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은 아니었다. 그러나 유저들은 잘 모른다. 아니 사실 나조차도 따로 듣기 전에는 알지 못했다. '엔매스 엔터테인먼트'. 나름 상당이 게임을 즐겼다고 자부하는 유저들 중에도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엔매스 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 친숙한 게임 개발사도 아니고, 큰 작품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엔매스 엔터테인먼트. '테라'로 북미 진출을 꿈꾸던 '블루홀 스튜디오'가 퍼블리셔를 찾다가 직접 미국에 차려버린 자사 법인이다. 어떻게 보면 그저 자회사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테라의 국내 수익보다 해외 수익이 더 커져버린 지금, 엔매스 엔터테인먼트는 이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계속해서 걷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올해에도 굳이 인터뷰를 해야 할까 싶었다. 매년 지스타 현장에서 인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그간 PC 온라인 게임에만 주력해온 엔매스가 이번에 시선을 준 곳은 바로 모바일.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 엔매스는 북미, 서구 시장에 아시아산 게임을 유통하는 가교로서, 흥미로운 모바일 게임을 찾아 지스타2014를 찾았다.

많은 인파가 모인 B2C와는 다르게 조금은 차분했던 B2B에서 만난 엔매스의 CEO '크리스 리'. 북미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 그리고 한국 모바일 시장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 엔매스 엔터테인먼트(Enmasse Entertainment)의 CEO 크리스 리(Chris Lee)


Q. 1년만의 만남이다. 지스타는 이번째로 몇번째 방문인가?

아마 네번째? 그 정도 된 것 같다. 네번정도 온거같다.


Q. 올해 지스타를 둘러보고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항상 올 때 마다 좋은 인상을 받는다. 지스타에는 굉장히 많은 볼거리가 있고,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바른손의 신작을 흥미롭게 보았다. 로스트아크 등을 흥미롭게 보았다. 작년에 보았던 게임들이 해가 갈수록 진화하는 모습도 굉장히 볼만한 요소다.

세계에는 다양한 게임쇼가 있지만, 엔매스에게는 지스타가 가장 중요한 행사다. 특히 아시아 게임개발사들과의 파트너쉽을 체결하는데 있어서 가장 좋은 행사라고 본다. 최근의 지스타는 모바일이 대세로 올라오는 현 상황이 잘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Q. 그간 한국 게임은 별로 가져가지 않았었다. 현재 퍼블리싱을 하기로 내정된 한국 게임이 있는가?

다음 몇 달 안에 런칭할 두 가지 모바일 게임을 이미 계약한 상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 게임을 늘려 포트폴리오를 늘린다기보다는 최고의 게임을 선정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른바 부티크 퍼블리셔를 전략으로 삼고 있다. 모바일에서도 PC에서 가져온 노하우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Q. 퍼블리싱할 게임을 선정하면서 가장 중점으로 보고 있는 점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대상이 될 유저들에 대한 배려이다. 서구 유저들 역시 유행이 있고, 취향이 있다. 지역별로 주력이 되는 게임의 장르는 다르다. 우리 지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저들이 서구 유저이므로,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지를 주로 살펴본다.


Q. 한국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게임을 보면 대부분 RPG로 편중되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따로 원하는 장르의 게임이 있는지?

우리가 처음으로 런칭할 한국의 모바일 게임은 액션 퍼즐 게임인 프룻 어택이다. 두 번째 게임은 워스토리라는 턴 방식의 전투를 가진 귀여운 이미지의 게임이다. RPG 역시 서구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장르이지만, 익숙한 장르를 먼저 가져가 빠르게 퍼뜨릴 수 있는 것에 주력했다.


Q. 전에는 PC게임을 위주로 퍼블리싱해왔다. 모바일 게임을 퍼블리싱하려 결정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올해의 경우 PC와 모바일 둘 다 보고 있는게 맞다. PC온라인도 보고 있지만, 모바일의 성장세를 무시할 수도 없고, 기존 PC게임 개발사들이 모바일도 다루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바일도 함께 하게 되었다. PC온라인은 회사의 기본적인 가치이므로 이어갈 생각이고, 모바일을 통해 그 영역을 확장해나갈 생각이다.


