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래토피아>를 개발중인 카셀입니다.

벌써 가을이 되어 낙엽이 지고 날씨가 쌀쌀해지기 시작했네요.

저희는 얼리엑세스 출시 전 오프라인 홍보를 위해 도쿄게임쇼를 다녀왔는데요.

이번 개발일지에서도 도쿄 게임쇼 참가 후기를 공유드린 후, 개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도쿄 게임쇼 후기


도쿄 게임쇼는 규모가 큰 것으로 유명해 과거부터 꼭 참여해 보고 싶었던 전시회였습니다.

매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도 전시지원을 해주시지만, 저희는 매번 떨어졌었는데요.

이번에는 운 좋게 서울경제진흥원(SBA) 지원에 선정되여 <래토피아>를 전시할 수 있게 되었지요.


다만 BIC의 지원처럼 항공권과 숙박을 지원해 주시는 건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알아봐야 했는데요.

전시장이 도쿄역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도쿄역 주변이든 전시장 주변이든 숙박비가 너무 비싸더군요. (PlayX4가 열리는 일산의 킨텍스 느낌입니다)

저희는 우연히도 매진되었었던 전시장 주변 3성급 호텔을 1박에 30만 원 선으로 예약하였는데,

다른 개발자분은 전시장에서 1시간 정도 거리의 숙소를 1박에 10만 원 선으로 예약하셨더군요.

전시 전/후까지 5박 6일을 숙박한다고 하면 비용 차이가 많이 커지니 다음에는 잘 알아봐야겠습니다.



도쿄 게임쇼는 B2B 기간인 목/금요일에 일당 약 3만 명 이상의 많은 관람객이 오셨는데요.

그러나 대부분은 본관에 위치한 대형 게임 부스들을 구경하러 가셔서 별관인 저희 부스는 한산하였습니다.

관람객에게 나눠드릴 스티커와 전단지를 1,000장 이상 가져왔는데, 거의 나눠드리지 못했었습니다.

현지 기자분이 지나가실 때 용기를 내어 전단지와 스티커를 건네며 게임을 어필했었지만,

다른 부스들도 모두 각자의 전단지와 상품을 나눠주고 있었기에 크게 어필이 되지는 못했지요.



준비한 소품들과 래토피아 부스. PC와 백월은 모두 지원해 주셔서 설치할게 없었다!


그러나 B2C 기간인 토요일이 되자, 약 9만 명 이상의 관람객분들이 갑자기 나타나셨는데요.

이번에는 인파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게임을 체험하러 다니는 분들 보다는,

구경을 하시며 추억을 남기시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본관은 이벤트 무대, 포토존, 포토 모델, 코스어, 대형 스크린 등 사진을 남길 만한 장소들이 많이 붐볐으나,

저희는 이런 이목을 끌만한 것을 준비하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본관에 전시된 다양한 포토존들과 인파. 쥐 분장이라도 했어야했나...?



관람객분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자 챙겨간 스티커와 전단지를 열심히 나눠드렸는데요.

부스 앞에서 열심히 인사와 미소를 날리며 스티커를 권유해 보았으나,

스티커에 무관심하신 건지 거절하고 지나가는 손님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전시회 전날부터 열심히 연습한 저의 살인 미소가 전혀 먹혀들지 않았지요.


이러다가는 챙겨간 스티커들을 다시 들고 귀국할 것 같은 절망감에,

다른 부스 앞을 지나가는 관람객분들은 잘 받아 가시는지 전시장 입구 쪽으로 가보았는데요.

전시장 입구 쪽에서는 모객 행위에 아직 내성이 없으셔서 그런지 잘 받아주시더군요.

더 나아가 입장 대기열에서 나눠드려보았더니,

오히려 받으러 제 쪽으로 다가오시고, 입장을 기다리시는 동안 전단지도 읽어 주셔서 좋았습니다.

소진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200장을 나눠드리는데 20분이 채 안 걸렸지요.

그렇게 고속으로 준비한 스티커와 전단지를 나눠드린 후, 더 많이 가져올 걸 후회했습니다.



이런 미흡한 준비 때문인지 도쿄 게임쇼 동안 증가한 <래토피아>의 위시리스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도쿄 게임쇼 기간 동안 500개의 위시리스트가 늘었고, 그중 136건 만이 일본에서 발생하였죠.

비율적으로는 주목할 만한 성과였으나, 양적으로는 너무나도 부족한 수치였음이 분명하였습니다.

