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장르: FPS
⊙플랫폼:
PC, PS4, XBOX One ⊙발매일: 2016년 10월 28일


내 돈 주고 산 최신 게임. 스팀에는 나오지도 않아 라이브러리 숫자 늘리기를 포기한 채 큰맘 먹고 샀더랬다. 그런데 평가가 영 좋지 않다. 싱글 플레이는 부실하고 서버는 터지기 일쑤다. 그래도 참고 하려고 했는데 출시 한 달 만에 게임 가격이 반 토막 난 채 할인 판매를 시작했다.

게임 팬에게 정가 주고 산 게임이 제대로 즐기기도 전에 할인 품목 대열에 낀다면 기뻐한 게이머가 누가 있을까? 아니 게이머들이 가장 화나는 일 목록에 1,2번을 다툴 일이다. 콜오브듀티 개발자들이 설립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타이탄폴'이 딱 그랬다. 가뜩이나 팬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에서 결정된 가격 인하는 불붙은 분노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그래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싱글플레이를 생각나게 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멀티플레이의 매력이 있지 않다면 이도저도 아닌 게임일 뿐일테니 말이다. 하지만 영상에서 본 '타이탄폴2'는 나에게 한 번만 더 믿어보라고 말하는 듯 벼리고 벼린 자신의 강력한 전투를 뽐내고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기대가 커져 가던 차 게임스컴2016 현장에서 타이탄폴2를 직접 플레이볼 수 있었다. 그리고 게임을 시연하면서 3번 이마를 탁 쳤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을 몰랐다'라고. 큰 소리로 놀라 나온 목소리에 외국인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딱히 따갑진 않았다. 그들도 나처럼 생각했다는 듯 고개를 연신 끄덕였으니까. 타이탄폴2는 보고 듣고 플레이하는 것 모두로 나를 놀라게 했다.



■ '정말 예쁘게 잘라볼게요' 뺄 건 빼고 더할 건 더한 액션의 보는 맛

가장 먼저 나를 놀라게 한 건 부드럽기 그지없는 움직임과 이를 멋지게 그려내는 깔끔한 그래픽이었다.

타이탄폴2는 전투에서 직접 사용되는 '번카드'를 없애고 MOBA FPS에서 볼 수 있는 쿨타임이 있는 스킬 시스템을 선택했다. 게임 내에서 지나치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수집 요소의 영향력을 줄이고 게임의 승패를 플레이어의 역량에 맡겼다.

여기에 타이탄 호출 게이지가 추가되면서 한 화면에 표시해야 할 정보는 더욱 많아졌다. 그런데 되레 화면은 깔끔해졌다. 개발진은 포기할 정보 표기는 포기해가며 UI를 정갈하게 다듬었다. 그 덕에 화면 안에 가득 찬 액션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리 게임 화면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부실하면 볼 맛이 안 난다. 이런 표현을 빌리자면 타이탄폴2의 그래픽은 몇 번을 맛봐도 질리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쨍한 색감에 먼 배경은 날려버리는 극적인 연출은 말 그대로 맛있는 뷰를 자랑한다.

화면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보여주는 것은 더 화려하게 다듬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 배우기는 쉽고, 숙련되면 강해지는 전투 시스템

영상이나 기타 리뷰를 통해 공개된 꾸준히 알려진 그래플링 훅은 파일럿 전투 양상을 바꿀 힘을 가졌다. 거리만 닿는다면 눈에 보이는 어떤 물체나 지형에 걸어 튕겨 나아가 적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적어도 아캄 시리즈나 언차티드4처럼 훅이 박히는 곳을 찾기 위해 시야를 이리저리 돌릴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어줍잖게 두리번거리다가는 타이탄 대신 미간에 총알이 꽂히는 속도만큼 빠르게 황천행 버스를 타는 게임 특성상 순간의 결정에 따라 내 몸이 움직여진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스파이더맨이 거미줄로 그네를 타듯 날아가는 액션도 매우 쉽게 할 수 있었다. 건물을 사이에 두고 줄을 타고 넘어가 적의 뒤로 급진. 마무리 일격을 넣는다든가 타이탄의 머리 위로 올라가는 일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

