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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후기에서 이어집니다.

이번에는 기본 게임에 펀딩 한정판으로 나온 로치 확장과 협력 시나리오 보스 에레딘 만을 추가했습니다.

지난 후기에서 코어 게임의 대표적인 단점으로 뽑은 것은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전투에 소요되는 시간이 김
2.적의 종류가 달라져도 플레이어가 받는 작은 페널티의 종류를 제외하면 적의 공격패턴이 모두 대동소이함.
3.플레이어의 전투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것과 달리 적은 등급이 높아져도 체력만 오르고 전투력은 약한 적과 다를게 없어 성장할수록 전투가 쉬워질 수 밖에 없음
4.게임 승리를 위해 점수를 얻을 방법이 전투와 스킬성장 정도로 한정되어 있어 게임이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협력 확장은 위의 단점들을 모두 없애지는 못하였으나, 새로 추가된 기믹으로 어느정도 상쇄를 시키거나 신경을 쓰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협력 캠페인과 코어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우선 시간 제한이 생기고 게임의 목표가 보스처치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보스는 최종장 전까지는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으나, 대신 보스가 보낸 하수인들이 맵을 휘젓고 다니며 플레이어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턴이 지날수록 점점 괴수와 하수인의 수가 불어나며, 이걸 방치할 경우 보스가 점점 강해지는 기믹이 있어 플레이어를 성장시키면서 적들의 수를 어느정도 줄이는데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성장과 괴수 퇴치에 얼마나 시간을 배분할지 잘 선택하여야 합니다.

덱빌딩의 경우 기본게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으나 덱에서 카드를 제거할 수단이 줄어들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새 카드는 불어나는데 흐름을 방해하거나 쓸모없는 카드들을 없앨 방법이 적어지니 코어게임 때보다 전투에서 콤보를 만들기 힘들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기본 게임에 비해 덱의 파워 인플레이션이 약해지긴 했습니다만... 카드 콤보가 전투의 핵심 기믹인데 그 기믹 자체를 약화 시켜버리는거라 코어게임을 먼저 했다면 호불호가 좀 갈릴 거 같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약해진 덱 덕분에 전투에 좀 더 리스크가 생겼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 나빠진 덱빌딩 요소가 생각보다 심하게 체감되진 않았습니다. 카드를 버릴 수단이 없는게 아니기도 하고, 전투의 과정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본게임과 달리 협력확장에서 적과의 전투는 결국 최종보스와의 대결을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입니다. 돌이켜보면 협력 확장의 전투도 생각보다 긴장감이 없었긴 했습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 안에 퍼즐 맞추듯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여 승리 플랜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게임을 하고 있어서 쉬운 전투로 인해 오는 성취감의 부재를 느낄 수 없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코어 게임에서 가장 재밌는 기믹으로 뽑았던 이벤트카드들은 협력확장에선 어떤 보스를 선택했냐에 따라 전용 이벤트들로 모두 교체가 됩니다. 코어 게임에선 딱히 스토리랄게 없었고, 연계 퀘스트라 해도 카드 2-3장 정도로 이어질 뿐인 무작위한 이벤트가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코어게임이 오픈월드 게임을 하는 느낌을 주었다면 협력확장에선 모든 이벤트가 최종보스와 연관된 스토리의 일부여서 선형진행 스토리가 중심인 게임을 하는 느낌이 납니다. 이벤트에서 벌어진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보스의 힘을 약화시킬수도 있고, 보스를 상대할 대비책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 이 이벤트 카드들 또한 여러장 중 랜덤으로 선택하는 것이라 리플성을 보장합니다.

제한 시간이 끝나면 바로 보스와의 전투가 시작됩니다. 보스는 그동안의 플레이어들의 실수나 성공으로 인해 발생한 버프와 디버프를 모두 적용한 상태이며, 평범한 괴수들과 동일한 체력/공격 덱을 쓰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보스 전용의 공격 패턴 카드가 여러장 섞여들어갑니다. 이 카드들은 보스가 뽑아서 사용할 때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공격해서 버려질 때도 강력한 효과를 주기 때문에 카드가 나올 때마다 콤보 계획이 틀어지고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보면 덱에 남은 카드가 공격수단이자 곧 체력이라는 기믹을 제작진이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거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 기본 전투를 이렇게 몰개성하게 만든지 이해가 잘 안갔습니다.
다만 여기서 약화된 덱의 단점이 좀 크게 느껴졌는데, 보스의 공격으로 쓸만한 카드들이 다 날아가고, 덱 구축중에 미처 제거하지 못한 약한 카드들만 손에 뽑히는 상황이 오는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저희 파티는 마지막에 회심의 카드가 나와서 간신히 승리했습니다만, 위에도 말했듯 이 약해진 덱 기믹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듯 합니다.

그외에 추가된 확장을 하면서 느낀 것이라면, 게임의 기본 규칙이 모듈화가 잘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추가된 확장들은 기본 게임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할 뿐만 아니라 기존의 규칙을 완전히 대체하고 게임의 기본 흐름 자체를 변화시키는 요소가 있는데도 새 규칙과 기존 규칙이 충돌하거나 억지로 이어붙인듯한 느낌 없이 깔끔했습니다.

이상 후기를 마칩니다. 개인적으로는 코어게임의 경쟁보단 이번 확장의 협력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추후 다시 게임을 하게 된다면 저는 협력 위에 추가로 다른 확장들을 넣어서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