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대표 위정현, 이하 공대위)는 어제(26일) '교육에서 바라본 게임: 교육계에서 게임을 이야기하다'를 주제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시작에 앞서 공대위 관계자는 "게임업계 밖에서는 어떻게 게임을 이야기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오늘 자리를 마련했다"며 "게임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교육계의 다양한 인사를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대표는 인사말에서 "기존 게임이용장애 토론회는 우리들(게임업계)의 잔치로 끝난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게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토론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취지를 소개했다. 이어 "부모가 보는 게임, 법조인이 보는 게임, 게임으로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그리고 학생이 생각하는 게임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교육과 게임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전했다.



▲ 통일부 이성원 사무관

책 '쇼미더 스타크래프트' 저자 이성원 작가는 통일부 사무관이다. 이성원 작가는 발표에 앞서, 통일부 소속 직원이 아닌 게이머로서 말하는 것이라 밝히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그는 게이머인 자신이 게임을 하면서 무엇을 배웠고 게임에 어떤 잠재력이 있는 책 '쇼미더 스타크래프트'에 담아냈다. 책은 진중문고로 선정되어 우리 장병들에게 친숙한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군사와 경제, 정치를 알려준다.

먼저 이성원 작가는 스타크래프트 UI부터 다양한 정보가 숨어있다고 소개한다. 중앙 하단 창을 보고서 어떤 유닛이 어느 상태인지 알 수 있고, 좌측하단 미니맵을 통해 적의 현황과 전환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소개에 따르면 교전에도 다양한 이론이 숨어있다. 일례로 아비터가 스테이시스 필드를 통해 적을 얼리는 것에는 '란체스터의 법칙'이 숨어 있다. 란체스터의 법칙 중 하나는 병력의 차이가 단순히 덧셈 뺄셈 관계가 아닌, 제곱 관계라고 분석한다. 프로토스 플레이어가 뭉쳐있는 탱크에 스테이시스 필드를 사용하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란체스터의 법칙을 계산하는 셈이다.

스타크래프트에는 경제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도 적용할 수 있다. 병력을 뽑을 것인지 일꾼을 뽑을 것인지 선택하는 게 죄수의 딜레마와 비슷하다는 게 이성원 작가의 설명이다. 만약 내가 병력을 뽑지 않은 채 자원만 모은다면, 적 병력이 생겼을 경우 지게 된다. 병력과 자원 수집 사이에서 게이머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이성원 작가는 게임을 통해 다양한 교훈을 배울 수 있다고도 전한다. 최고란 없다는 것, 움직여야 산다는 것, 내 마음대로만 되는 건 없다는 것 등이다. 또한 필승전략은 없고 모든 기술과 전략전술은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란 것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게임의 가장 큰 교훈은 패배로부터 배운다는 점이다. 이성원 작가는 "게임이든 세상이든 선비처럼 가만히 있으면 질 수밖에 없다"고 정리했다.

이성원 작가는 군사 분야에 앞으로 게임이 데이터로 쓰이리라 예측했다. 그는 "게임은 단순히 유희의 산물에만 그치지 않고, 아마존이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듯 군사 분야에서 게임의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원 작가는 현재 군사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그는 "미래 군사 체계를 예측하는 데 이미 나온 게임 속 무기를 분석하고 있다"며 "실제로 논문을 쓰는데 게임 속 콘텐츠나 플레이가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질병 논란에 있어 이성원 작가는 "무엇이든 중독되면 손해를 많이 보는데, 중독된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살펴야지 게임 자체를 병균으로 보는 시선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거처럼 게임중독을 미워하되, 게임 자체를 미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경동고등학교 조상주 교감

