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게임학회가 후원하는 제3회 게임문화포럼이 금일(22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게임이 가진 사회, 문화적 다양성과 잠재력을 전문가들의 견해를 통해 일깨우는 한편, 게임 학계, 업계 전문가 간 담론 형성의 자리를 마련코자 준비됐다.

포럼에서는 3개의 세션과 현업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게임의 문화적 잠재력을 일깨우다'를 주제로 차이나랩 김두일 대표는 중국 내 게임문화의 다양성과 한국 게임문화를 비교했으며, 이어서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게이미피케이션을 활용해 게임의 잠재력을 체험할 수 있는 강연을,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은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게임이 받고 있는 오해와 게임의 문화적 가능성, 긍정적인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게임이 가진 사회, 문화적 다양성과 잠재력이란 과연 뭘까? 이날 그들의 강연을 통해 단순히 즐기고 소비하는 오락이 아닌, 문화로서의 게임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준 원장 개최사 - "게임문화포럼, 게임의 인식 개선 시발점되길"

▲ 한국콘텐츠진흥원 김영준 원장

요즘 게임 산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정적인 인식이 사회 저변에 깔렸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콘텐츠 진흥원에서도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게임이야말로 콘텐츠를 이끌 핵심 사업이자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콘텐츠 수출의 40%를 넘게 차지하는 게 게임이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게임 산업이 성장해야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거라고 여겨진다. 콘텐츠 진흥원은 앞으로도 게임 산업의 진흥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할 생각이다.

오늘 이 포럼을 통해 게임이 일상적인 콘텐츠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을 잇는 커뮤니티의 도구란 걸 알았으면 좋겠고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들을 개선하는 데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국장 축사

▲ 문화체육관광부 조현래 국장

청소년의 90% 이상은 게임을 한다고 할 정도로 친숙한 존재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어른들이 게임을 하지 않으면서도 터부시한다. 이 인식을 어떻게 개선하고 풀지가 당면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포럼을 통해 사회를 바꿀 좋은 의견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회장

게임을 둘러싼 환경을 보면 그 나라가 문화적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를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도 그랬다. 과거 게임을 둘러싸고 극심한 탄압을 한 바 있다. 게임 뇌라는 황당한 이야기가 책으로 나와서 사회적 논란이 될 정도였고 80년도에는 닌텐도를 두고 게임에 대한 문제나 중독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미국과 유럽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나라들도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게임이 청소년들의 놀이 문화라는 걸 깨닫게 됐다. 아니, 단순히 놀이 문화가 아닌, 청소년 삶의 일부라는 걸 수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 됐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같은 청소년 문화라고 해도 BTS는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고 언론에서도 좋게 표현하고 있지만, 게임은 여전히 인색하다. 이 현실을 하루아침에 바꿀 순 없겠지만 오늘 포럼을 연 이런 노력이 주춧돌 쌓이듯 쌓이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


■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 게임물관리위원회 이재홍 위원장

현재 대한민국 게임 산업 가치는 13조를 넘어서고 있다고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먹거리 사업인 셈이다. 4차 산업이 굉장히 큰 파도로 몰려오고 있는데 이 4차 산업의 핵심 콘텐츠 역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할 때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사업의 핵심 역시 게임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

그렇기에 이제 게임을 문화적 가치를 가진, 사회적 가치를 가진 핵심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도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오늘 포럼을 발판삼아서 게임 산업이 좀 더 여러분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우리 산업의, 국가 이익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길 바란다.



■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 - "세상을 바꾸는 게임의 잠재력"

▲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

강원대학교 김상균 교수는 '게임의 잠재력을 경험하자!'를 주제로 강연을 이어나갔다. 게임이 가진 잠재력이란 뭘까? 김상균 교수는 메이플라이(Mayfly)라는 간단한 카드 게임을 통해 게임의 잠재력을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메이플라이는 10장의 카드로 인생을 미리 플레이해볼 수 있는 간단한 방식의 게임이다. 규칙은 다섯 개로 다음과 같다.

1. 가치 카드 7장, 생명 카드 3장(기대수명 = 70년 + 생명 카드 수 * 5년)
2.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가치 카드를 모으세요.
3. 교환 조건(가치와 가치, 가치와 생명, 1대1 아니어도 됨, 상호 합의 필수)
4. 10분 동안 교환, 최소 4명 이상과 교환
5. 플레이 종료 시, 당신이 가진 가치 카드 간직 & 기대수명 계산

