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다음 확장팩인 대격변의 주인공은 데스윙이 될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지만,
정작 WOW 내에서 데스윙이 언급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어떤 존재인지 오히려 모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리지널의 유명한 네임드 보스인 오닉시아나 네파리안의 아버지이고,
예전 시리즈에서는 워크래프트 2 이전의 스토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워크래프트 3와 WOW에서 직접적인 등장이 없었다보니 알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확장팩의 주인공이며,
지금까지 있었던 아제로스에서의 수많은 사건들을 배후 조종했던 존재였던 만큼,
데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하여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데스윙이라는 존재의 탄생과
1만여년 전에 있었던 고대의 전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티탄의 아제로스 방문과 고대 신과의 전쟁


데스윙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언급되어야 할 존재들이 있으니,
금속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신적 존재 ― 티탄(Titans)입니다.


티탄은 WOW를 만든 블리자드의 또 다른 작품인
스타크래프트에서 언급되는 젤-나가(Xel'naga)와 유사한 종족들로,
온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혼돈에 빠져 있는 행성들을 정화하고
새로운 문명의 지평을 여는 것을 사명으로 삼는 자들이었습니다.



▲ 스타크래프트의 젤-나가. 티탄과 유사점이 많다.
(스타크래프트 2 아트웍 중)



그들은 행성들의 흥망성쇠를 반복하며 이 세계 저 세계를 떠돌아다니던 중,
사나운 정령들이 득세하고 있는 원시적인 행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훗날 아제로스라고 불리는 이 행성에서 사악한 무언가의 존재를 느낀 티탄들은
그들을 추방하고 행성의 안정을 가져오기 위한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고대 신(Old God)이라고 불리는 아제로스의 토착 신들은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4대 속성의 정령왕 ―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 바람의 군주 알아키르, 바다의 사냥꾼 넵튤론, 돌의 어머니 테라제인을 시켜
티탄의 지도층인 판테온(Pantheon)과 맞서게 했지만, 초월적인 능력을 가진 티탄을 막는 것은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 4대 정령왕. 라그나로스는 오리지널 유저라면 매우 익숙한 존재이다.



티탄들은 비록 고대 신의 군대를 제압하기는 했지만,
고대 신을 그대로 없애버리면 그들과 엮여있는 행성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지하 깊숙한 곳에 그들을 가두어버리고, 정령왕과 그 세력들은 다른 차원으로 추방되어 버리게 됩니다.


사악한 고대 신의 힘과 사나운 정령들이 사라지자 자연은 평화를 얻었고,
티탄은 토석인이나 거인들을 창조해 완벽한 세계를 만드는데 집중을 합니다.


그들은 아제로스의 대륙 중심에 무한한 에너지가 샘솟는 호수를 만들었고,
‘영원한 별빛의 땅’이라는 의미의 칼림도어라는 이름을 그 대륙에 지어줍니다.




▲ 현재의 칼림도어는 서쪽 대륙을 의미하나 본래는 거대한 하나의 대륙이었다.




아제로스의 질서 정립과 다섯 위상의 등장


모든 작업이 끝난 티탄은 아제로스에서 할 일이 없다고 판단, 다른 세계를 찾아 떠날 채비를 합니다.


하지만 모처럼의 평화를 얻은 아제로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필요했고,
아제로스의 생명체 중에서 가장 뛰어난 종족을 선정해 이 아름다운 세계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겼습니다.


이 임무는 당시까지만 해도 자신의 혈족만을 관리할 뿐이었던 용족들에게 맡겨지게 되었고,
다섯 종류의 색을 가진 이들 용족의 수장들에게 위상(Aspects)이라는 지위를 내려
티탄이 가진 권능의 일부를 부여받게 됩니다.




▲ 티탄의 의회인 판테온의 구성원들. 카즈고로스만 포스가 다른건 기분탓일지도...



