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지훈
-편집 : 서동용

-표지 : 석준규


안녕하세요 전 감독 피파훈, 이지훈입니다.

사실 피파훈이라는 애칭이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흑막훈으로 변했습니다. 내가 진짜 흑막인가 싶었는데, kt 아이들이 케스파컵에서 우승하는 바람에, 이제 부정도 못 하는 신세입니다.

진작에 좀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 이놈들 빠따(?)를 쳐서...는 아닙니다. 진심으로 축하하고 기쁩니다!

오랜만에 팬 여러분께 인사드리는데 다소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 뵙게 되었네요.

글재주가 없어서 쓸까 말까 망설였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분들의 상상보다 더 많은 프로게이머를 봤습니다. 임요환, 홍진호, 이영호, 장재호, 이상혁, 피파훈(자연스럽게 끼워 넣어봤습니다) 등등 성공한 프로게이머들도 있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은퇴하거나 아예 데뷔하지 못한 선수들도 많습니다.

뛰어난 재능이 바탕이 되고, 그 재능을 뒷받침하는 노력이 있기에 그 자리에 위치할 수 있습니다만, 뛰어난 재능 없이도 철저한 자기관리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성공한 선수들도 많습니다.

e스포츠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몸을 담고 있는 선배, 형의 입장에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은, 또는 좋은 프로게이머가 되는 있는 방법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면담이나 상담은 많이 해봐서 자신 있는데 글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어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걱정은 되지만, 어차피 지금은 한 팀의 감독도 아니고! 자유 신분(백수 이지훈 ㅠ_ㅠ)이기 때문에 최대한 편하고 쉽게 써보려 합니다.




◈ 현실을 직시하라

e스포츠 시장이 점점 발전하고 프로게이머들의 화려하고 멋진 모습들 때문에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학교짱', '동네짱'만 먹어도 주변에서 부추깁니다. "프로게이머 한번 해봐"

이런 부추김에 본인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다짜고짜 부모님을 찾아가 일방적인 통보를 합니다.

"자퇴하고, 프로게이머를 하겠습니다"

여기서 솔직해집시다. 프로게이머 지망생 여러분. 정말 내가 간절하게 프로게이머로 성공하고 싶어서 자퇴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밤새 게임을 즐기기 위해 핑계 겸에 자퇴하는 것이 아닌지.

제가 만나본 사람 중, 십중팔구는 후자의 경우였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의 열정과 도전을 폄하하는 것 절대 아닙니다. 이성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고자 말씀드리는 겁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물어봅니다. 자식이 생기게 되면 프로게이머를 시키겠냐고. 제 대답은 단호하게 "NO, 절대"라고 말합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고 성공하기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맞아떨어져야 하므로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부정적인 말씀만 드리고 있는데…. 현직 감독이었다면 희망적인 이야기들만 들려드리려 하겠지만 지금이라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그만큼 신중해야 하고 본인의 상황이나 실력에 단순한 자신감 외에 절대적인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살아가면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본인의 욕심과 잘못된 판단으로 시간을 낭비하거나 큰 실패를 맞이할까 봐 걱정이 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부모님 또는 선생님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본인의 계획과 꿈을 의논해야 하며 현재 본인의 실력을 명확히 인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해당합니다. 이미 정점을 찍은 선수들도 있고 이제 막 시작하는 선수들도 많습니다. 모두 다 성공하길 바라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지요.

프로게이머 선배 중에서 일찌감치 본인의 위치를 알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 성공한 선배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로게이머 당시 가졌던 열정과 노력을 그대로 다른 분야에도 적용했다는 것이지요.

물론, 프로게이머로써 성공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이겠지만 한국 최고, 세계 최고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마음가짐과 노력이라면 어떠한 것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합시다!





◈ 희생하고 포기하자

저는 한국의 프로게이머들이 너무나 존경스럽고, 대단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기 때문에 안쓰럽고 불쌍하기도 합니다.

그 흔한 대학 MT 한번을 못가고 누구나 다 해보는 CC도 못해보고(저는 해봤기 때문에 후후….), 한참 친구들, 연인들과 청춘을 보낼 시기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연습실에서 그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물론 본인이 선택한것 이지만 아직 하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청춘입니다.

여자친구 만나고 싶고,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싶고, 클럽도 가고 싶겠지만, 그 시간에 여러분들의 경쟁자들은 피나는 노력을 하겠죠.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희생과 포기를 하고 있습니다. 팀원을 위해 희생하고, 개인의 욕심을 포기하고, 조금만 더 독해지세요. 조금만 더 포기하세요. 하지만 승리와 성공 앞에서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여러분들이기에 그 미래는 밝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책임감을 갖자

여러분들은 각 팀의 얼굴이자 간판입니다. 항상 겸손하고 타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도 잠시만 쉬고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어리광부리고 투정 부릴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만두세요.

정말 정말 힘든 길입니다. 그 모든 것을 이겨낸 끝에는 영광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너무 강하게 말씀드렸나요?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고, 여러분들이 헤쳐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프로게이머 선배로서 형으로서 감독으로서 여러분들이 모두 다 성공하길 간절히 바랍니다.

한 가지만 기억하세요. 여러분들의 지금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것을. 여러분들은 누군가의 영웅이자 누군가의 미래입니다. 책임감과 자부심을 갖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지만, 글로는 다 담을 수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치열한 프로 세계에서 꾸준히 노력하며 청춘을 바치는 여러분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여러분들은 프로게이머일 때 더 빛나고 멋집니다. 꼭 그 꿈 이루시길 바랍니다.

더 궁금하신 점이나 상담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제 SNS나 이메일(magicnsfifa@naver.com)로 요청하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페이커는 도대체 언제쯤 여자친구가 생길까요? 김정균 감독은 언제쯤 결혼할까요?

이 궁금증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인벤에 계속 놀러 올게요. 빠른 정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