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가 런칭된 뒤 얼마 지나 망하면 항상 나오는 말이
'만렙찍고 할게없다' 이다.
하지만 전 세계 게임 제작자들이 모두 두뇌가 붕어수준으로 퇴화된 게 아니라면
어딘가에서는 '만렙 찍고 할 게 있는' 게임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제 2차 한국 MMORPG 빅3라고 할 수 있는 테라 블소는 모두
'컨텐츠가 부족하다' '할 게 없다' 라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블소의 컨텐츠 추가를 보면 백청산맥을 통한 만렙확장은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런칭 뒤 6개월 동안 신직업 하나, 만렙 인던 셋(핏빛 무탑 미궁)이 추가되었는데
다른 MMORPG들과 비교했을 때 이게 컨텐츠 겁나없네요 ㄷㄷ해 이 정도로 부족한 건 아니다.
까놓고 말해서 와우도 대격변 말기 용의영혼은 재미도 없는 거 1년 넘게 없데이트였는데 뭘
그렇다고 해서 블소가 '준비된 컨텐츠는 꽤 있는데 그래서 할 게 많나요' 라고 물어보면
ㅇㅇㅇㅇㅇ이라고 대답할 수 있는 게임은 또 아니다.

블소에 추가된 요소들은 pve 컨텐츠들인데, mmorpg에서 pve 컨텐츠는 결국
초기에 반짝하고 그 이후에는 다음 패치 전까지 아이템 노가다나 하는 곳이 되어버려서 흥미가 반감될 뿐 아니라
한 캐릭으로 하루에 한 번. 일 주일에 한 번 뛰면 더 이상 유저들에게 게임 내 가장 높은 레벨 유저들에게
컨텐츠를 제공할 수가 없다.
그래서 블소가 인던을 아무리 추가해도 어차피 하루에 한 번 돌면 끝나는 곳이니 '아 이제 할거없네' 라는 말이 나온다.

'만렙찍고 할게없다 접으세여' 라고 사형선고 듣는 MMORPG가 한국에서만 양산되는 건 아니다.
해외 기대작이었던 스타워즈 : 구공화국, 리프트, 시크릿 월드(TSW) 심지어 평가가 좋았던 길드워 2까지도
NO END CONTENTS라면서 탈탈탈탈 까인 뒤 부진에 빠져들게 되었다(길드워는 아직 앞 세 게임을 따라가진 않는다만)
그런데 얘들이 진짜로 게임 내에서 즐길거리가 업데이트 되지 않아서 저 소리 듣는가 하면 또 그건 아니라는 거.
문제는 기껏 추가된 컨텐츠가 블소와 마찬가지로
 하루에 한 번이나 일 주일에 한 번 즐기면 땡 끝나는 컨텐츠이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하루에 던전을 몇 바퀴라도 뱅뱅 돌 수 있는
리니지나 던파 같은 게임이 '엔드 컨텐츠 부족' 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살던가.
하루에 어지간한 폐인이라도 질릴 때까지 게임 속에서 뺑뺑이를 돌 수 있으니 '부족해!'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결국 컨텐츠 부족 문제는 게임 내 밸런스를 위해 던전 이용에 제한을 둔 게임인 이상
피해갈 수 없는 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pvp 요소를 추가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지만
뭐 블소야 그렇다치고 아래 언급한 구공온이나 리프트 길드워2에 pvp가 없어서 no end contents 소리 듣는게 아니다.
구공온은 런칭 뒤 전장을 두 개나 추가했고 리프트는 아예 필드쟁에 보상을 주면서 이를 유도하고
심지어 길드워 2는 아예 pvp하세요 하고 만든 게임이니까.
하지만 pvp는 정말 하는 사람만 하는 세계가 되어 버렸고 어지간해서는 게임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기 힘들어졌다.

결국 현 MMORPG에 '컨텐츠 부족'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주에 한 번' 이라는 던전 귀속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데..
만약 지금처럼 '돌면 무조건 템은 나옴' 형태라면 이것 역시 '하루만에 풀템맞추는' 망겜을 만들게 될 것이고
'하루만에 풀템맞추는' 일이 안 생기게 하려면 아이템의 드롭률을 낮춰야 할 텐데
이러면 10년도 전에 나온 리니지에서 대체 뭐가 진보한 건지,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게임이 튀어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레벨링 시스템을 '만렙 찍으면 끝, 찍는 과정은 튜토리얼' 같은 게 아니라
게임 서버 닫을 때 까지 계속 어떤 형태로든 레벨 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오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나는 게이머지 제작자가 아니기 떄문에 이걸 어떻게 구현해야 할 지는 감이 안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