도대체 메이플라이가 어떤 게임이기에 게임의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하는 걸까? 게임이 진행된 지 조금 지난 시점에서 김상균 교수는 메이플라이를 통해 자신의 목표,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구체화하지 않는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생각할 뿐이다. 하지만 추구하는 가치를 구체화하는 건 삶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 메이플레이의 목표는 추구하는 가치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실제로 김상균 교수는 자신의 목표에 대해 그저 막연히 생각하기만 한 집단과 그걸 구체화한 집단을 비교하니 구체화한 집단의 성취도가 무려 42%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목표를 구체화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그걸 이룰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이 성취도를 더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목표를 알려줘 계속 상기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전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최대 78%까지 성취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균 교수가 주목하고 있는 게임의 잠재력이 바로 이것이다. 최근 게임들은 여러 현실적인 주제들을 제시한다. 즉,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바뀌고, 이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게임의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를 끝마치며 김상균 교수는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고 가벼운 놀이로만 보는 인식이 많지만, 게임은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콘텐츠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라며, "수익성, 재미만 담기보다 우리의 삶과 세상을 좀 더 밝은 곳으로 인도해줄 수 있는 걸 담아주길 바란다"고 전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 게임의 잠재력, 오해와 진실

▲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

세 번째 세션으로는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겸 게임문화재단 김경일 이사장이 강단에 올라 '게임의 잠재력, 오해와 진실'에 대한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가 말하는 게임의 잠재력이란 뭘까? 김경일 이사장은 우선 근래 인간에게 AI가 큰 충격을 준 사건들에 대해 연달아 설명했다.

AI가 첫 번째로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사건은 1997년 체스 챔피언을 꺾으면서부터다. 이후 2011년 IBM의 왓슨이 퀴즈 프로그램에서 인간 챔피언을 압도했고, 이후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점점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에 사람들은 AI에 두려움을 가지게 됐다.


일부에선 창의성이 필요한 예체능 분야는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라고 여겼지만, 그마저도 2017년 깨지게 됐다. 어느 날 홀연히 등장한 렘브란트의 그림. 그걸 보고 많은 전문가가 진품이라고 말했지만 수많은 렘브란트의 작품을 분석, 학습한 AI가 그린 그림이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영역까지 이미 AI는 인간을 따라잡은 거였다.

그렇다면 인간은 이제 AI보다 전부 못하게 된 걸까? 김경일 이사장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적어도 2개 영역에서는 인간이 압도적으로 AI보다 빠른 부분이 있다는 거였다. 첫 번째는 바로 압도적으로 빠른 프로세스다. 예와 아니오로 답하는 질문에 대해 인간은 즉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AI는 다르다. 프로세스를 따라 온갖 데이터를 뒤지고 답을 낸다.

두 번째는 바로 틀을 깨는 창의성이다. AI는 A와 B를 알려주면 A+B를 만들 수 있지만 C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A와 B만 알려줘도 어느 순간 C를 만들어낸다. 렘브란트와 유사한 그림을 그리다가 갑자기 전위적인 그림을 그리게 된 피카소를 예로 들며 김경일 이사장은 이런 틀을 깨는 창의성이 있었기에 인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간의 틀을 깨는 창의성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김경일 이사장은 심리학자 칼 던커의 종양 문제를 예시로 제시했다.

당신은 의사입니다. 당신 앞에는 위에 악성 종양을 가지고 있는 환자가 있습니다. 이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종양이 제거되지 않으면 이 환자는 사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종양을 파괴하는데 사용 가능한 레이저가 하나 있습니다. 만약 그 레이저가 충분히 강한 강도로 그 종양에 도달하게 되면 그 종양은 제거됩니다.

하지만 이 강도로 레이저가 종양에 도달하게 되면 거기에 도달하기 전까지 통과하는 다른 신체 부위도 마찬가지로 파괴됩니다. 반면 낮은 강도로 종양에 도달하면 다른 신체조직은 피해를 보지 않지만 종양도 제거되지 않습니다.

다른 신체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동시에 종양을 제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런 정보 없이 칼 던커의 종양 문제를 접한 사람들은 어떤 집단에서든 약 10% 정도만 정답을 냈다. 하지만 요새를 여러 방향에서 공략해 함락하는 내용의 게임을 알려주자 정답자 수가 30%로 증가했다. 더 놀라운 건 아까 그 게임이 힌트라고 하자 정답자가 70%까지 늘었다는 부분이다. 얼핏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게임을 보고 정답을 알았다는 얘기다. AI는 가지지 못한 인간만의 힘 '유추' 덕분이다.

이런 유추는 은유를 통해 익힐 수 있다. 문제는 과거에는 은유를 책을 통해 배웠는데 오늘날에는 점점 책으로 은유를 배우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 책을 대체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게임이다. 우리는 이제 다양한 주제를 담은 게임을 통해 다시금 은유를 배우고 있다. 과거 책보다도 더 빨리 말이다.

▲ 과거와 달리 이제는 게임을 통해 우리는 은유를 익히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AI가 따라잡지 못하는 인간만의 힘 유추와 은유에 대해 설명하며, 김경일 이사장은 끝으로 게임이 가진 잠재력을 더 높게 봐야 한다고 전했다. AI는 분명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세상을 바꾼 건 바로 틀을 깨는 창의성이었다. 그리고 그런 창의성은 유추와 은유가 있어야 태어날 수 있다.

앞으로의 세상도 마찬가지라며, 그는 게임 속에 담긴 다양한 유추와 은유가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면 과거 책으로 익히던 것보다 더 뛰어난 효과를 볼 것으로 본다고 전하며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