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펌프히로님께 바칩니다.

 

 

 

 

 

(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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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런건 아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그와 친구사이였을 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잘생긴 편은 아니지만, 다정하고 무엇보다도 마음씨가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전 그에게 점점 호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의 발걸음, 손동작, 웃음소리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그때까진 아직 그와 저는 친구였습니다. 혹시 그 때 친구인 것으로 만족했었다면..

저 역시 그다지 미형의 외모를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뒤에서 수줍게 포옹을 한다거나, 걸어가다가 살짝 팔짱을 끼면서 천천히 접근해갔습니다.

그가 자고있을 때 몰래 볼에 뽀뽀하기도 했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는 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눈은 매우 미묘했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으면서도, 평범한 눈빛은 아닌…

말하자면 그 역시 미묘한 감정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좋은 징조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역시 저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것 이니까요. 하지만, 그 눈빛은 곧 사라졌습니다.

저 역시 아쉬움도 안도감도 아닌 미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런 접근을 계속해서 시도하며 수 일을 지냈습니다. 그

의 피부에 제 살이 닿을 때 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가장 큰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전 그 이상을 원했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직접적인 접촉을 원했습니다.

그와 술을 마실 때였습니다. 저는 장난기와 호기심이 섞인 감정으로 취한 척 하며 그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습니다.

그가 절 밀어내며 취했다고 말했지만, 전 취하지 않았었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말짱한 정신이었기에 두근대는 제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리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머리에선 기쁨의 환호성이 들려왔습니다. 그는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습니다.

그와 같이 가는 동안 저는 그의 손을 잡았습니다. 정말로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은 제 마음을 더욱 굳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와 사귈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직접 고백하기엔 용기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가 절 어떻게 바라볼지도 모르겠구요.

어디까지나, 우린 친구였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다 결국 다다른 지점은,

결국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이었을까요?

저는 그와 자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와 여행을 계획했습니다. 몇달간 아르바이트 해서 모은 돈으로 가까운 해외여행을 다녀올 준비를 했습니다.

그 역시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제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고 했으니 그다지 고민할 것은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3박 4일의 여행이었습니다. 숙소는 최대한 한적한 곳으로 찾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덫을 짠 다는 것을 알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저는 몸을 엄습하는 자괴감을 떨쳐내고 그와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그의 좌석은 제 옆자리였습니다.

여행 삼일 간은 엄두가 안나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날 밤엔 이번에 하지 못하면 끝이란 생각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여행지 숙소에서, 그는 피곤했는지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그의 옷을 벗기면서 정말로 심장이 너무 뛰어서 지쳐버려 멈추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손이 너무 떨려 그가 일어날까봐 걱정했지만, 그는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 역시 옷을 벗고, 두근거리며 그와 성교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이라서 조금 당황했지만, 한 번 들어가자 그 뒤는 의외로 쉬웠습니다.

그러나 그 때 제 몸을 지배했던 것은 성교시에 느껴진다는 쾌락보단 두근거림과 긴장감,

그리고 그 몰래 이런 일을 꾸몄다는 죄책감이 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사정했음을 느꼈을 때, 그는 눈을 떴습니다.

그는 번쩍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눈을 비비고, 상황을 파악하려는지 두리번거리고,

다시 눈을 비볐습니다. 저는 그동안 몸이 얼어붙어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일어나리란 것을 알고 했는데도 왜 그랬을지요. 그는 제 안에서 나갔습니다.

그리고 씻지도 않은 채 옷을 입고 나갔습니다.

다음날 그를 본 것은 공항에서 였습니다. 그는 담배를 핀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날 그에게선 담배냄새가 났습니다.

그는 제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어렴풋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오는 눈물은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제 쪽을 바라보지 않았고, 저는 소리내지 않고 울었습니다.

그가 만약 저를 봤다고 하더라도, 저 같은 사람에겐 일말의 동정심을 가질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 후로 그는 저를 피해다녔습니다.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도 저를 보면 표정을 굳히며 다른 곳으로 황급히 피했습니다. 제 마음은 갈수록 아파져갔습니다. 어느 날 술집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그는 저를 보더니, 급한 일이 생각났다면서 정말 미안하다며, 나갔습니다.

저는 절망감에,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고 그를 따라갔습니다. 저는 그의 팔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울음이 터져나오려는 것을 막은 대신, 울먹임은 막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습니다.

" 왜 날 피하는거야? 내가 널 좋아해서 기분 나빴다면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제 용서해주면 안돼? "

그는 절 천천히 쳐다보더니 제 손을 뿌리쳤습니다. 그리고 절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 널 보면 역겨워서 그래, 좆같은 게이새끼야. "

그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기에 주위 사람들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귀와 가슴엔 송곳처럼 박혀들어 똑똑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무말도 못한채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그는 홱 돌아 제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더이상 살 가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죽는다면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는, 이런 기억은 없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상처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불타 없어지면 바람에 흩날리게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