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세 차례에 걸쳐 발표가 예고됐던 밸브의 비밀이 모두 공개됐다. 마지막은 '스팀 컨트롤러'였다.

밸브는 금일(28일), 차세대 콘솔 프로젝트의 마지막 비전을 공개했다. '스팀머신'의 본 모습은 아니었지만, 밸브 특유의 독창성은 그대로 갖춘 '스팀 컨트롤러'가 주인공. 십자키, 혹은 아날로그 스틱(버튼)으로 대변되던 기존의 콘트롤러와는 완전히 다른 모양새다. 먼저 사진으로 확인하자.



■ 밸브가 생각하는 게임패드의 미래? 돌파구는 '트랙패드'

사진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십자키나 아날로그 스틱이 위치한 장소에는 아무런 버튼이 없다. 가장자리에 조그만 버튼이 있을 뿐 엄지손가락이 가장 편안하게 안착해야 될 곳에는 트랙 패드만 배치되었다. 고해상도로 구현된 트랙패드는 전체 표면을 버튼처럼 이용할 수 있으며 살짝 힘주어 누르면 클릭도 된다고 밸브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게임패드에 비해 더욱 정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해 준다. 밸브는 발표를 통해 "트랙패드의 해상도는 PC 플랫폼의 마우스와 근접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밸브는 아무리 뛰어난 트랙패드라도 기존 게임패드의 아날로그 스틱에 견준다면 완벽한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작감 승부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자, 트랙패드에 또 하나의 장치를 마련했다. 그것은 '진동'이었다.

밸브는 작고 강한 전자석을 듀얼 트랙패드에 내장해 기존 터치감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구현했다고 전했다. 한 때 휴대폰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햅틱' 기능이다. 신선한 게임패드를 준비 중인 그들은 이번 발표에서 "햅틱 기능이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필수 경로가 될 것"이라 예측했다. 그들의 말이 적중할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이보다 빠르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PC 앞에서 나오는 정밀한 조작을 소파 위에서도 느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다양한 가능성을 낳는다. 콘솔에서 불모지로 여겨졌던 장르인 RTS의 부활, 시뮬레이션 게임의 편리한 조작감을 패드로 느끼는 게 가능하기 때문. 또, 기존 조작방식으로는 재미를 100%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작품도 기대해볼 만 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장르는 레이싱이다. 실제 핸들과 유사한 느낌으로 트랙패드를 돌려 조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밸브 역시 '유로트럭 시뮬레이터2'를 언급하며 이러한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팀 컨트롤러는 기존 컨트롤러를 지원하지 않아 즐길 수 없었던 고전 게임도 플레이 가능하다. 패드가 아닌 키보드 마우스 연결로 인식시키면 무리없이 즐길 수 있다고.




■ 터치스크린 첨부! 더욱 유동적인 게이밍 환경 제공

스팀 컨트롤러의 특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양 트랙패드 사이에는 터치 스크린을 배치한 것. 트랙패드와 마찬가지로 고해상도 표면을 장착했으며, 화면 자체를 하나의 큰 단추처럼 클릭할 수도 있다.

플레이어는 이 화면에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게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세팅된 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 편의성에 따라 작업 방식을 변화시키는 게 된다는 뜻이다. 또한, 개발자에게도 이 터치스크린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닌텐도 DS의 터치스크린과 마찬가지로 게임마다 구분되는 활용 방식도 짐작할 수 있다.

트랙패드가 스팀 컨트롤러의 참신함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것이 기존 컨트롤러에서 사용되었던 버튼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스팀 컨트롤러 역시 여러 개의 버튼이 구현되었다. 모든 버튼은 인체 공학을 철저하게 적용해 가장 편안한 위치에 배치되어 있다. 또한, 완전하게 좌우 대칭으로 디자인되어 오른손잡이, 왼손잡이 구별 없이 동일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해준다.



■ 유저와 함께 만드는 스팀 컨트롤러

스팀머신이 채용한 리눅스 OS가 소프트웨어적인 오픈마인드를 보여주었다면, 스팀 컨트롤러는 하드웨어적인 오픈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밸브는 사용자가 이 새로운 게이밍 기기의 디자인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추후 유저들이 디자인부터 내부 설계까지 만져볼 수 있도록 별도의 툴까지 제공할 것임을 약속했다.

이외 특징으로는 '플레이어 간 조작방식 공유'가 있다. 지금까지 스팀에 출시된 게임들은 스팀 컨트롤러를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기존 조작체계에 익숙한 유저들이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대비하여 밸브는 스팀 커뮤니티에 효율이 뛰어난 조작방식을 공유하는 것을 지원한다고 전했다. 플레이어들이 사용해 본 뒤 검증된 방식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을 허문다는 의미다. 아울러 스팀 머신이 아닌 다른 기기와 연결해도 사용 가능하다. 즉, PC에 연결해도 된다.

마지막으로 밸브는 터치 스크린이 포함되지 않은 프로토타입 스팀 컨트롤러 300개를 베타 테스트용으로 배포할 예정임을 알렸다. 테스트 시기는 스팀 머신과 동일하다. 스팀 컨트롤러의 정식 판매 시기는 2014년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