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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8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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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노트 01. [월드] 웨스테로스를 '짓는다'는 것 -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웨스테로스를 '짓는다'는 것 HBO 원작의 세계를 게임 안에 옮기기 위해 우리가 처음 한 일
킹스로드의 월드를 처음 만들기 시작했을 때, 팀 안에서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는 '어떤 세계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세계를 만들지 않을 것인가'였습니다. 반짝이는 갑옷, 깨끗한 성벽, 햇살 아래 빛나는 초원. 판타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보기에 좋고, 만들기에도 익숙합니다. 하지만 그건 왕좌의 게임이 아닙니다. 왕좌의 게임에는 냄새가 있습니다. 킹스랜딩의 뒷골목에서 나는 오물 냄새, 캐슬블랙의 뼈가 시린 바람, 전장에 남겨진 시체에서 풍기는 것들. 원작이 보여주는 세계는 화려하지 않습니다. 아름답다고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대신, 살아 있습니다. 저희는 그 '살아 있음'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멋은 무엇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화려함은 아닙니다. 에다드 스타크는 명예를 택했고, 돌아온 건 목이 잘린 자신의 머리였습니다. 롭 스타크는 사랑을 택했고, 돌아온 건 피로 물든 혼례였습니다. 서세이는 권력을 택했고, 대가로 가족 전부를 잃었습니다. 명예의 이면에 죽음이 있고, 사랑의 이면에 배신이 있고, 풍요의 이면에 부패가 있습니다. 왕좌의 게임의 멋은 그 양면성 자체입니다. 아름다운 곳은 아름다운 이유가 있어야 하고, 더러운 곳은 더러운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유 없이 예쁜 풍경은 이 세계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는 세계를 만든다는 건, 지형부터 다시 생각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강이 흐르는 방향, 산맥이 놓인 위치, 숲이 자라는 이유. 웨스테로스 대륙 위의 모든 지형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근거가 있습니다. 하나의 성, 작은 마을 하나를 배치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성은 왜 여기에 세워졌는가. 강을 끼고 있는가, 고갯길을 막고 있는가, 교역로 위에 있는가. 마을도 같습니다. 물이 있거나, 땅이 기름지거나, 길이 교차하거나. 이유가 없으면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습니다. 지리적 개연성이 먼저 서야, 그 위의 이야기도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지형 위에 세계가 서면, 그다음은 그 세계를 살아있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저희 월드 팀이 한 일은 HBO 시리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는 거였습니다. 이번에는 배경만 봤습니다. 벽의 재질, 바닥의 상태, 문틈으로 들어오는 빛의 색, 거리에 놓인 물건들. 킹스랜딩의 플리바텀은 한마디로 지저분합니다. 좁은 골목에 천이 널려 있고,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건물은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걸 게임에 옮기려면 '기울어진 건물' 하나를 만드는 게 아니라, '왜 이 건물이 기울어져 있는가'까지 고민해야 합니다. 시체 위에 구더기가 있는 건 혐오 연출이 아닙니다. 이 세계에서 죽은 사람은 누군가가 치워줄 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썩은 나무로 지어진 건축물은, 이곳에 새 목재를 들여올 여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진흙 위의 검붉은 피는, 여기서 일어난 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환경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저희 팀에서는 이걸 '세계를 심는다'고 부릅니다. 지형을 심고 나면, 그 땅 위에 누가 살았고,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를 심는 작업입니다.
웨스테로스는 하나의 대륙이지만, 안에 완전히 다른 온도의 공간들이 공존합니다. 저희가 특히 신경 쓴 대비가 하나 있습니다. 올드타운. 세계의 지식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시타델이 있고, 하이타워의 등불이 꺼지지 않고, 아버산 와인의 달콤한 향이 거리에 깔려 있습니다. 풍요의 절정입니다. 이곳을 걸으면 따뜻하고, 밝고, 살 만합니다.
캐슬블랙. 탈영병, 도둑, 죄수, 서자. 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시린 공기와 형제들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벽 너머의 무언가를 막기 위해 남아 있는 사람들만이 버티는, 잊혀진 땅입니다.
이 두 곳을 게임 안에서 옮겨다닐 수 있습니다. 같은 세계인데 색감이 다르고, 소리가 다르고, NPC의 밀도가 다르고, 건축물의 재질이 다릅니다. 올드타운에서 캐슬블랙으로 갈 때, 유저가 외투를 여미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온도를 만드는 건 기온 수치가 아닙니다. 색감, 공기의 밀도, 발소리의 울림, 시야 거리, 하늘의 높이. 이런 것들이 합쳐져야 '여기는 춥다' 혹은 '여기는 따뜻하다'가 됩니다.
이런 월드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 월드 팀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세계를 심는다'고 부릅니다. 지형을 깎고 건물을 배치하는 것만으로는 세계가 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심고, 일어났던 사건의 자국을 심고, 지금 이 공간의 상태를 심어야 합니다. 하나의 지역을 만들 때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은 '여기는 어떤 곳인가'가 아니라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입니다. 대답이 나오면, 그 일의 흔적을 공간에 남깁니다. 대답이 두 개면, 흔적도 두 격 남깁니다. 작업 과정은 느립니다. 벽 하나의 재질을 정하는 데 원작의 해당 지역 설정을 다시 확인하고, 건축 양식이 맞는지 보고, 이 지역의 경제 수준에서 이 재료를 쓸 수 있는지까지 따집니다. 과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안 하면, 그냥 '예쁜 판타지 마을'이 됩니다. 저희가 처음에 만들지 않기로 한 바로 그것이 됩니다.
킹스로드의 웨스테로스는 깨끗하지 않습니다. 진흙이 있고, 피가 있고, 썩은 나무가 있습니다. 시체가 치워지지 않은 길이 있고, 벽에 칼자국이 남아 있는 방이 있습니다 풍요로운 곳 바로 옆에 궁핍한 곳이 있고, 아름다운 장소에 잔인한 기억이 겹쳐 있습니다. 저희는 그걸 치우지 않았습니다. 왕좌의 게임이 보여주는 세계가 그런 곳이니까요.
🖼️4컷 만화: 「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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