조상주 교감은 현재 학교에서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얼마나 빠졌는지부터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수업 중에 뒤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들, 스마트폰을 보며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이 요즘 매우 많다고 전했다. 조상주 교감이 속한 고등학교는 스마트폰에 관한 규칙이 '수업 중에 사용하지 말 것' 하나만 있다. 그는 최소한의 규칙도 못 지킬 만큼 스마트폰 콘텐츠의 중독성음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육적 게임'에 대해 의문점을 던졌다. 조상주 교감은 "게임을 통해 교육적인 것을 줄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럴 거면 교육을 통해 더 집중적으로 알려줄 것인지 굳이 게임을 통해야 할까?"라며 "애들이 게임에서 뭘 배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배우려 하지 않고 오로지 놀 생각만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조상주 교감은 아이들이 게임을 비롯해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에 일차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모와 아이가 소통을 잘한다면, 아이는 명확한 목표 의식을 갖고 자란다"며 "아이가 방황하며 게임에 빠지는 이유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 SBS CNBC 임종윤 앵커

임종윤 앵커는 SBS CNBC 소속이다. 그는 부모로서의 경험을 전했다. 먼저 임종윤 앵커는 자신이 게임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다고 고백했다. 게임에 대한 가치 판단을 하지 못할 정도로 게임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임종윤 앵커의 아이는 게임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대학에서 게임을 전공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왜 당신은 게임을 모르는데, 아이는 게임 관련 학과에 보냈나?"라고 물으면 "내가 모른다는 이유로 게임을 나쁜 것으로 봐야 할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 이슈가 '조국 장관 사태'와 비슷하다고 사견을 전했다. 미디어를 통해 나오는 조국 사태는 진영 논리로 볼 수 있다며, 본질을 떠나 어느 진영이 이기는 지에 따라 이득과 손해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게임을 통해 산업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질병화가 된다면 새로운 예비환자가 생겨서다.

임종윤 앵커는 "게임은 우리 사회가 가진 다양한 문화 콘텐츠 중에 하나일 뿐이다"라며 "게임을 한다는 건 좋고 나쁨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임종윤 앵커는 "게임을 하면 공부를 못하고, 빠지면 인생이 망가졌다고 봐야 할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을 기성세대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어떤 게임을 하고, 왜 재밌는지 서로 대화한다면, 게임을 둘러싼 문제도 수월히 해결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게임이용장애 이슈도 기존 틀 안에 갇혀서 보는 게 아니라,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보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서민수 학생

현재 고등학생인 서민수 학생은 "내게 게임은 하나의 사회이다"라 운을 떼며 "배운 바로 사회는 공통 생활을 함께 영위하는 인간 조직의 총칭인데, 게임도 사회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서구 PC방 사건처럼 게임이 원인으로 지적됐던 문제에 대해서는 "게임을 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문제가 있는 사람이 게임을 했던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서민수 학생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차, 지난 11년 동안 학교에서 게임에 대한 좋은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다"라며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 스마트폰 과의존, 게임에 대한 문제만 가르친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그럴 때마다 게임하는 사람은 꼭 초췌하게만 보여줘 인식을 나쁘게 한다"고도 전했다.

끝으로 서민수 학생은 "우리에게 있어서 게임은 그저 놀 거리"라며 문화나 예술로 나아가는 게 아닌 게임 그 자체에 주목하기를 바랐다.


▲ 법무법인 율촌 이승민 변호사

이승민 변호사는 먼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이 정의하는 게임부터 짚고 넘어갔다. 게임법에 따르면 일반적인 게임은 사행성 게임물이나 불법 게임물 등이 아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문제시되는 게임 문제는 사행성 게임물이나 불법 게임물로 비롯되는 게 많다. 같은 게임이란 항목 아래 일반적이고 정상적인 게임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어 무엇이든 중독되면 몸에 해롭다며, 고시생 시절 공부하다가 변을 당하거나 동료 변호사가 일하는 도중에 변을 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과한 사례, 중독된 사례만 들어 모든 것을 규제하려 드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다.

또한, 이승민 변호사는 사회가 개인에게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게임을 규제하려드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했다. 예로 자신은 암기를 잘해 변호사까지 됐지만, 요즘에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돈을 더 잘 번다며, "소위 말해 남들이 보기에 좋은 가방끈을 가졌지만, 나보고 유튜브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잣대로 게임을 바라본다면 아이들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승민 변호사 역시 가정을 먼저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부모를 보면 아이 밥 먹일 때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틀어주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중에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찾으면 중독됐다고 걱정하는데, 과연 아이가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가 영상 때문인지 자신의 방치 때문인지 생각해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