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을 가볍게 즐기는 유저에게 해외 LCS 소식은 먼 나라 이야기와 같습니다. 라이트한 유저들은 보통 국내 리그인 LCK를 주로 시청하며, 간혹 비교적 가까운 중국 LPL 소식을 접할 뿐, 유럽이나 북미 지역에 대한 정보는 MSI나 롤드컵 시기에 진출한 팀들에 대한 게 전부죠.

하지만 최근에는 북미의 NBA 스타들의 e스포츠에 대한 관심, 그리고 유럽 역시 샬케04, 파리 생제르망, 페네르바체 등 대형 스포츠 클럽들이 하나씩 e스포츠팀들을 창단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 유저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진 내용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기존에 EU LCS에서 활약하고 있는 팀들도 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많은 변화를 모색중인가 봅니다. 그리고 얼마 전 한국에 방문한 EU LCS 소속 팀 바이탈리티의 'Shaunz' 케빈 간바르자데를 만나 현지 사람이 직접 느끼는 유럽 시장의 변화와 한국에 방문한 이유에 대해 간략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Q. 한국에는 팀 바이탈리티에 대해 잘 모르는 유저들이 많다. 간략히 소개 부탁한다.

우리는 프랑스 기반의 e스포츠 팀으로 유럽에서 제일 유명한 콜 오브 듀티팀이며, 그 외에도 피파, 레인보우 식스, 리그 오브 레전드 등 다양한 종목에 팀과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나는 팀 바이탈리티의 창단 멤버 중 한 명이며 현재 롤을 주력으로 맡고 있지만, 다른 종목에 대한 다양한 의사 결정이나 의견도 제시하는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Q. 프랑스 내에서 e스포츠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정부 차원에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많고, 실제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파리 생제르망 같은 대형 스포츠 클럽이 정식으로 창단하는 것만 봐도 대략적인 e스포츠의 위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정부 역시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조사를 시작으로 긍정적인 평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선수들의 대우나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조율해야 할 점이 많지만, 대중적인 인식이나 이런 것도 앞으로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Q. 이번에 한국에 방문하게 된 계기는?

특별한 목적이 가지고 방문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e스포츠가 시작된 곳이기도 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제일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e스포츠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었던 점도 있고, e스포츠 외에 한국 문화에도 관심이 있어서 겸사겸사 방문하게 됐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LCK에서 활약 중인 SKT T1, 락스 타이거즈, 삼성과 같은 LoL팀 관계자와도 만나보고 싶다.



Q. 한국에 와서 원하는 것을 얻은 부분이 있는가?

한국팀 관계자와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 유교 문화 때문인지 위, 아래에 대한 구분이 확실하고, 윗사람들의 조언을 비교적 잘 받아들이는 편인 것 같다. 반면, 서양권 문화는 이런 게 굉장히 어색하다. 가령, 서양의 사춘기 나이의 10대 선수들은 코치들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꽤 있고, 사회적으로 그런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엄청 경쟁적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런 점들이 게임에도 그대로 나타나 잘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는 한국 선수들 중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험이 풍부하고 팀을 이끌어갈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을 찾고 있긴 하다. 팀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선수 말이다. 예를 들면, '벵기' 배성웅이나 '엠비션' 강찬용 같은 선수. 이건 진짜 그냥 예를 든 것 뿐이다(웃음).


Q. 2016 스프링 시즌에는 13승 5패로 G2 이스포츠, H2K와 함께 3강 체재였다. 그런데 섬머는 7위로 크게 하락했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이유를 찾자면 일단 새로운 패치에 대한 적응이 늦었다. 그리고 성적이 조금씩 하락하면서 선수들도 LoL에 대한 집중이나 흥미도 조금 잃었고, 그런 면에서 케어를 잘 하지 못한 나의 잘못도 있었다. 그리고 우리팀에 'Police' 박형기와 'MighytBear' 김민수, 두 명의 한국 선수가 있었는데, 유럽 문화에 대한 적응이나 의사소통의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문제는 해결되어 가고 있었다. 현재는 'MightyBear' 김민수 선수만 팀에 남아 있지만, 앞서 말한 문제점에 대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음 시즌에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Q. 최근 북미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샬케04, 파리 생제르망 등 대형 스포츠 클럽들이 e스포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현지 반응이 궁금하다.

일단 그보다 이 말을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유럽 지역 같은 경우는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다. 그러다 보니 여러 나라 선수들이 한 팀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일 국가 선수로만 이뤄진 유럽팀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서 나오는 단점은 뭔가 소속감이나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유럽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그런 점들이 명확하다. 대형 스포츠 클럽은 그 나라의 지역을 대표하고 있고, 어릴 때부터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대한 자부심이나 소속감을 스포츠를 통해 인식하며 자란다. 그런데 이제 이런 큰 클럽들이 e스포츠에도 투자를 시작하고 있고, 지금 태어나는 세대들이나 10대들은 e스포츠에서 그런 소속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Q. 선수들에 대한 연봉 대우는 중국이 최고다. 유럽 선수들의 연봉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내가 생각하기엔 나름 괜찮은 수준이다. 그러나 요즘은 유럽팀들의 국제무대 성적이 하향세다 보니 인프라나 코칭 스태프쪽에 조금 더 투자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과 연봉을 비교하면 당연히 중국이 최고지만, 지역별로 장, 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장점이 연봉이라면, 유럽은 다국적 선수들이 모여 있어, 게임 외적으로도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고, 게임 외적인 시야도 많이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팬들의 호응은 최고다. 영어를 어느 정도만 구사할 줄 알면, SNS를 통해서도 그렇고 팬들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정말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Q. 흥미로운 질문을 하나 하겠다. 롤드컵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또 하나의 흥미 요소는 북미 VS 유럽의 라이벌 구도다. 누가 더 우위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사람들이 항상 북미와 유럽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 이야기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서로 어떻게 하면 발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미와 유럽 모두 중국이나 한국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 않나. 북미와 유럽이 서로 라이벌 구도를 갖는 게 아니라 중국이나 한국, 동양권에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더 발전해야 한다. 라이벌 관계가 아닌 선의의 경쟁 상대가 되어 중국이나 한국과 붙어도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Q. 마지막으로 팀 바이탈리티의 내년 목표가 궁금하다.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눈앞에 있는 목표들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고 싶다. 그래서 '롤드컵에 진출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 LCS EU 스프링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꾸준히 성장하는 팀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