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메이플스토리의 스토리, 세계관, 설정 되게 좋아하던 유저였습니다.

한창 메벤 열심히 하던 시절에는



퀘스트 스크립트들 긁어모아서 정리한 글도 올리고


자작 스크립트나 퀘스트도 많이 만들어 올렸더랬죠... 
지금보니 꽤나 열정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인벤 둘러보니 스토리나 세계관, 설정에 대한 글이 추천을 많이 받았길래
저도 제 생각을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그냥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란디스 대륙은 걍 개쌉노답입니다.
간단하죠?

그럼 지금부터 이유를 설명해볼게요.
그러려면 일단 메이플 월드(특히 빅토리아 아일랜드의 경우 빅뱅 전 버전)에 대해서 봐야해요.
참고로 이거는 몇 년 전에 제가 메벤에 올린 적이 있는 내용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메이플스토리 맵 구조상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 뭔지 아세요?
물론 뭐 맵 크기도 다르긴 한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순환구조''유기적인 연결구조' 입니다.
요즘 메이플은 모험하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사람 많을 거에요.
편의성 패치로 인해 이동기나 길라잡이 같은 것의 영향도 있겠지만, 맵 구조 자체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순환구조나 유기적인 연결구조야말로 모험을 한다는 느낌을 주는 가장 중요한 핵심요소라 생각하거든요.


빅뱅 전 빅토리아 아일랜드 맵의 연결구조입니다.

각 마을들이 거대한 순환구조 안에 위치해있고, 중심에 위치한 슬리피우드가 각 마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맵도 그냥 만든 게 아니라 꽤나 의도적으로 설계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마을과 바로 인접한 비교적 좁은 사냥터는 효율 좋은 사냥터(대표적으로 헤네시스 사냥터 1)였고,
세 갈래 길, 헤네시스 동쪽숲 등 존나 커다란 맵은 무조건 마을 사이의 경계에 위치해 있었으며,
마을 사이를 이동하는 길목에 종종 포탈이나 히든포탈을 통해 히든 개꿀 사냥터(와일드보어의 땅, 돼지의 해안가 등) 혹은 고렙 특수테마 사냥터(사악한 기운의 숲, 골렘의 사원 등)으로 빠질 수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또 흥미로운 건 슬리피우드입니다.
빅뱅 전에도 슬리피우드는 모든 마을에서 진입할 수 있는 문어발 구조의 중심에 위치한 마을이었죠.
그렇다고 해도 현재의 여섯갈래길과는 꽤 달랐다는 거 아시나요?


빅뱅 전 슬리피우드의 경우 각 마을에서 뻗어나와 슬리피우드 지역으로 도착할때, 도착하는 맵이 전부 달랐습니다.
커닝시티의 경우 '축축한 나무숲', 페리온의 경우 '깊은 숲', 헤네시스의 경우 '깊은 숲 습지', 엘리니아의 경우 마을로 곧바로 떨어졌죠. 

'축축한 나무숲'에는 맵이름처럼 이슬 맺힌 우산잎을 배치하고
'깊은 숲'에는 인상적인 얼굴 석상 오브젝트를 배치하는 등 맵 마다 서로 다른 고유의 오브젝트를 두어서 거기서 거기인 맵이 아니라 각자 독특한 요소를 지니게 했습니다.
덕분에 똑같이 슬리피우드에 도착하더라도 시작하는 마을에 따라 꽤 다른 인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겐 거추장스러운 요소일지도 모르겠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것 역시 일종의 디테일이라고 생각해요.


이 외에도 비교적 과거에 출시된 맵들에서는 빅뱅 전 빅토리아 아일랜드와 같은 순환구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지금은...

기본적으로 전부 일직선 및 문어발식 구조입니다.
이렇게되면 이동루트가 고정되어 단순화되며, 어딜 가도 결국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구조가 되어 뻥 뚫린 구조가 아니라 꽉 닫혀있는 답답한 인상을 주고, 결과적으로 모험하는 느낌을 매우 반감시킵니다.
세계를 모험하는 게 아니라 어디 그냥 좀 넓은 집의 방을 들락날락하는 수준의 느낌 받게 되는 거죠.

이런 구조가 빅뱅 전에도 있긴 했습니다. 보통은 모험의 끝에서 그 마지막을 장식할 보스가 존재했던 슬리피우드, 엘나스-폐광, 시간의 신전 같은 경우가 그랬죠. 어떻게 보면 아케인리버 전체도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지역은 일직선이어도 상관 없어요. 길목이 끝나도 '보스'라는 당위성이 존재하고, 유저는 또 다른 모험을 시작하러 가면 되니까.

그럼 지역들을 따로 보는 거 말고 전체적인 월드를 한번 봅시다.

일단 메이플월드는 어떻죠?
엘나스산맥 - 아쿠아로드 - 루더스호수의 직접적인 맵 연결구조야 말할 것도 없는 레전드고, 이동수단(빅뱅 전 기준)까지 포함하면 무릉까지 4지역이 순환적이고 유기적으로 묶여있습니다.

니할사막과 미나르숲은 좀 아쉽기는 해도 각각의 지역 안에서 서로 상이한 지역 요소들(니할사막의 경우 아리안트-마가티아, 미나르숲의 경우 리프레-용의숲-용의협곡)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죠.

아케인리버는 일직선인 게 모험적인 요소로서는 아쉽기는 해도, 애초에 강이라는 컨셉이므로 이해는 됐습니다.


근데 그란디스 이건 대체 뭐죠?

위성들이라 뭐 연결이 쉽진 않다고 쳐도, 그럼 새비지터미널에 오르비스처럼 그럴듯한 정거장이라도 만들던가.


이게 최선임? 진짜?

대륙은 어떤가

메이플 오시리아 대륙을 따라해도 부족할 망정인데
설정은 씹고 아케인리버에서 세르니움 갈 수 있는 방법은 만들지도 않아
렙제는 오지게 걸어서 접근성 개판으로 만들어
명색이 대륙인데 맵 연결 구조나 진행은 아케인리버랑 똑같이 일직선이야
오디움을 바다에 띄워놔도 상관없는데 저 바닥에 의미 없는 영토 배정은 왜 해둔 거임 대체?
그리고 뜬금 없이 구석배기에 개쪼렙 튜토리얼 맵 떡하니 박아놨지

이거 저는 비슷한 거 본 기억이 나거든요?


던베일이 이 ㅈㄹ 하다가 개처망했잖음
심지어 뜬금 없이 비스트테이머 튜토리얼맵 박아둔 것까지 똑같음

그란디스는 갈아엎고 전체적인 틀 짜서 다시 내던가 이대로 가면 던베일 꼴 날 게 뻔하다고 봅니다.
무슨 젠가 탑 쌓듯이 세계관 만드는 건 애초에 일직선 구조였던 아케인리버에서나 먹히지 그란디스도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미래가 없어요.
과연 지금의 운영진이 이걸 타개할 잠재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