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SKT가 지나치게 후반만 보는 밴픽을 한다고 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아닌 것 같음.

대부분은 초반에 너무 무기력해 보이는 SKT의 라인전(및 정글러들)과,
반대로 중반 한타부터 강력해졌던 모습으로 인한 착각들임.

오히려 대부분의 SKT 밴픽은 바로 그 중반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그로 인해 갑자기 경기 양상이 바뀌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뿐.

그리고 그 포커스는 주로 "합류전" 에 대한 집착임.

즉 탑을 제위한 나머지 밴픽에서 빠른 합류에 용이한 맵이동기나 원거리 이니시 챔프에 높은 평가를 주고 밴픽을 함.
중반에 이를 이용한 강제 한타를 통해, '합류속도' 차이를 통한 숫적 우위로 유리한 한타 구도를 만들어서
거기서 이득을 챙긴 원딜 미드의 성장격차를 통해, 이후 1:3:1 스플릿 구도로 캐리 라인의 성장격차를 더 벌려서 이기는 게임을 구상함. 후반이 조금 안 좋은 밴픽이라도 어차피 성장격차가 벌어지면 롤에서는 대부분 의미가 없어짐.
(반면에 탑은 그냥 텔포로 합류한다는 가정으로 이 부분을 덜 신경쓰긴 함. 그리고 무조건 탱커 준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진 않고, 딜러 싸움으로 갈때도 많음. 단지, 정글 동선만 봐도 알지만 믿음은 없는거 같음..) 

이상적인 시나리오처럼 보이고, 다른 팀들도 이와 비슷한 밴픽 구도를 짜기도 하지만,
SKT는 특히 이 '합류전'이 좋은(혹은 좋아보이는) 챔프에 대한 평가가 매우 높아서, 오히려 후반 캐리력이 높거나, 초반이 강력한 챔프들을 좀 거르는 편이고. 이는 아마 많은 SKT(혹은 페이커의)팬들에게는 불만 사항일 수도 있음.

그런데 이 '합류 속도' 라는 것은 매우 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이동기가 항상 빠른 합류를 만들어주지는 않음.

예를 들어 초반 합류전에서 가장 중요한 정글 라인을 생각해 보자. 벽을 넘는 이동기를 가진 챔프가 항상 합류전이 빠른 것이 아님을 알 것임. 스카너처럼 뚜벅이지만, 빠른 정글링 속도로 먼저 움직이거나, 올라프처럼 초반의 강력함으로 인해 상대 정글을 몰아내거나 돌아가게 만듬으로서 더 가까운 이동경로를 선점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음.

이는 라이너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고, 초반의 강력한 라인전을 할 수 있는 챔프는 당연히 상대를 타워에 밀어넣고 한 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음. 물론 10발자국씩 빠르게 움직이는 맵이동기가 당연히 더 좋기는 하겠지만, 대부분의 맵이동기는 궁극기이기 때문에 레벨6전에는 사용이 불가함. 또한 텔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이 차이를 매꿀 수 있음.

또한 시야장악도 중요한 부분임. 시야장악과 합류전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예를 들어 정글 동선의 차이로 한쪽의 시야를 장악할 경우, 그 쪽에서는 우리편이 상대보다 좋은 경로를 더 안전하게 선점할 수 있기때문에 당연히 합류전 속도가 빠름.

그런데 이러한 점들을 SKT의 밴픽은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음. 무조건 중반 합류전을 위한 이동기만 생각하다 보니, 초반 라인전 주도권이 약해지고, 후반 캐리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음. 거기다 시야장악은 예전에 SKT가 잘 나갈때도 좋지 않은 부분이었고... 이전의 SKT는 그러한 약점을 라이너들의 기량으로 어떻게든 매꾸고, 최대한 중반에 반반 상황을 만들어서 본인들이 구상하는 중반 합류전으로 이끌었었음.

이러한 구상과 최근 블라썸의 플레이 스타일은 꽤나 잘 맞아떨어졌음. 블라썸은 패기있는 신인답게 이거저거 재지않고 일단 팀콜을 들으면 억지로 이니시를 여는 플레이를 했고, 이게 어쨌든 중반 합류전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처음 밴픽에서 구상한 경기 양상을 만드는 역활을 했음. 문제는 그 중반까지 최소한 반반을 가는 양상일때나 제대로 합류전이 먹히는 것인데, 신나게 처맞고 있는 상황에서도 똑같은 플레이를 해서 끝도없이 망하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임.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현재 SKT는 이기는 픽을 주면 반반을 가고, 지는 픽을 주면 처참하게 발리는 탑과, 다른 팀 정글과 개인 기량 차이로 뚜렷하게 밀리는 정글들과, 매우 자주 라인전에는 지고 들어가는 미드로 인해 애초에 중반을 반반으로 이끄는 경기가 거의 없음.

음... 해답은 모르겠음. 어쩌면 저런 상체를 가지고 밴픽을 고민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는 것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