Q. 개발사 입장에서 엔매스 선택하면 이점은 무엇인가?

엔매스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한국 개발사의 관점에서 볼때 상당히 다문화적인 배경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인들, 타문화인들이 많다.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하고, 한국의 개발사와 일해본 경험이 많아 한국과 시차를 맞춰 일하는 것도 익숙하다.

우리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서구화이다. 단순한 현지화를 넘어서 한 걸음 더 나가는 것이다. 개발사의 의도를 파악해 서구 유저들에게 맞추는 작업에 익숙하고 이 부분이 자신있다. 또한 우리는 퍼블리싱을 위해 만들어진 회사로, 이 과정을 즐기며 일하고 있다. 작은 회사의 경우 퍼블리싱이 어려운 업무이기에 어려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부분을 즐긴다.


Q.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가?

나중에 큰 기회나 유저들의 요구가 생긴다면, 그렇게도 될 수 이씨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은 퍼블리싱에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퍼블리싱 중에도 유저들의 니즈를 알 수 있기에 점점 노하우가 쌓인다. 하지만, 지금은 퍼블리싱에 주력하고 싶다.


Q. 엔매스만의 차별화된 현지화 전략을 설명할 수 있는가?

예를 하나 들어 볼 수 있다. 테라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테라의 한국의 동화나 민간설화 등을 굉장히 많이 참조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부분을 현지의 동화나 문화에 맞춰 변경했다. 각 나라의 문화는 다르고, 다른 경험을 갖고 있기에 현지화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유저들이 잘 이해하지 못할 수가 있다.

때문에 우리는 현지의 사정에 정통한 직원들을 보유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게임이 전달하는 이야기를 훨씬 더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변경해낼 수 있었다. 물론 우리가 특정 지역은 독자적인 퀘스트라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끔은 엔매스에서 처음부터 퀘스트를 만든 이후, 블루홀이 받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한다.


Q. 만약 그렇게 되면 기존의 세계관과 충돌하는 경우가 생기지는 않는가?

때문에 우리는 작가들을 서울에 보내 더 높은 단계, 그러니까 세계관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설정에 맞춰 이야기를 작성하게끔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독자적인 스토리라인은 전체적인 게임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단순히 스토리 퀘스트를 현지화하기도 하지만, 이를 서구화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난이도나 설정 등등을 서구에 맞춰 변화시키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 중에는 아이템이 포함될 수도 있다. 현지의 사정에 맞춰 아이템의 외형을 변경하는 식으로 말이다.


Q. 다루는 게임들이 모두 아시아권의 게임들인데, 아시아권의 게임을 서구로 옮기는 일종의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가?

사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그런 발표를 한 적은 없다(웃음). 당연히 유럽 개발자들과 퍼블리싱에 관해 논한 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시아권의 게임개발사들이 우리와 가장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쉬웠다. 유럽권의 개발사들이 만드는 톡톡튀는 인디 게임들이 있지만, 범용적인 시선에서 볼 때는 아시아 개발진이 아직 우리에겐 더 유리하다.


Q. 만약 한국 개발사가 북미 시장을 염두해두고 게임을 개발한다면 어떠한 조언을 해주고 싶나? 그리고 이런 점에서 엔매스가 가지는 장점은?

그런 게임사가 있다면 좀 알려달라(웃음). 만약 강력한 파트너가 있고, 그들이 서구 시장에 정통하다면 그들을 가능한한 빨리 개발 초기에 관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현지화 과정에서 가해질 수정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언제 이들을 개발 과정에 받아들일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엔매스의 강점은 상대가 어떤 개발사고, 그들이 무엇을 파악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퍼블리싱하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피드백을 받아 북미쪽에 알리게 된다.


Q. 지스타에 와서 더 심도있게 논의되고 있는 업체는 혹시 있는가?

그렇다. 하지만 비밀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는 말해주기가 힘들다. 개발사들로부터 받은 가장 큰 피드백은 북미에 런칭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고, 우리는 그에 대해 최선의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이다. 때문에 다양한 개발사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는 것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