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컴퓨터박물관 전경]

제주시 노형동 한라수목원 인근, 작은 도로를 따라가면 넥슨과 NXC의 아이덴티티가 녹아든 '넥슨컴퓨터박물관'이 그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된 이 건물은 유수의 국내외 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총 4천 여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컴퓨터박물관이다.

이 박물관 구축을 위해 NXC가 투자한 비용은 약 150억원, 유지 관리를 위해서 매년 39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박물관 측은 관람객 수를 하루 600명 정도로 추산해 연평균 매출을 계산해 보면 약 24억, 표면적으로 봐도 남는 장사는 아니지만 NXC 김정주 회장의 의지와 각계 전문가의 도움으로 '넥슨컴퓨터박물관'이 설립될 수 있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은 관람 형태의 기존 전시장과는 방향이 다르다. 오픈 소스 개념을 도입해 누구나 자유롭게 전시에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컨셉, 예컨대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할 수도 있고 매니아들은 직접 눈으로 본 소장품의 획득처를 문의할 수도 있다.

소장품을 보관하는 수장고를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한 ‘오픈수장고’를 운영해 관람객들이 보다 가깝게 전시품들을 관람하고 직접 소장 제안도 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박물관 내부의 소스와 데이터들을 지속적으로 오픈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이 넥슨컴퓨터박물관의 전시와 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인벤은 넥슨컴퓨터박물관 설립에 다양한 도움을 준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왼쪽부터 박솔잎 해외 교류 코디네이터, 박재철 아키비스트, 이보인 전략기획실장
박원용 IT보존연구실장, 최윤아 관장, 김한일 제주대 교수, 곽은경 NXCL 이사


바람의나라 소스 복원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초기 버전이 자료가 많이 남아 있는지 보관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또, 공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박원용: 찾아보니 바람의 나라는 1997년까지 자료를 보관하고 있더라. 다만 서버 클라이언트와 버전이 맞지 않아 개발사인 저스트나인과 넥슨에 협의해서 복원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최윤아: 성공이나 실패 결과와 상관없이 일단 박물관에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실패를 하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이후에는 바람의 나라가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좀더 색다른 방법으로 유저들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기술적으로 '바람의 나라' 복원이 왜 어려운지 설명해 줄 수 있나?

박원용: 일단은 쉽지 않은 질문이다. 기술적으로 패키지 게임이면 최근에 복원에 성공한 페르시아 왕자가 있는데 이 경우 변하지 않는다. 온라인 게임은 매일매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기 때문에 특정 구역을 나눠 번역했다. 초기버전을 만드는 것은 없는 것을 다시 만드는 것과 같았다. 그래서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아니지만 그때 당시 유저들이 즐겼던 콘텐츠를 찾아서 그때의 기분으로 개발을 했다.


희귀 소장품이 많아 모으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구입 경로가 궁금하고 또 일반인들에게 시연 전시장을 열면 희귀 소장품이 망가질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어떠한가?

최윤아: 기본적으로 2개 이상을 취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 중 한개를 보관하고 한개는 오픈하는 형태다. 사실은 박물관 운영에 대해서는 뭘 해도 운영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 어려움은 우리가 안고 가야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박물관의 방향성을 말해드렸는데 관람인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박물관이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든 최대한 관람객들에게 오픈할 계획이다.

박재철: 구입경로는 일단 외국 경매사이트를 이용했고, 더 희귀한 경우는 개인 소장가들에게서 구매를 했다. 앞으로 컴퓨터박물관이 더 알려지게 되면 외부에 기증을 받을 수 있고 좀더 구입 경로가 많아지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넥슨컴퓨터박물관이 다른 박물관에 비해 차이점이 있다면?

최윤아: 수장고의 경우 다른 박물관에서는 보기 힘든 곳이다. 실제 박물관에 가면 연구하고 보존하는 시설은 건물 뒤에 숨겨져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다 전시공간으로 끄집어 냈다. 그리고 우리가 강조하는 "관람객들과 함께 가겠다"는 말의 의미는 3층의 소장품 취득 정책과도 관련 있다. 수장고에서는 소프트웨어를 체험하고 있고 취득하고 싶은 것을 신청할 수도 있다.

박물관의 요금 책정은 어떻게 정한 것인가?

※넥슨컴퓨터박물관 입장 요금- 성인 8,000원 / 청소년 7,000원 / 어린이 6,000원

최윤아: 박물관 구축에 150억 원 정도, 매년 39억 정도 예산이 들어가고 투여된 운영 인력만 60명이 훨씬 넘어간다. 예상 관람객 수는 하루에 600명 정도 들어오면 잘 되는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러면 연간 수익은 24억 정도 들어오는데 그렇게 따지면 적자가 되는 상황이다. 관람비용이 있긴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비용을 내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또, 이것이 소장품을 취득하고 연구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다. 앞으로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이나 제주도민, 학생, 단체들에게는 할인율을 높일 예정이다.

박물관을 설립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최윤아: 실제로 내 전공은 현대 미술이다. 동시대 미술이라고 말하는데. 그중에 가장 많이 했던 것이 교육분야다. 그 어려운 현대 미술을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해 왔다. 게임을 잘 모르고 컴퓨터를 잘 모르는데, 온라인게임은 보다 보면 현대 미술과 맞닿아 있는 요소가 많다. 온라인 게임에는 스토리, 음악, 배경, 캐릭터가 있다. 종합문화예술이라는 말이 맞는 말 같다.

우리의 메인 타겟은 정해져 있다. 일단 연령대는 30대 PC를 가지고 지금은 it업계에서 일을 하거나 매니아들로 활동하는 분들이 타겟이다. 그분들이 자녀와 이야기할 수 있고 대화가 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곽은경: 처음 타겟을 잡을때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다. 대중성을 잡을 필요도 있었고 제주도가 관광지라는 특이성이 있어 많은 갈등을 했었다. 결론은 일단은 매니아들을 핵심 타켓으로 하고 다음은 대중들이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로 차별성을 가지고 가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1차 타겟을 영상세대로 잡았고 그 다음으로 가족 단위의 관람객을 타겟으로 정했다.

넥슨컴퓨터박물관 1층을 보면 역사적인 부분이 많고, 2층은 컴퓨터 발전과 함께 게임의 발전에 관련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컴퓨터가 지루하다고 느끼는 대중도 있지만 지금 컴퓨터가 없는 가정은 없다. 컴퓨터와 게임을 접목시킨 부분에 대해 전시하는 것을 고민했다.

3층에는 랩이라는 공간이 있다. 우리의 궁극의 목표는 3층 랩에서 재미를 추구하시는 분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1층에 전시가 이루어지고, 1층의 전시를 통해 또 다른 콘텐츠가 창조되는 것이다. 이런 순환 구조를 가지고 전시계획을 미흡하게나마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산만하고 정리가 덜된 부분은 있는데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부분은 재미를 원하는 분들이 함께 융합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들고 공감할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자는 것이다.

전 세계 컴퓨터 박물관과 비교해 내세울 게 있다면?

최윤아: 세계컴퓨터박물관과 비교해서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우리 회사의 DNA인 바로 '온라인 게임'이다. 사실 세계 박물관의 소장품을 보면 거대하고 어마어마하다. 특히 디지털 관련 기기들은 취득이 어려워서 MIT나 빌게이츠가 도와주지 않은 이상 힘들다. 우리가 박물관을 만들면서 실체가 없는데 관련 기관에서 MOU를 맺어주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온라인 게임 개발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컴퓨터라는 다소 딱딱한 소재를 게임으로 풀어서 전시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전세계 박물관에 없는 우리의 색깔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