홍보 효과를 위해서는 더욱 더 뛰어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할 것 같네요.

과거 개발일지에 작성했던 해외 게임쇼 후기도 다시 읽고 꼼꼼히 준비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요.

개발 일정이 빠듯하다 보니 조금씩 놓쳐가는 게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두머리와 던전


이전 <래토피아 개발일지 #14 - 전투 시스템>에서 잠깐 다뤘듯이,

초기에는 <래트로폴리스>처럼 시간이 지나면 강력한 우두머리가 쳐들어오는 시스템을 생각했었습니다.

이를 통해 기억에 남을 전투를 선사함과 동시에 플레이어의 도시에 강력한 위기를 만들어,

후반부의 긴장감과 도시가 살아남았을 때의 성취감을 만들어 내고자 하였지요.


그러나 큰 크기를 가진 우두머리가 도시로 다가오게 하는 것은,

도시로 가는 길이 쉽게 뒤바뀔 수 있는 게임 구조 상 불가능에 가까운 제약사항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게임 내 우두머리가 등장하는 꿈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었고,

대신 정해진 장소에 우두머리가 배치된 형태를 시도해 보기로 하였죠.



시범 삼아 만들었던 거대괴물쥐. 그는 우두머리보다는 크기가 큰 정예병이었다.



거대괴물쥐의 숙련된 시범을 통해 평탄화된 공간 위에서는 대형 적의 이동 전투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문제는 이를 공략하는 방법이 너무 단조로워 재미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또한 <래토피아>는 플레이어 캐릭터보다 도시가 성장하는 형태의 건설 게임이다 보니,

단순히 플레이어 캐릭터로 피하고 공격하는 행동은 <래토피아>스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전투의 양상이 플레이어 캐릭터의 액션보다는 다양한 군사 건조물들과 타일을 활용하며,

병사들을 이용한 전략적인 지휘 형태의 전투가 되기를 희망했는데요.

이를 우두머리 전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고민하고 확인해야 할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기존의 병사들은 적만 보면 무지성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에 소모품에 가까워졌으나,

정확한 지휘가 가능하다면 병사들의 가치와 전투 양상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었죠.

그래서 집결소 건조물을 통해 집결소에 배치된 병사들은 플레이어 캐릭터를 따라다니거나,

플레이어가 내리는 이동 및 공격 명령을 따를 수 있게 시스템을 구현해 보았습니다.



이동 명령부터 차근차근… 이제 맞는 건 너희들의 몫이다.


명령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이에 필요한 예외 처리들이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명령받는 병사들이 도중에 잠을 자거나 화장실을 가는 등의 행동을 하면 안 되기 때문이었죠.

크고 작은 많은 예외 처리를 해 나아가며 조금씩 기능을 확장시켜 가다 보니,

여러 집결소를 활용하여 1분대, 2분대와 같이 병사들을 나누어 지휘할 수 있게도 가능하였고,

다행히 이 정도 시스템이면 우두머리와의 전투에서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로 검토해야 할 사항은 시민들이 건조물들을 건설해가며 싸우는 시스템이었습니다.

방어 건조물들과 벽을 활용한 전투는 머릿속에서는 재미있을 것 같았으나,

현 시스템 구조 상 발생하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평탄화된 공간을 다시 울퉁불퉁하게 만들면, 기존 문제가 다시 수 발생할 수 있을뿐더러,

<래토피아> 건조물의 건설 과정상 건설을 위해서는 시민들이 저장고를 왕복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전투 중에 우두머리가 사이로 시민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전투 중에 발생하는 도시 이벤트들과 알림들에 대한 처리 방안이었습니다.

전투 중일 때 새 이주민이 도착했다든지, 번영도 증가 연출이 재생되는 건 몰입도를 많이 저해하였고,

이 외에도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굶어 죽을 경우들도 고려해야 했습니다.

예상되는 문제들이 너무 많았고, 전투 직후 밀린 알림이 모두 재생되는 방식, 전투 중 시간이 멈추는 방식 등

어떤 방식을 떠올려도 현재 게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했었죠.



이처럼 우두머리 전투를 위해서는 많은 예외 처리가 필요하다 보니,

묘책으로 생각해낸 것이 플레이어 캐릭터를 다른 맵으로 이동시켜 전투를 진행하는 던전 시스템이었습니다.

저장 시스템을 활용해 플레이어가 던전 안으로 들어가면 현재의 맵 상황을 저장해놓고,

던전 밖으로 나갈 때에는 이전의 맵의 상황을 불러와 지나간 시간만큼 가속시키는 방식이었죠.