FPS 게임에 약한 기자가 게임 패드로 이런 움직임을 두 세 번 만에 해낼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일이다. 조작 하나만큼은 게임 속도에 반하는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소위 키보드와 마우스로 게임을 즐긴다면 얼마나 능숙하고 다양한 전략을 만들어낼지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만, 훅이 걸리는 거리가 생각보다 짧아 허공에 훅을 날리고 어물쩍거리다 죽는 경우가 많았다. 걸린 훅을 이용하는 것보다 제대로 걸칠 수 있는 거리를 재는 데 더 숙련도가 필요하다는 점. 이는 훅의 움직임이 매우 사실적이고 유저 반응에 수동적으로 반응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적어도 걸린 후에는 내가 생각하는 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한편 게임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타이탄의 위압감은 전작보다 떨어졌다. 파일럿으로도 아군과 합을 맞춘다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대신 타이탄을 호출할 수 있는 게이지의 충전 속도가 빨라 플레이의 1/3은 타이탄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타이탄의 강력함을 덜어내니 실력이 떨어지는 유저들의 대처는 좀 더 쉬워졌다. 타이탄을 제압하면 금세 자신이 소환할 수 있게 되니 역전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게 됐다.

한편으로는 타이탄의 활용이 높아져 전투 스케일과 다양성은 늘어났다. 타이탄과 타이탄, 파일럿과 파일럿, 타이탄과 파일럿 등 전투 양상은 늘어났고 이런 급작스러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유저가 적의 수급을 더 많이 챙겼다.

초심자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은 낮추되 운이나 외적이 요소보다는 개인 실력에 의해 승패가 갈리도록 만든 변화. 이는 신규 유저와 코어 유저 모두를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 글로는 설명 못 하는 헤드폰 속 현장감

앞서 절륜한 전투의 대단함에 대해 길게 설명했지만 가장 놀라운 점은 전장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짜릿한 전투도,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상황을 정확하게 받아들이게 하는 정갈한 그래픽도 아니다. 타이탄폴2의 최고 강점은 두 귀를 연신 두드리며 이곳이 전장의 한가운데임을 알리는 음향 효과에 있다.

영상에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지만, 양손에 쥔 패드의 감각에 정확히 일치하는 타격음은 내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인지하게 도와준다. 맞을 땐 맞고 있고 때릴 땐 때리고 있다고 말이다. 단순히 총기 소리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이 음향 피드백 덕에 게임 몰입감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소리와 화려한 이펙트가 더해지며 미래전을 다루는 FPS는 타격감이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완전히 엇나간 게임이 되었다. 유일한 아쉬움이라면 게임과 함께 즐긴 소리의 울림을 글과 사진에 실어 한국으로 보내지 못한다는 점 정도다.






타이탄폴의 싱글 플레이가 아쉬웠다고 해서 베타 버전에서 싱글 플레이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말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리스폰 스튜디오가 콜오브듀티에서 보여준 장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이와 같은 의견을 가질 것이다.

전 세계 게임 팬들을 충격의 도가니에 빠트린 콜오브듀티: 모던 워페어의 '노 러시안'만 떠올려도 알 수 있다. 그저 '노 러시안' 하나만 본다면 이 미션은 러시아 공항의 무고한 민간인을 학살하는 잔혹한 임무일 뿐이다.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 스파이 역할을 하는 등장인물의 상황이 물리며 게임이 전하는 주제 의식까지 한꺼번에 전하며 마카로프라는 천인공노할 악당의 인간성을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제역할을 또렷이 했다.

개발진이 가진 진짜 장점은 멋지고 화려한 연출 이상으로 이야기 어떻게 전달하는지 알고 있다는 점이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 뛰어나다고 할까.


게임플레이에 20분 남짓한 체험 시간 동안에 드라마를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게임 행사 시연이라는 짧은 시간에 타이탄폴은 전투로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멀티 플레이에는 그 이상의 변화를 장담한 싱글 플레이 역시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