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밀하기 그지없는 핏빛으로 흑색에 덧칠해진 어둠 속. 단 한개 켜져있는 촛대의 빛이 우류 류노스케의 마른 얼굴을 비추고 있다.

 남자로서는 지나치게 고울 정도로 가느다랗고 긴 손가락은 온통 진홍에 젖어 있었다. 긴 탁자를 향해 앉은 그의 앞에는, 반들반들 윤기가 도는 띠 모양의 생육(生肉)이 가로로 세줄 나란히 늘어서있다.
 창자(腸)다. 긴 탁자의 끝에서 끝까지 잡아 늘여져 못으로 고정된 인간의 창자다.
 매우 진지한 눈빛으로 그 육대(肉帶)를 응시하면서, 류노스케는 왼손에 든 작은 음차(音叉:소리굽쇠)를 탁자의 모서리에 부딪히고, 땡, 하는 맑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청량한 울림이 꼬리를 끌고 있는 동안, 재빨리 오른손가락으로 창자의 각 부분을 꾹꾹 눌러댄다.
 그때마다──
 히……
 익……
 ──하고, 참혹한 번민의 소리가 천천히 어둠 속으로 퍼진다.
 그것들의 소리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 음차의 잔향과 비교한 다음 류노스케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서,

 "좋았어. 자, "미" 는 여기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창자의 일점에 음표가 그려진 태그를 핀으로 고정한다. 비슷해 보이는 음표의 태그는 꿈틀꿈틀 흔들리는 육대(肉帶)의 각 부분에 이미 몇 개나 꽂혀있었다.
 이런 짓을 당하면서도 이 창자는 아직 살아있었다. 정확히는 창자의 소유자가, 이지만.
 긴 탁자의 위에 걸려있는 십자가에는 끊이지 않는 고통에 흐느끼는 소녀가 꼬챙이에 찔려있었다. 그 하복부가 가로 일자로 갈라 찢겨지고, 끄집어내진 내장이 지금 긴 탁자의 위에서 류노스케의 노리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인간의 창자를 건반으로 하여 비명으로 노래하는 오르간을 만들어본다고 하는 류노스케의 아이디어는 『푸른 수염』도 높게 평가해주었다. 소재로 선택된 소녀에게는 출혈이나 감염증으로 죽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몇 번이나 치유재생마술을 걸고, 또 뇌내물질로 통증이 마비되는 일도 없도록 통각에도 처치를 해두었다.
 조금만 몰두해볼까 하면 곧바로 생명활동을 정지해버리는 인간의 델리케이트함은 류노스케에게 있어서 이전부터 고민거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술사가 공작을 거들어준 덕분에 아무런 곤란도 없어졌다. 어지간한 일로는 소모되지 않는 산제물의 육체를 캔버스 삼아, 이제 류노스케는 자유자재로 감성의 날개를 펼칠 수 있었다.

 "네~에. 그러면 원스 모어 타임(Once more time). "도" "레" "미" ~라고."

 그 자신도 노래를 부르며 류노스케는 창자의 건반에 손가락을 누른다. 허나, 그것에 응하여 흘러나오는 고통의 소리는, 음정도 뭣도 아닌 불협화음밖에 되지 않는다.

 "……으응?"

 피투성이의 조율사는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하고, 방금 음차(音叉)로 확인했을 창자의 위치를 다시 한번 눌러본다. 꼬챙이에 꿰어진 소녀가 흘린 신음은 여전히 태그의 표시와 다르다.
 잘 생각해보면 같은 통점을 자극했다고 해서 매회 같은 음정의 비명이 나와 줄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인간 오르간이라는 구상에는 구조적 결함이 있다는 것이 된다.

 "이런……졌다."

 낙담의 한숨과 함께 류노스케는 머리를 긁적였다.
 어제까지 악전고투를 계속했던 인간 파라솔의 발명에 이어서, 또다시 실패다. 이런 좌절이 계속되면 아무리 그라도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다.
 그러나 류노스케는 어젯밤 『푸른 수염』의 말──파라솔을 부수며 낙담하는 제자를 부드럽게 위로해주는 훈사(訓辭)를 떠올린다.

『무슨 일도 최초의 발상이 중요합니다. 만약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도전하는 행위 그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웃으며, 위대한 악마는 류노스케를 격려해주었다. 그때까지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했던 예술의 길을 고독하게 관철해왔던 청년에게 있어서, 그 말은 얼마나 격려가 되었던 것인가.
 힘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기력을 되찾고서 류노스케는 약한 마음을 떨쳐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은 트라이 앤드 에러(Try and Error). 천릿길도 한걸음부터.
 어쨌든 간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이 인간 오르간에 있어서도 그만두는 것은 아직 빠르다. 문제점을 근본부터 재점검하면 뭔가 타개책이 나올지도 모른다.
 애초에 음은 제쳐두고, 노출된 창자를 주물렀을 때 소녀의 표정은 대단히 매혹적이다. 그렇게나 훌륭한 얼굴로 우는 소재를 순순히 폐기해버리는 것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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