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역삼동 디캠프(D. Camp)의 세미나 룸 현장은 뜨거웠다.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부당함과 게임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현상의 본질적 원인 등이 거론된 자리. 참석한 패널들은 모두 제각각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오늘 토론의 주제는 게임 규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었다. 게임중독이라는 문제를 어떤 시각에서 바라봐야하는지, 또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방향에서 접근해야하는지가 핵심이었다.

토론 진행을 맡은 성균관대학교 김종태 교수는 "100분 토론에서처럼 시간을 정해놓고 진행하는 자리가 아닌 만큼 편안하게 의견을 말해달라고"고 당부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게임업계 관계자이거나 게이머들이었던만큼 다소 날카로운 지적들도 꽤 있었다. 각 패널들 중 다소 신랄한 표현들을 사용했던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봤다.



진중권 교수

- 그간 게임 규제 법안을 거의 새누리당이 발의했다는 것은 그들의 시각적 편향이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 '게임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나는 '법안뇌'를 이야기하고 싶다. 법안 과몰입 현상을 이야기해야한다.
- 아이들을 죽이는 것은 게임이 아니라 공부다. 공부 셧다운제를 만들어야 한다.
- 게임을 자꾸 건드리는 것은 경제, 정치, 가정 문제의 본질을 볼 수 없게 하는 일종의 가림막(Screening)이다.


진중권 교수는 스스로 "게임을 사랑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분명히 밝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문화 패러다임은 게임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관련 담론에 깔린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인 부분을 깨워야 지금의 무의미한 논쟁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을 내놨다.

진 교수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게임 규제에 관한 법안들이 여럿 있었으며, 그 중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새누리당에서 발의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거의 일방적으로 나타난 통계에 대해 그는 지극히 편향된 시각을 엿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 내놓은 의견 중 '게임뇌'에 관한 것이 있다. 진중권 교수는 이것을 언급하며 "나는 오히려 '법안뇌'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어떠한 욕망이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법안을 강박적으로 계속 발의한다는 것.

진중권 교수는 신의진 의원에 대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게임에 대한 편견, 그리고 그 안에 깔려있는 무의식을 일깨워주고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 전반에 걸친 무의식적 부분을 건드려야하며, 이와 함께 게임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화 교수

- '게임은 문화다'라는 말은 그동안 우리가 외면하던 프레임이다.
- 게임중독자의 뇌가 약물중독자의 뇌와 같다는 것은 '지적 사기'에 해당한다.
- 무조건 못하게 막는 것은 아이들이 조절능력을 습득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 정부와 국회는 '이 정도 규제해도 게임산업이 잘 돌아갈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화여대 이인화 교수는 "게임이 잘 나갈 때는 문화적 접근을 거부하고 산업적 성과만 강조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이번 기회에 게임이 문화적 정체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화두를 꺼냈다. 또한, 게임의 가치에 대한 진지한 지적 고민을 해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게임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했다. 게임에 과도하게 매달리는 사람들의 뇌가 약물중독자들의 뇌와 같다고 말하는 것은 '지적 사기'라는 것. 영어에서 말하는 Brain과 Mind와 Soul은 모두 다른 영역이며, 게임뇌는 이것들을 혼용해서 풀이한 사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인화 교수가 말하는 핵심은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다. 대항 법안을 제시해 똑같은 측면에서 대응하든지, 아니면 선제 입법을 해서 여지를 막자는 것이다. 그는 "소금 중독이 병리적으로 인정되고 있지만, 소금 성분이 인체에 필요하다는 사실이 인정되고 있고, 다만 그것이 과도하게 섭취되지 않도록 조절하자는 것"이라고 말하며 "게임에 관해서도 이와 비견되는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 교수는 규제 법안 중 매출 징수에 관한 내용이 있는 것에도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정부나 국회가 '게임산업이 굉장히 튼튼하게 잘 돌아가고 있으니 이 정도 규제는 괜찮겠지'라고 착각하는 듯하다"라며 "실제 게임산업은 안팎으로 적잖은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게임의 문화콘텐츠적 정체성을 파괴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방승준 학부모

- 이건 학부모들의 '성적 중독' 문제다. 이 상황에서는 게임은 물론 연애도, 다른 문화생활도 그저 방해물일 뿐이다.
- 노동 시간을 줄이고, 학원을 셧다운 시키고, 공교육을 살려라. 정말 애들 죽어간다. 게임 가지고 장난칠 때가 아니다.
- 지금 법령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부모가 게임을 같이 하게 해야 한다. 공감하지 못하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내 자식들을 법과 규제로 키울 것이냐.
- 입법하시는 분들이 너무 하이레벨 교육만 받다보니 창조력이 고갈된 듯하다.

현직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는 방승준 씨는 "정신과 전공은 아니지만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게임 중독이 병리적으로 맞는가를 따져봤지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교육을 강하게 시키고 그래도 안 되면 외국으로 내보내는, 학부모들의 '성적 중독'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성적에 집착하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자기 조절 능력을 잃어간다고 말하며, 아이들이 성숙하기 전에 게임을 비롯해 모든 문화요소를 알려주고 스스로 조절 능력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승준 씨는 "신의진 의원에게 제안하고 싶다"며 "가족 간의 대화를 위해 야근을 줄이고 학원 시간을 줄여달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학생들 자살 소식이 몇 달에 하나씩은 들려온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게임 가지고 장난칠 때가 아니다"라고 힘주어 이야기했다.

법안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이인화 교수와 달리 그는 지금 법령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더 이상 규제 법안을 내지 않아도 게임 중독을 해결할 방안이 있으며, 신의진 의원은 그것을 좀 더 알아봐야 한다는 것이 방승준 씨의 주장이다.

방승준 씨는 "한국의 공교육은 충분히 훌륭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며 "이것을 활용하면 사교육을 전멸시키고도 남을텐데, 입법하시는 분들이 너무 하이레벨 교육만 받다보니 창조력이 고갈된 듯하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공교육에 투입되어 있는 돈과 인력, 장비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면 법적인 개입 없이도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