귀여운 '위치베리'라는 마녀 캐릭터를 지급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막상 보상을 공개하고나서보니 유저분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너무 차가우셔서 제가 다크써클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위치베리의 슬픔을 이어받아 다크베리가 되었습니다."





[ 과거 사전등록 이벤트 당시 지급되었던 희귀 몬스터 '위치베리' ]



도트 히어로즈는 그래픽이 도트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 외에는, 이미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카드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이 보인다. 과연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것이 지상 과제인 마케팅 담당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도트 히어로즈는 어떤 게임일까?


"도트 히어로즈는 1990년대에 유행하던 도트 그래픽의 향수에 최신의 모바일 게임 스타일이 결합된 레트로 스타일의 판타지 RPG입니다. 1990년대에 게임을 주로 즐기던 학생이나 청년 등의 연령대였다면 누구나 8비트 혹은 16비트 게임기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닌텐도의 패밀리나 슈퍼패미컴, 세가의 메가드라이드 같은 게임기가 유행하던 시절이죠.

슈퍼 마리오나 록맨, 열혈고교, 드래곤볼 등의 게임등이 모두 도트 그래픽이었습니다. 도트 히어로즈는 점 하나 하나를 찍어 캐릭터를 만들어내던 그 시절의 감성을 그대로 현재에 구현한 게임입니다. 물론 그래픽이 예전 감성을 담고 있다고 해서 게임성마저 90년대면 안되겠죠? 도트 히어로즈의 게임성은 최신 모바일 게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참신한 부분도 많습니다."



한송규 팀장이 말하는 도트 히어로즈는 90년대의 감성을 담은 그래픽에 현재 유행하는 모바일 게임의 재미를 함께 구현한 게임. 특히 랑그릿사나 샤이닝포스, 파이널 판타지 등 고전 게임의 전직 시스템을 합성의 형태로 도입하고 9칸의 전투 슬롯을 통해 전략의 재미까지 살린 것이 특징이다.

"가장 독특한 점이라면 역시 도트 히어로즈의 슬롯 강화 전투를 들 수 있습니다. 9칸의 슬롯에 캐릭터를 배치해 진형을 짜고 빙고 게임과 흡사하게 손가락으로 3칸씩 슬라이드를 해서 전투를 벌이는데, 각 영웅(디펜더)들은 고유의 기술까지 갖고 있어서 적의 상황에 따라 아군의 기술이 먼저 적중하도록 순서를 배정하는 것이 중요한 전략이자 전투의 포인트가 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최근 유행하는 카드 게임들이 화려한 그래픽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과 달리 도트 히어로즈는 아무리 멋지게 꾸며봐야 여전히 도트라는 단점이 남게 된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의 캐릭터를 갖고 싶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는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가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게임을 즐기는 동기는 천차만별이고, 아름다운 카드를 얻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이 많다는 점도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게임만 재미있다면 도트 그래픽 역시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나 '3D 도트 게임 히어로즈' 같은 게임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처럼, 도트 스타일이 그냥 오래되고 낡은 그래픽이 아니라 재미와 개성을 함께 살리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트 히어로즈가 처음부터 내세우고 있는 장점 중의 하나는 바로 영웅(디펜더)의 진화와 합성이다. 사실 카드 게임에 등장하는 진화, 한계돌파, 합성 등의 콘텐츠는 이미 익숙한 상황인데 도트 히어로즈가 굳이 합성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게임들과 똑같은 콘텐츠라면 굳이 전면에 내세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도트 히어로즈의 차별점은 '개천에서 용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기존의 카드 게임들은 아무리 진화와 합성을 해도 성능의 한계가 있어서 결국 후반이 되면 버려지게 됩니다. 아니라면 카드 뽑기(가챠)를 위해 돈을 쓰기도 하구요.

하지만 도트 히어로즈의 영웅(디펜더)는 꾸준히 성장을 시켜나가다보면 최하급의 카드로도 희귀(R) 이상의 카드로 성장하게 됩니다. 굳이 가챠를 하지 않아도 이벤트나 던전에서 희귀(R) 등급의 카드를 얻으면 꾸준히 성장시켜서 에픽(E) 등급까지도 성장시킬 수 있으니 누구나 노력만 하면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강력한 군단을 꾸릴 수 있게 됩니다."








도트 히어로즈는 해외에서 먼저 유명세를 얻은 게임이다. 한국에서도 출시 후 꾸준히 이용자를 늘려가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향후 도트 히어로즈의 마케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까?

"게임은 복합예술이라는 점에서 문화재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같은 게임도 사람이 달라지면 변화해야 하죠. 한국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DOT.Heroes)을 운영해 언제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캐릭터나 아이템 역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유명해진 장미칼을 아이템으로 넣거나 한국의 연예인을 디펜더로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물론 그래픽은 도트로 만들어지겠지만...(웃음)"



유저들의 의견 반영에는 운영이 역시 가장 큰 이슈가 된다. 특히 다음모바게의 경우 운영 부분에서 딱히 긍정적이라 할만한 평가를 받고 있지는 않다. 캐쥬얼 게임보다 호흡이 긴 RPG에서는 운영 역시 게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다음 모바게의 차후 운영 계획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부분은 다음 모바게에 대한 오해와 여러가지 구조적인 이슈가 함께 섞여서 발생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모바게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데, 플랫폼 업체인 구글이 개별 앱의 운영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은 것처럼 게임의 직접적인 운영은 저희 손을 떠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가 주로 해외의 게임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이다보니 해외의 운영 방침과 국내 유저의 기대가 엇갈리는 부분도 물론 있었구요. 다음 모바게에서도 이 부분을 현재 인식하고 있으며 페이스북과 카페를 운영하는 등 한국 유저들의 목소리가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국에서 게임을 출시하면서부터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다음 모바게의 게임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유저들에게 지적을 받았던 운영의 문제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특히 블러드 브라더스의 경우 번역의 오류를 수정하는 기본적인 문제는 물론 한국향 카드인 '홍길동'의 출시나 다양한 게임 옵션과 편의 기능 추가 등 한국 유저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한숟갈에 배가 부를수는 없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결국 유저들도 알아주기 마련이다. 다음 모바게도 어느덧 1년하고도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다음 모바게는 2012년 2월 등장) 지금까지가 준비 과정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진검 승부가 될 확률이 높다.

도트 히어로즈의 다크베리, 한송규 팀장은 한국 유저들에게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보다 만족스러운 운영을 선보여드릴 것을 약속하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 ※ 영상의 모자이크는 게임의 특성을 살린 콘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