이는 전투장소와 도시를 분리되게 만들기에, 문제 될 수 있는 상황들을 많이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구현된 던전 시스템은 비록 로딩을 위한 약간의 지연시간은 발생하게 되었지만,

맵을 분리함으로써 대규모 전투나 높은 AI를 가진 적, 다양한 맵 환경 등을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도시 관리에서 벗어나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죠.



나중에는 다른 쥐들의 도시까지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던전 시스템을 통해 확장성이 늘어나게 되자, 우두머리 던전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멋진 시범을 보여주었던 거대괴물쥐가 플레이어가 가장 먼저 처치할 우두머리로 승진되었고,

이에 따라 거대괴물쥐의 설정과 모습, 던전의 배경까지도 새로 작업하였지요.



거대괴물쥐 던전의 변천사. 이렇게 까지 힘을 주려던건 아니였는데! 


거대괴물쥐는 높은 체력 재생을 가지게 하여 플레이어 캐릭터만으로는 공략하기 어렵게 설계하였습니다.

고정된 위치에 강력한 공격을 가하게 만들어 플레이어가 병사들에 대피 명령을 내리게 유도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로는 던전 상단에 위치한 종유석을 떨어뜨려 거대괴물쥐의 필살기를 취소시키는 등

던전 밖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여러 기믹들과 행동들을 학습시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플레이어들이 개발자의 의도대로 플레이하게 만드는 것은 더욱 정교한 디자인이 필요했는데요.

체력 재생이 높아도 플레이어 캐릭터 만으로도 시간을 많이 들이면 공략이 가능한 구조였고,

병사들이 너무 쉽게 죽었기에 병사를 이용하지 않고 공략하는 것이 간편했기 때문이었죠.

또한 전투 후반부에나 부서질 줄 알았던 종유석은 시작하자마자 부서지기 일쑤였고,

플레이어 캐릭터로 어그로를 끌고, 다수의 병사들의 공세로 우두머리를 처치해버리는 플레이도 나왔습니다.



딜찍누로 10초 만에 퇴장당하는 우두머리. 개발시간 값 못하네…


수치적인 조정을 통해 플레이어가 좀 더 의도대로 플레이하게 만들 수는 있을 것 같으나,

그렇게 하면 너무 정공법이 만들어져 버려 일방적인 플레이가 나오진 않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기초 우두머리인 만큼 이미 병력 이동이나 던전 내 기믹을 플레이어가 학습했다면, 그것으로 오케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플레이어가 판단할 수 있게 여지를 남겨두며 조정해보기로 하였죠.



첫 우두머리/던전 시스템인 만큼 개선과 추가해야 할 점들이 산더미였는데요.

던전 입구부터 시작해 로딩 화면, UI, 공격 패턴과 범위 표시, 추가 패턴과 기믹, 사운드, 승리 보상 등등

처리해야 하는 크고 작은 수정들이 수십 가지나 되었으나 시간은 없었습니다.


던전 시스템은 <래토피아>의 메인 콘텐츠가 아닌 단발성 콘텐츠임에도 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매우 컸고,

얼리엑세스 전에 3개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호기롭게 도전해 보았지만 이는 과욕이었죠.

다양한 던전들을 제공하는 것보다, 현재 거대괴물쥐의 완성도부터 높일 필요가 있었고,

동시에 던전 외부의 메인 시스템에 대한 개선 또한 진행해야 했지요.



완성도 문제로 얼리엑세스 이후로 개발이 보류된 족제비 족장


비록 현재까지 완성된 던전은 하나뿐이어서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라도 추가해 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던전을 발판 삼아 앞으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볼 계획인데요.

다른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통로형 던전이나,

퍼즐이나 타이밍을 맞춰 공략하는 미니 게임 던전 또한 추가해 볼 수 있겠지요.

던전/우두머리에 대한 재미있는 기믹이나 아이디어가 있으시다면 댓글로 공유해 주세요.

미래에는 유저분들이 직접 던전을 디자인하실 수 있는 에디터도 추가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래토피아>는 앞으로 한 달 후인 11월 6일 얼리엑세스 예정입니다.

다음 개발일지에서는 얼리엑세스 출시 관련 내용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남은 연휴도 잘 보내시길 바라며, 항상 꿈을 잃지 말고 쫓아가시길 기원합니다.

환절기라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니 감기도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