판테온의 수장인 아만툴은 가장 현명하고 위엄 있는 청동용군단의 수장 노즈도르무에게
시간을 지배할 권한을 주어 아제로스의 생명체들의 운명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였고,

티탄의 현자이자 대마법사 노르간논은 마법과 지식이 뛰어난 푸른용군단의 수장 말리고스에게
자신이 가진 마력과 비밀스러운 지식을 전수하였습니다.


생명을 수호하는 이오나는 사려 깊고 자애로 가득한 붉은용군단의 수장 알렉스트라자에게
생명체를 창조하고 수호할 수 있는 힘을 주어 아제로스의 생명체를 지키도록 하였고,

또한 알렉스트라자의 여동생이자 녹색용군단의 수장 이세라에게도 자연의 힘을 주어
그녀가 꿈을 꾸고 있는 동안 아제로스의 야생이 성장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조각가이자 대장장이였던 티탄 카즈고로스는 가장 힘이 강력했던 검은용군단의 넬타리온에게
자신이 가진 권능을 주어 대지와 지하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 티탄에게 권능을 받은 5대 위상들



5대 위상을 임명한 티탄은 안심을 하고 다른 세계를 가기 위해 아제로스를 떠났고,
아제로스는 위상들의 보살핌 아래 어떻게 보면 길고, 어떻게 보면 짧은 평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고대 신의 음모와 넬타리온의 타락


티탄이 아제로스에서 사라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지하 깊숙한 곳에 봉인되어 있던 고대 신들은 조금씩 그 움직임을 시작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아제로스 행성 깊숙한 곳에 있는 그들로서는
지상에 있는 생물들을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티탄이 남겨놓은 감시자들의 존재 ― 로켄, 토림, 시프, 호디르 등이 있어서
섣부른 행동을 하다간 티탄이 되돌아 와서 오히려 된통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티탄이 남겨놓은 감시자 중 한 명, 토림



하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 있던 그들과 접촉이 가능했던 생명체가 하나 있었으니
카즈고로스에게 지하 세계를 지배할 권한을 받은 검은용 넬타리온이었습니다.


넬타리온과의 접촉에 성공한 고대 신들은 생명체들을 현혹시키는 자신들의 주특기를 활용해
넬타리온의 내부에 끊임없는 유혹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큰 영향이 없던 넬타리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과대망상에 빠져들게 됩니다.


커져가는 넬타리온의 망상은 다른 용군단을 모두 쓸어버리고,
아제로스의 모든 생물들이 자신과 자신의 용군단을 섬기게 하는 한편,
알렉스트라자와 이세라를 자신의 후손을 낳기 위한 노예로 삼아버리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고,
마음 속에서 타락이 시작된 넬타리온은 본격적으로 고대 신들의 뜻에 따라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 고대신에게 현혹된 넬타리온의 야망
(이미지 인용 : 히카이 님, 날뉨 님)



강력한 유물 데몬소울의 등장. 그리고 데스윙의 탄생


고대 신들은 자신의 유혹에 넬타리온이 넘어간 것에 만족하며, 강력한 유물을 만들도록 유도합니다.

후에 데몬소울(Demon Soul)로 알려지게 되는 드래곤소울(Dragon Soul)이라는 유물은
넬타리온의 강력한 피를 기초로, 고대 신의 힘을 담아 고블린들이 겉면을 꾸민 것이었습니다.




▲ 강력한 드래곤 소울. ...실제와는 다를지도?



당시, 아제로스에서 가장 번성한 생물은 대륙 중앙에 있던 영원의 샘에서
마력을 받은 나이트엘프들로, 그들의 귀족 계급은 샘에서 나오는 마력에 중독되어
차원 너머에 있는 타락한 티탄 살게라스가 이끄는 악마들을 불러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고대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전쟁이 발발하기에 이르는데,
강력한 악마들의 힘에 나이트엘프의 군대는 점점 밀리기 시작하고,
나이트엘프의 대드루이드 말퓨리온 스톰레이지는 반신과 위상에게 지원을 요청합니다.




