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서 치이고 위에서는 눌리는 고달픈 중간 관리직, 팀장. 게임회사도 엄연히 회사이고 조직인 만큼 누군가는 중간 관리자의 어려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실제 게임 회사에서 팀장을 수행했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이제 막 팀장이 되었거나 팀잠을 꿈꾸는 젊은 개발자들에게 엔도어즈의 정종필 개발1본부장이 던지는 조언.








강연은 게임처럼 열라(?) 재미있게 만들었으나 게임물 등급 위원회의 심의를 받지 않아서 도루묵이 되었으니 재미없다면 게임위를 찾아가보라는 시사성 깊은 메시지와 함께 강연이 시작되었다.


2008년의 통계로 3천여개의 게임업체가 있었고, 업체당 평균 개발인원인 30명으로만 따져봐도 이미 9천여명의 팀장이 존재한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 2010년인 지금은 1만명 이상의 팀장이 존재한다고 예상해볼 수 있는 시기.

보통 팀장이 되는 경우는 경력이 오래 되었거나 실력이 좋거나 성실하고 성격이 좋은 등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팀장이 되면서 맡게 되는 업무는 평가, 지시, 방향 결정, 전달 등의 관리 및 서류작업이 되기 때문에 직원에서 업무를 잘하던 사람이 팀장이 되면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즉 좋은 팀장이란 팀원의 동기를 유발하고 열정을 전파하고 정치적인 판단을 내려주고 조율과 타협을 할 수 있는 팀장인데, 업무 실력이 좋은 사람이 반드시 이런 팀장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비슷한 원인으로 팀원에게 좋은 팀장과 회사에 좋은 팀장이 동일하지는 않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팀원의 경우에는 실력이 좋고 잔소리도 안하고 야근도 안 시키며 주변의 간섭이나 접근을 잘 막아주고 무엇인가 적절한(?) 팀장을 좋아하지만, 반대로 회사의 경우에는 팀의 일정과 규정을 잘 지키고 화목해보이며 회사에 도움이 되는 제안을 주고 실력까지 향상되는 팀장을 원한다는 것이다.

팀장이 되고나서 이런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구하거나 책을 읽어보게 되는데, 대부분 현실과 거리가 먼 이상적인 부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팀장의 역할에 도움이 되는 책이 많아서 읽어보는 것도 좋지만, 일 많이 시키지만 일 너무 많이 시키지 말고 꼼꼼하지만 자유롭고 등 요약해보면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결론.




결국 팀장이 된 사람은 인원 콘트롤을 위한 리더쉽과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사내 정치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종필 개발본부장의 조언.

리더쉽의 경우 인원을 통제하는 강력한 리더쉽과 부드러운 방관적 리더쉽의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지만 나름의 장단점이 있으니 스스로를 잘 파악하여 선택해야 하며, 사내 정치의 경우 업무의 진행을 위해 해야할 수 밖에 없으니 혼자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방관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나쁜 정치의 예라는 따끔한 조언을 남겼다.





정종필 개발본부장은 이제 막 팀장이 되었을 경우 최소한의 철학을 가질 것과 팀원들을 장악하고 자신을 믿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팀장은 실수를 먹고 자라니 솔직하고 꾸준한 관리 기술을 연습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에는 초보 팀장을 위한 관리 기술의 첫번째, 팀원 카운셀링에 대한 조언이 이어졌다.

카운셀링에서는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수집한 뒤 팀원에게 만남과 목적을 확실히 알리고 일대일로 간섭없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를 꼽는 등의 주의점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본적인 순서에 대해 설명했다.


정종필 개발본부장이 말하는 카운셀링의 순서는 총 6단계로, 1. 목적을 말하기. 2. 상황을 설명하기. 3. 팀원의 말 잘 듣기, 4. 문제점에 동의하기. 5. 함께 결정하기. 6. 팀원에게 요약시키기. 특히 팀원의 말을 잘 듣고 방어적이지 않게 접근해야 하며 가자 중요한 것은 카운셀링이 혼내는 자리가 아니라 끝나면 웃으며 악수하고 나올 수 있는 자리로 여겨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이 끝나고 팀장의 역할을 맡으면서 후회했던 사례가 없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정종필 개발본부장은 "과거 다른 회사에서 업무를 맡다가 프로젝트가 어려워져 멀쩡히 일 잘하던 팀원을 권고사직시켜야 했던 경험이 절대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더라도 반드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겠다 마음먹게된 계기가 되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