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드 드림(Lucid Dream)

# 1.

필사적으로 달렸다.

달도 없는 어두운 밤이었다.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이어지는 건 어둠, 어둠 그리고…….

 '어둠뿐이지.'

생각하고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기에.

인정받으려고 노력했다.

관심을 받고 싶었다.

그분을 도와드리고 싶었다.

 '그랬는데…….'

모든 것이 끝났다.

뛰던 것을 그만두고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데,

 "헤어날 수 없는 꿈에서 발버둥 쳐본 적이 있나요?"

소리가 들렸다.

들려온 소리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아니, 구태여 귀를 기울일 필요도 없었다.

귓가에 계속 맴돌았기에.

 "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그 무력감을 당신은 느껴 보셨나요?"

 "누구야."

물음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허공에 메아리치듯 울려 퍼지던 소리가 사라질 때쯤, 목소리가 말했다.

 "끝없는 어둠을 찢고,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전 깨달았어요. 더 이상 나약한 나는 없다는 것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목소리가 물었다.

 "……내가 누군지 궁금해?"

나는 침을 삼켰다. 등허리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바로 너야."

메르세데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좋지 않았다는 말은 조금 부족할 정도였다.

 "팬텀ㅡ!!"

소리치며 하는 말에 크림색 머리칼이 흩날렸다. 두 주먹을 꽉 쥔 채 바들대는 모습이 꼭 다람쥐 같다고 팬텀은 생각했다.

 "왜 불러, 여왕님."

 "왜 부르냐고?"

묻고 메르세데스는 혀를 찼다. 그녀는 꽉 쥐고 있던 붉은 장미를 나무 위를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팬텀을 향하던 장미꽃은 이내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팬텀은 나무 위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그것을 낚아채는 묘기를 선보였다.

 "갑자기 던지면 어떡해."

하마터면 떨어질 뻔했잖아. 덧붙이는 말을 메르세데스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했다.

 "내가 그런 거 보내지 말랬지?"

 "그런 거라니."

짐짓 충격을 받았다는 것처럼 팬텀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러나 그것이 연기라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봐 왔으니까.

생각하고 메르세데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일어났던 일을 떠올리니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 세상에 일터로 장미꽃을 보내는 사람이 어디 있담.'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오늘은 연합 회의에 참여하는 날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일이 있다며, 갈 수 없었기에 자신이 대표로 나간 자리였고.

연합 회의인 만큼 각 계의 주요 인사들이 참여한 자리였다.

여제 시그너스, 레지스탕스의 수장 지그문트, 사랑스러운 제자 헬레나까지.

그런데ㅡ

그런 곳에서 꽃다발을 받게 될 줄이야.

 '그것도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를.'

메르세데스는 다시 푹 한숨을 내쉬었다. 양손에 얼굴을 묻고 눈을 꼭 감자 눈물이 찔끔 새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아, 정말이지……."

 "그래서?"

 "그래서, 라니?"

 "싫었어?"




---------------------------------------------------------------------------------------



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