▲ 나이트엘프의 대 드루이드,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와 그의 연인 티란데 위스퍼윈드



결국 용군단은 이 전쟁에 참전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지기 전의 전투에서 넬타리온은 다른 위상들에게
악마를 단숨에 잿더미로 만드는 드래곤소울의 힘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모든 용족의 힘을 집어넣는다면 악마들도 단번에 물리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라며
다른 5대 위상들로 하여금 드래곤 소울에 위상들의 마력을 불어넣도록 종용을 합니다.


평소에 위상으로서의 자부심과 강력한 마력에 대한 추구를 하던 말리고스는 이 제안에 단번에 넘어갔고,
말리고스의 주도하에 넬타리온을 제외한 다른 위상들도 드래곤소울에 마력을 부어넣었습니다.




▲ 요그사론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위상의 방.
드래곤소울과 관련한 이벤트를 볼 수 있지만 공략 중엔 볼 여유가...



그렇게 다른 위상들의 힘을 집어넣은 드래곤소울이 완성되자
용군단은 나이트엘프를 지원하기 위해 나이트엘프의 도시 진-아즈샤리(Zin-Azhari)까지 진격합니다.


드래곤소울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던 말리고스는 악마들에게 파멸을 선사하고,
그와 함께 다른 필멸자들에게 위상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어 위엄을 세울 것을 바라며
넬타리온을 전투에 투입시켜 드래곤소울의 마력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드래곤소울의 강력한 마력은 영원의 샘을 통해 건너온 악마들을 쓸어버렸지만,
그와 함께 지상에 대기하고 있던 나이트엘프의 부대까지 한꺼번에 괴멸시켰고,
함께 대기 중이었던 일부 용족들도 그 피해를 같이 받게 됩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말리고스와 용족들은 넬타리온을 저지하기위해 날아올랐으나
다시 한번 휘둘러진 드래곤소울의 앞에 푸른용군단과 상당수의 용족들이 괴멸적 피해를 입습니다.



▲ 당시의 전투에서 폭발에 휘말려 노스렌드의 북쪽 대지에 추락해 죽은 신드라고사
후에 리치왕 아서스의 손에 부활해 얼음 왕관 성채의 네임드 보스로 등장하게 된다.



드래곤소울 안에는 넬타리온을 제외한 모든 위상의 힘이 담겨 있어서 용족들은 저항을 할 수 없었고,
배신자 넬타리온은 스스로를 죽음을 인도하는 검은용 데스윙(Deathwing)이라고 칭하게 됩니다.


모든 용족을 제압하는데 성공한 데스윙은 만족스러워했지만,
드래곤소울 ― 아니 이제는 데몬소울의 과도한 마력은 데스윙의 몸에도 부작용을 일으켰습니다.

단단한 검은 비늘은 갈라지고, 그 사이로 마그마와 지옥의 화염이 넘쳤으며,
심장이 드러날 정도로 데스윙의 육체는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데몬소울의 마력을 사용한 피로와 그 부작용으로 생긴 몸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데스윙은 자신의 은신처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육체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데몬소울을 만들 때 그 역할을 했던 고블린들을 시켜 들끓는 화염에도 견딜 수 있는 금속,
아다만티움으로 거대한 갑옷을 만들어 자신의 몸 겉부분을 감싸게 되었습니다.




▲ 아다만티움 갑옷으로 몸을 뒤덮은 데스윙




영원의 끝


데스윙이 상처를 회복하려 은둔한 사이,
용군단과 나이트엘프는 그의 배신으로 인한 대책에 골머리를 앓게 됩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푸른용군단의 수장 말리고스는
데몬소울이 가진 마력에 대한 공포와 자신의 용군단이 괴멸한 것에 대한 충격,
그리고 데스윙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다른 위상과 떨어져 혼자 칩거를 해버렸고,

결국 붉은용군단과 녹색용군단 정도가 나이트엘프와 협력을 하게 되었는데,
말퓨리온은 이세라의 꿈의 세계인 에메랄드 드림(Emerald Dream)을 이용해
데스윙의 거처를 파악하게 되고, 잠입하기에 이릅니다.



