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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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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
린엠x) 리니지에서 만난 전여친 자꾸 생각나면 괴물인가고등학교 2학년,
나는 김아무개다. 수업시간이 되면 노트를 펴서 7붉두에 7요사를 입으면 53방 5마투에 5마사를 입으면 46방 방어구나 계산하다 하교 시간이 되면 조용히 가방 메고 집에 가는게 나의 일상이다 딱히 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도 없고 관계 유지도 귀찮았다. 하지만 나에겐 리니지가 있다. 나름 48렙 8일도 5셋의 기사지만 이름을 널리 알리기엔 많이 부족했다. 사냥도 지겹고 레벨업도 더뎌지는 구간. 여느날과 다름 없이 자연스레 말섬 선착장에 캐릭을 세워두었다. 여러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괜히 배를 못 타게 시비를 거는 사람. 그런 부량자를 막아낸다고 없는 살림에 주홍이를 빨며 나는 객기를 부려본다. 캐릭터는 또 다른 나라 했는가. 말섬 선착장에 NPC처럼 서있다가 무의미한 싸움을 하는게 삶의 전부었다. 그런 사람들이 여럿 있어서 그랬을까, 쎈 사람으로 각인 되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혈에 가입 하기로 했다.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인사도 귀찮았다. 매번 매일 보는 사이끼리 인사를 해야 할까, 그냥 할말만 하면 되는 것 아닐까. 막내이면서도 별로 귀엽지 않은 나를 아니꼬운 시선으로 보는 혈원도 깨나 많았다고 한다. 혈창에 간혹 보이는 누가 봐도 여성유저임을 알 수 있는 혈원 한명이 자꾸 신경 쓰였다. 딱히 자주 말을 하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표정들의 이모티콘과 살가운 인사가 돋보였다. 나보다 1살 많은 누나였지만, 난 역시 붙임성이 좋지 않아서 대화해본 적은 없었다. 3개월 동안 내 기억으로 나는 혈창에 말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가끔 화둥 사냥을 가면 묵묵히 활질을 하는 혈원 누나가 보였지만 안녕하세요 외마디와 함께 그냥 지나쳤던 날이 수일이다. 사실 우연히라도 마주칠까, 화둥과 하이네 오렌 곳곳을 의미 없이 걸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왜 일까, 관심은 가지만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 `ㅡ` 표정을 자주 사용하는 그녀는 홍일점이었다. 혈에 치근덕 거리는 사람이 많았기에 굳이 나까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떠한 계기인지 기억은 없지만 누나에게 귓말이 왔다. 빨간것도 핑크색도 아닌 귓속말 창의 아이디는 선명하게 기억이 난다. 시덥지 않은 대화였는데 30분, 1시간은 훌쩍 지나 새벽이 되었다. 다음 날, 또 귓말이 올까. 하교 시간이 길게도 느껴진다. 집에 와 조용히 말섬 선착장에 캐릭을 세워두고 채팅창만 보았다. 당연히 오지 않는다. 어떻게 인연을 이어가야 할까. 고등학생은 용감했다. 나는 활을 들고 오크스카우트로 변신해서 그녀를 찾아다녔다. 그 누구도 땡겨는 못 참았던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 날. 내 생일선물을 주고 싶다며 그녀가 먼저 만남을 요청했다. 다모임으로나마 잠깐 서로 얼굴을 확인한 정도지만 별 사이는 아니었다. 하늘의 게시였는지 우연하게도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서 그간 친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를 만나던 날, 곧 내 생일이 다가오니 아마 시월 이맘 때 였을거라. 그녀는 나에게 직접 손으로 재봉한 거북이 인형을 선물했다. 어떠한 뜻은 없었다고 한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이 삐뚫 삐뚫 했지만 정성은 가득 느껴져서 좋았다. 그날 같이 “우리형” 이라는 신하균과 원빈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고 그렇게 헤어졌다. 며칠이나 지났을까. 서로 별다른 연락이나 대화는 없었다. 예쁘게 생기고 참 착했는데, 나 한테 별로 매력이 없었나. 생각은 자꾸 나지만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대뜸 휴대폰이 울렸다. 너가 나오는 꿈을 3일이나 꾸었다며, 다시 만남을 요청하는 그녀. 그 날 조용했던 영화관에서 무슨 영화를 같이 상영 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뜨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녀는 상고에 다니는 고3이었고 이듬해 겨울, 타 지역으로 취업을 나가버렸다. 서로 연락하며 주말에 잠깐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사소한 오해로 쉬이 헤어지게 되었다. 1년이 훌쩍 흘러버렸고, 다모임은 저물고 싸이월드가 각광받던 시절. 나는 육군에 지원했다. 싸이월드로나마 그녀가 어떻게 지내는지, 싸지방에서 몰래 훔쳐 보는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무능력한 상황, 무능력한 사람. 전역하면 연락해야지 연락해야지. 취업하면 연락해야지. 연락해야지. 그렇게 서로 간단한 쪽지 두어번 나눴고, 정말 우연히 술집에서 한번 마주쳐서 나눈 대화를 끝으로 20년이 흘러버렸다. 서로 바뀌지 않은 전화번호 탓에 20년 간 카카오톡 프로필에서나마 잠깐 잠깐 옛 추억을 떠올렸고, 올해 2월. 리니지 클래식이 오픈한다는 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다. 오픈 당일 20년 전 아이디를 만들어 접속했지만 역시 그녀는 없었다. 혼자 지랄한다… 조용히 게임을 껐다. 다음 날,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접속해서 /누구를 타이핑 하던 찰라 그녀는 거기에 있었다. 귓말을 해볼까. 하면 알아볼까. 나를 기억할까. 민폐일까. 서로 결혼하고 처자식도 있는 사람끼리 이게 맞을까. 두시간을 고민 끝에 리스를 결정했다. 다음 날, 그녀는 또 있었다.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귓말을 했다.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별 다른 뜻은 없었다. 서로 잘 지내고 잘 사는 걸 안다. 다행히 내 이름을 안다. 그걸로 만족했다. 사실은 끝내 모른 척, 기억 안나는 척 할 줄 알았다. 그리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30분여 넘게 대화를 했는데 갑자기 그녀가 조용해진다. 공기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옆에 누가 있음을 직감했다. 나는 마지막 끝인사를 하고 조용히 게임을 껐다. 고마웠어 잘 지내. 고작 만난 건 3개월이지만 20년이 넘도록 한 장면 한 장면 스크린샷처럼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 사이 많은 여자도 만나고 결혼도 했지만 무언가 학창시절 인생의 전부였던 게임에서의 인연이라 특별히 그런걸까. 지나고 생각하니 어리고 철이 없을 때라,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지 못해 사실 미안함만 가득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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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