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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0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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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Fiesta―――0. Prologue우리. 정말 잠깐만 차분히 호흡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정돈하고 생각해보자. 언제나처럼 뱃가죽을 터트리고 수염에 강을 만들 정도로 맥주와 싸구려 럼을 부어대도 좋다. 한계치를 넘은 알코올이 눈알을 닭모가지마냥 비틀어놔서 견공자제분마냥, 냄새나는 항구 귀퉁이에 픽 쓰러져서 잠들었다가 다음날 물에 퉁퉁 부은 시체로 발견되도 좋다. 별것도 아닌 일에 손모가지를 건 것 마냥 언성을 높이다 술병으로 상대의 머리통을 내려치는 그런 일상도 물론 좋다. 정말로, 그저 내가 원하는 건 한 순간이라도 그 여자와 돈 말고는 생각하는 방법을 잊은 머리통을 진정시켜보고 차분히, 지금쯤 푸아그라에 후추를 떡이 되도록 칠해놓고 술 같지도 않은 보르도산 와인을 홀짝이고 있을 귀족놈들처럼 차분히 생각해보잔 말이다. 바다엔 낭만이 있다. 부와 명예가 있다. 운명의 상대가 있다. 그 외에도 미치도록 많은 수식어가 저 지구의 위액같은 대양으로 인간을 유혹하고 있지만 글쎄, 물론 그것을 마냥 부인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말이라도 그런 가능성이 없으리라고 마냥 헛된 망상으로 치부하는 것도 흥이 깨는 일이니까. 어쩌면 그것은 우리 자신을 그 헛된 망상에 빠져 사는 밥버러지로 격하시키지 않으려는 작은 발버둥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어떨까. 적어도 항해자로서 나선 경험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로망을 잊는다. 닥쳐온 현실 앞에서 상상 속의 엘도라도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배멀미에 신음하며 구토하는 토사물 속에, 괴혈병에 걸려 잇몸에서 흐르는 새빨간 피 속에, 뱃전에 부딪치는 폭풍에 산산이 깨져나가는 바닷물 한 방울 한 방울에 로망과 이상은 어느샌가 실려져 비워지고 남는 것은 그저 대양에 대한 경외와 공포만이 전부인 사람들. 그것이 소위 대항해시대라 불리우는 세태 속 진짜 항해자들의 현실이다. 인간에게 꿈을 품게 만드는 것도 죄가 된다면 마젤란과 콜롬버스, 바스코 다 가마는 삼족을 멸해야 할 중죄인이리라. 하다못해 쪽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근해 어부의 목숨마저 대양의 변덕 하나로 좌지우지되는 현실 앞에서, 그 현실조차 모르는 풋내기들이 몇십, 몇백, 몇천, 몇만이나 제 무덤을 파러 나간다. 어떤 녀석은 쪽배를 타고, 어떤 녀석은 가문의 후광을 입은 채 손에 맹물 한 번 묻혀보지 않은 애송이가 수십의 목숨을 제 멋대로 포세이돈에게 헌납한다. 물론 그 중에서도 정말 극소수의 인간은 항해자로서 천문학적 가치의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습게도, 오늘날 자칭 항해자라 떠벌리고 다니는 놈들의 대부분이 바닷물의 농도를 모른다. 극한의 상황에 몰려 입 안에서 나는 단내의 맛을 모른다. 곰팡이가 슬고 벌레가 먹어 돌보다 더 딱딱한 비스킷의 맛을 모른다. 기약없는 항해의 끝에 목구멍에 들이붓는 럼주의 맛을 모른다. 자, 이야기의 운을 떼면서 얘기했듯이 바다에는 낭만이 있고, 부와 명예가 있다. 지구 어딘가에서 존재할 운명의 상대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역시, 대다수는 대가 없는 친절을 바라는 머저리들의 헛소리이거나 그게 아니면 베테랑 항해자가 함대의 한 절반 정도를 스틱스 강 건너편에 보내놓고 얻은 회한의 결과물이다. 제 목숨을 담보로 딜을 건다는 점에서 항해자란 족속들은 그 자체로 엄청난 바보들의 모임인 것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 미친 바보들의 이야기이다. 럼주에 뇌를 절여놓고 입은 잠자리 속 상대를 희롱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으며 말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어디 잘 나가시는 귀족 자제분까지. 그저 기약도 없이 언젠가 다가오든가 말든가 제가 먼저 죽던가 해서 이 미친 짓을 끝내고 광란의 축제(Fiesta)를 벌이기 위한 미친 바보들이 세상에 가득했던, 그런 시대의 이야기 말이다. ――――End 인벤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쓰는 글이 소설이라니.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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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츠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