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퀘어에닉스의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JRPG 팬들에게 익숙한 도트 그래픽과 현대적인 기술을 결합한 'HD-2D'라는 독특한 비주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고전 RPG의 감성을 살린 턴제 전투 시스템과 여덟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하지만 8명 각자의 이야기에 주목한 나머지, 전체적인 서사의 힘이 부족하다는 약점도 명확했다.

오는 12월 4일 출시에 앞서 TGS 2025에 출전하는 '옥토패스 트래블러0'는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보였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플레이어가 직접 주인공을 커스터마이징한다는 점이었다. 시리즈 최초로 오르스테라 대륙의 이야기에 직접 개입하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8명의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했던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하는 구심점이었다.

외형 커스터마이징은 엄밀히 말해서 다채롭지는 않았다. 체격부터 머리색, 헤어스타일, 눈, 몸동작, 목소리, 피부색까지 몇 가지 타입을 배합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배운 기술과 좋아하는 요리, 소지품을 선택하는 장면은 눈에 띄었다. 이미 여러 차례 소개문을 통해 '복수'라는 테마가 언급됐으니, 이것들은 모두 고향 마을에서 유저의 분신인 주인공의 추억을 담은 요소들일 테니 말이다.

▲ 심플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외형 커스터마이징이 끝나고

▲ 일단 뭐가 됐든 모르겠으면 공격 또 공격이다

▲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면 이래서 짜장면이라 썼다가 빨간색 들어갔단 말에 불공춘으로 전환

▲ 8명의 이야기가 아닌,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하니 뭔가 좀 다른 느낌이다


그런 요소를 직접 적고 게임 안으로 들어가서 보니, 그런 빌드업의 낌새가 초반부터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검붉은 면 요리를 보고 장난삼아 '불공춘'이라 이름 붙였는데, 집을 나서기 전에 어머니가 불공춘을 챙겨주시는 그 장면이 바로 나올 줄이야. 플래그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초반 커스터마이징 시연 후에는 마을 재건을 위한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었다. 폐허가 된 고향 마을 위시베일을 뒤로 한 주인공 일행은 마을 재건을 위해 수완 좋은 상인 루드를 찾아나서고, 약간의 트러블이 있지만 루드의 시험을 통과하게 된다.

▲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이라는 강력한 플래그가 처음부터 나오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진지하게 할 걸

그 시험은 교역로의 골칫덩이들인 리자드맨들을 퇴치하는 임무로, '옥토패스 트래블러0'의 전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기존의 브레이크 & 부스트를 계승하면서도 더욱 전략적인 요소가 추가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시연 버전에서는 10명 중 8명을 파티에 편성할 수 있었다. 이 중 4명은 전열, 나머지 4명은 후열에 배치하여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전열의 캐릭터가 쓰러져도 후열의 캐릭터가 바로 등장하는 시스템은 턴제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갑작스러운 전멸을 피할 수 있게끔 도왔다.

또한, 전투 중 스위칭 멤버로 교체 투입하는 시스템은 더욱 유동적인 전략을 가능하게 했다. 적 보스의 패턴에 맞춰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멤버를 적시에 투입하는 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선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자드맨 보스는 중간중간 대놓고 패턴을 준비하는데, 그때 어떻게든 브레이크를 거는 것이 공략의 핵심이었다. 실제로 그걸 염두에 두고 부스트를 아껴뒀다가, 패턴 타이밍에 맞춰 부스트를 풀가동해서 약점을 공략하거나 혹은 멤버를 바꿔서 저격하는 식으로 그 패턴을 피하는 플레이가 가능했다. 즉 이전보다 더 다양한 캐릭터와 조합을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재미가 추가된 셈이었다.

▲ 네가 뭘 알아라고 답해주고 싶어도 팩트는 맞으니 하 참을 인이 세 번이면 어쩌고 저쩌고

▲ 이게 다 마을 재건을 위한 길이니 별 수 없지

▲ 아니 보스 전초전에서 일반 스킬 잘못 맞았다고 이렇게 될 줄은...그래도 후열 멤버가 들어와주니 세이프

▲ 초반 파티원들로 한 번 약점 간파를 해본 뒤

▲ 약점에 맞춰서 파티원을 스위치, 패턴을 브레이크로 차단하는 수읽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 뒤로 열리게 되는 '마을 재건'은 단순한 하우징 시스템으로 끝나지 않았다. 마을에 동료들을 배치하고 그들과 교류하며 여러 재화를 얻는 건 물론, 중간중간 파티 대화를 통해 캐릭터들의 숨겨진 면모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설비를 하나하나 늘려가며 마을을 꾸미고 편의성을 높이는 과정은 기본적인 육성 및 수집의 재미를 충분히 살려냈다.



▲ 집 짓고 이주민 받으면서 재화를 쏠쏠하게 거두는 맛도 있고

▲ 자동으로 배치하는 기능도 추가, 편의성을 높였다

익히 잘 알려진 것처럼, '옥토패스 트래블러 0'의 베이스는 모바일 버전인 '옥토패스 트래블러 대륙의 패자'다. 하지만 단순히 모바일 게임을 싱글 패키지 게임으로 재구성하는 게 아니라, 유저가 직접 주인공을 만들고 고향 재건의 서사를 직접 풀어가는 새로운 시도를 담아냈다. 이는 시리즈의 고질적인 약점인 서사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려는 개발진의 의지로 보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옥토패스 트래블러'는 고전적인 감성과 독특한 전투 시스템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이야기의 구심점은 약했다. 이번에는 유저가 직접 이야기에 개입하고, 마을을 재건하며 동료들과 유대를 쌓아가며 여러 이야기를 풀어갈 추진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였다. 시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미 검증된 요소들과 조화된 이 새로운 힘은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처음엔 모바일 버전의 패키지판 아닐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연 주인공 그리고 동료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오르스테라 대륙의 이 사건이 어떻게 결말이 지어질지 12월 4일,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 마을 재건 후 종종 들어가는 파티 대화를 통해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는데...이건 너무 강렬한 걸

▲ 이번에 다 둘러보지 못한 오르스테라 대륙, 그리고 주인공과 그 일행의 이야기는 12월 4일 직접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