▲ 이세라의 꿈의 세계, 에메랄드 드림



상처를 회복하는 데스윙이 잠든 사이 데몬소울을 파괴하려고 했던 말퓨리온이었지만
데몬소울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파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할 수 없이 데몬소울을 가진 채 데스윙의 거처를 탈출할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런 그에게 데몬소울 안쪽에 담긴 고대 신의 힘은 유혹을 하는데,
말퓨리온은 데몬소울을 이용해 산에 길을 내어 탈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데몬소울을 쓸수록 사악해지는 것을 느낀 말퓨리온은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무시했지만,
불타는 군단의 사주를 받은 일리단 스톰레이지바로던에게 데몬소울은 강탈되어
살게라스를 소환하기 위한 가속장치로 활용이 됩니다.



▲ 닌자 전문가 일리단 스톰레이지
(히카이 님의 와우 만화 중)



살게라스가 소환되면 아제로스에는 엄청난 혼돈이 있을 것이고, 아제로스의 파괴와 상관없이
고대 신들은 그 혼란 상황을 틈타 자유를 손에 얻을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슴신 말로른아감마간, 우르속, 우르솔 등의 반신들의 희생을 통해 확보된 시간동안,
살게라스의 소환 의식이 벌어지고 있던 영원의 샘까지 잠입에 성공한 말퓨리온은
데몬소울을 다시 되찾아 그 마력으로 소환 의식을 방해하기에 이릅니다.




▲ 전쟁당시 수 많은 반신과 용족이 희생당했다.
아키몬드에게 목숨을 잃은 사슴신 말로른(좌)과 곰신 우르속/우르솔(우)



이미 진행이 상당부분 이루어진 소환 의식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막을 수 없었지만,
미래에서 온 영웅인 로닌브록시가, 그리고 다시 나이트엘프의 편으로 돌아온 일리단의 활약으로
살게라스의 소환은 결국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영원의 샘이 가진 고유의 마력과 데몬소울의 마력,
그리고 불안정하게 이루어진 의식의 여파로 인해 영원의 샘이 폭주를 시작하여
결국 응집된 마력은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고 아제로스를 갈기갈기 찢어놓게 됩니다.



▲ 영원의 샘의 폭발




데스윙의 분노와 칼림도어의 붕괴


비록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결국 불타는 군단의 악마들을 쫓아내는데 성공한 말퓨리온은
되찾은 데몬소울을 위상에게 가져갔고, 위상들은 데스윙이 데몬소울을 사용할 수 없게 봉인을 건 뒤,
다시 말퓨리온을 시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기도록 지시합니다.




▲ 와우 식으로 보면 대략 이런 상황



뒤늦게 데몬소울을 되찾으려 한 데스윙은 그 어디에서도 데몬소울을 찾을 수 없자
울분에 찬 나머지 행성의 생물들을 몰살시키고 파괴를 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대지와 지하세계의 힘은 영원의 샘의 폭발로 인해 불안정해진 지맥을 자극했고,
폭발로 인해 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생긴 대륙 곳곳에 화산과 지진이 일어나 수 많은 생물들이 죽고,
갈라진 틈으로 바닷물이 흘러들어 칼림도어 대륙의 대부분이 물속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 대격변에서는 데스윙의 이런 힘이 잘 나타난다.


▲ 데스윙의 폭주로 완전히 갈라진 아제로스



그렇게 아제로스의 대륙은 현재의 형태로 갈라지게 되었고,
데스윙은 데몬소울이 없는 동안 위상들이 공격해 올 것을 대비해 은둔의 생활을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약 1만년의 시간 동안, 데스윙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 2부에서 계속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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