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 워 오브 마인 보드게임 현지화 작업 소회 by 브릿지빌더스




안녕하세요 이번 디스 워 오브 마인(디워마) 현지화 작업을 맡은 브릿지빌더스 입니다.

 

디워마 본판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확장을 작업하면서 느낀 점, 이번 확장에 추가된 점 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싶어서 글을 쓰게 됐습니다. 이미 저희보다도 디워마를 더 많이 해보신 분들이 이번 펀딩에 들어가 계시리라 생각하고, 현재 펀딩 중이고 디워마의 두 번째 확장인 포위의 날들에 대해 먼저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킥스타터 버전 vs 포위의 날들

디워마 보드게임이 2017년에 킥스타터를 통해 출시되자 보드게이머와 기존 PC게임 유저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은 반면, 첫 번째 확장인 ‘폐허가 된 도시의 이야기’는 출시 직후 지금까지 기존 팬(특히 KS버전 구매자들)에게 평가가 박한 편입니다. 나름 많은 부분들이 개선이 됐지만, 킥스타터 한정판 구성을 조금 다듬은 느낌에 불과했기에 ‘이걸 돈을 주고 사야하냐’는 부정적 의견이 많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저희도 모임을 할 때 영문 킥스 버전을 가지고 개선된 규칙을 적용해서 게임을 즐겼었습니다 하하… 다만, 처음부터 한국어판으로 확장을 구매하신 분들에게는 감히 필구 확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고양이 모듈은 킥스 버전에서 미니어처도 없었습니다. OTL

 

그리고 3년 후인 2020년에 ‘포위의 날들’ 확장이 소리소문없이 일반 판매로 출시됐는데, 이 확장에는 기존 킥스 버전에 있던 모듈이 두 개(아이들, 개)가 포함 되어있긴 하지만 전체 볼륨(텍스트)에서 따져보면 3% 정도에 불과하고, 처음보는 요소들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확장 1에서 받은 안 좋은 평가를 반면교사 삼아 킥스타터 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확장을 출시한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희는 못 참고 직구를 했고(…), 확장을 해본 결과 훌륭한 ‘완결’을 지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 줄 정리: 소형 모듈 2개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새로운 내용의 확장입니다.

 


문제의 그 킥스타터 한정 구성물을 모은 상자

 

그래서 무엇이 달라졌나요?

기존 디워마를 해보신 분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실 부분은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지도의 추가

저희가 디워마를 마치고 나눴던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내가 살던 집 밖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였습니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우리가 매일 보고 돌아다니던 집 밖이 야밤에 수집을 돌아다니는데도 3장의 지역으로만 표현되는 점이 아쉬웠죠.  ‘우리 집 앞골목에는 편의점이 있고, 집에서 10분만 걸으면 지하철역과 대형 마트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아는데’ 도 말입니다...! 그렇게 테마적으로 조금은 이상하게 느낀 점이 ‘포위의 날들’ 확장을 통해 보란듯이 개선됐습니다. 물론 더 먼 지역으로 갈수록 주변의 주의를 끌게 되고, 이동에 시간이 걸려서 수집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지만요. 그리고 지도의 존재로 인해 수집 경로 등의 플레이가 고착화되어서 리플레이성이 줄어들지 않도록 주요 지역 외에 다른 지역들은 매 게임 바뀌도록 마련해 두었습니다. (PC 버전의 맵 탐색 느낌이 좀 더 살아났다고 느꼈습니다.)

 


 

2. 두 개의 수집조

폐허 확장에서 하수도 모듈을 끼면 수집을 두 번 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다만 하수도에 들어가는 결정 자체가 낮 행동 전부를 포기하고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상당한 리스크가 있었습니다(개인적으로는 전기부품으로 손전등을 제작하는 걸로 해서 밤에도 들어가게 해주면 안되냐 이야기가 있긴 했었습니다만). 이제는 지도를 더 정확히 아는 만큼, 조직적으로 수집을 나설 수 있게 됐습니다. 두 번째 수집은 항상 혼자 다녀야 하겠지만요.(불침번은 세우셔야…)

 



 

3. 어쩌면, 어쩌면, 정말 생길지도 모르는 일들

이전의 폐허 확장에서 전쟁 속에 남겨진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시나리오로 겪어볼 수 있었다면, 이번 ‘포위의 날들’ 확장에 추가되는 모듈은 그 중 하나의 시나리오에 불과하긴 합니다. 단, 이 시나리오가 3개의 챕터에 걸쳐서 진행되고, 관련된 볼륨(텍스트) 양이 디워마 본판의 절반에 해당하는 13만자의 분량이며, 이 시나리오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게 지도가 마련됐다는 점이 이전의 시나리오와 다른 점입니다. 이번 시나리오는 분명 전쟁 따위는 관심도 없는 고립된 ‘민간인’이지만, 그 고립을 일으킨 장본인인 군대와 엮이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지도에는 대립 중인 ‘비세니’와 ‘그라즈니’ 두 군대가 주둔 / 순찰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전쟁 그 자체를 조금 더 가까이서 겪게될 겁니다. 물론 ‘생존’이 최우선 이겠지만요.

 


 

처음에는 포위의 나날 확장에 킥스타터 모듈인 Tactics(전술)가 들어있는 줄 알았지만, 전술 모듈은 적 조우시 전투가 바로 시작하지 않고 도망 / 기습 / 숨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는 모듈입니다(테마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플레이 타임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나는 모듈이었습니다). 이후 군인 미니어처를 제외한 다른 요소들은 포위의 나날 확장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했습니다.

 

번외: 개, 남겨진 아이들 모듈

‘남겨진 아이들’ 모듈과 개 모듈은 규칙적으로는 폐허 확장의 고양이 모듈과 비슷합니다만, 남겨진 아이들 모듈에는 관련된 스크립트가 있어서, 전쟁 속의 아이들에 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모듈입니다.

 



디스 워 오브 마인의 마침표

복잡한 규칙, 긴 플레이 타임, 숨이 턱턱 막히는 내용… 심지어 실물 스크립트 북 마지막 부분에는 제작 의도마저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반전(反戰)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 목표가 있다고 적어 놨습니다. 그래서 디워마는 지금도 아무에게나 추천하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워마의 마지막 확장이 출시되는 지금이 아니면 이 게임을 한국어판으로 해주신 분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디워마 본판의 한국어판 발표 때도 놀랐지만, 마지막 확장까지 한국어판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이 게임을 출시해준 서먼게임즈에 감사를 드리고, 무엇보다 마지막 확장까지 나올 수 있게 관심을 가져주신 수많은 보드게이머 분들에게 더더욱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