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퀘스트'라는 개념이 뭔가 장엄하고 고귀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MORPG 개발자들의 끈적한 손길이 닿으면서 퀘스트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진부해졌고, 이제 MMORPG 문맥 안에서는 진짜 의미를 잃어버렸다.

많은 해 전 나는 순진하게도 MMO에는 더 많은 퀘스트가 필요하다고 믿었다. 당시에는 퀘스트가 MMO가 처한 문제(점점 더 복잡해지는 레이드 게임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퀘스트가 MMO에 한 일을 보고 나니, 내가 틀렸다는 걸 솔직히 인정한다.

2004: 퀘스트 기계가 발명된 해

2004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와우)의 도입 이후, 퀘스트 중심의 게임플레이는 MMORPG의 지배적 형태가 됐다. 흔히 "선형적" 게임플레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테마파크 놀이기구의 경직성과 비슷하다. 퀘스트의 추가는 MMORPG의 설계와 플레이 방식을 근본적으로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바꿔 놓았다.

와우 출시 초기 몇 달 동안은 "드디어 할 일이 생겼다"는 도취감이 있었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 에버퀘스트(EverQuest) 길드 친구들이 나와 함께 와우로 넘어왔는데, 예전엔 친근하고 그룹 지향적이던 이들이 이제는 자기중심적이고 내 그룹 요청을 무시하는 걸 보았다.

새로 얻은 독립성과 파워에 취해 대다수 플레이어는 굳이 그룹을 맺을 필요를 못 느꼈다. 그들은 마치 최면에 걸린 듯했다. 사실 그들을 탓할 수도 없다. 와우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었으니까. 그때 깨달았다. 와우의 핵심 설계, 즉 솔로 플레이 친화적인 퀘스트와 쉬운 레벨업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걸.

처음에는...

퀘스트 중심 게임플레이가 도입되기 전 MMORPG는 주로 자유 진행형 열린 플레이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에버퀘스트나 울티마 온라인(Ultima Online) 같은 게임에서는 레벨업과 아이템 수집이 주된 목표였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서라면 사회화, 협동, 탐험 같은 활동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런 조건들은 꽤 응집력 있고 기억에 남는 MMO 경험을 만들어주었고, 더 중요하게는 진정한 커뮤니티와 사회적 질서를 만들어냈다.

그러다 MMO 패스트푸드가 등장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와우는 애초부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즉, 더 수익성 있게) 설계되었고, 소니의 에버퀘스트 팀이 저질렀던 과잉 설계의 해독제를 자처했다. 에버퀘스트는 그룹플레이 MMO에서 레이드 중심 MMO로 빠르게 변모했고, 개인의 진행을 위해서는 긴 시간의 파밍이 필요했다. 그런 시점에서 와우는 직장과 가정을 가진 시간 없는 캐주얼 게이머에게는 신선한 공기 같은 존재였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퀘스트 중심 MMO가 약간의 '사고' 같은 결과라는 점이다. 몇 년 전 블리자드 개발자 제프 카플란이 GDC에서 한 발표에서 이를 인정했다. 2003~2004년 와우의 프렌즈 앤 패밀리 알파 테스트 당시, 테스터들이 퀘스트가 다 떨어지면 불평을 했다고 한다. 블리자드는 이에 당황했지만 결국 모든 지역에 퀘스트를 집어넣기로 했다. 진실은, 퀘스트가 처음부터 깊이 고민된 설계가 아니었다는 거다. 알파 테스터들이 요구했기 때문에 넣은 것뿐이다. 큰 실수였다.

와우 출시 7년이 지난 지금, 퀘스트 중심 MMO는 해결하려던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다. 이제는 퀘스트를 아예 없애야 할 때라고 본다.

먼저 MMORPG의 본질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간단히 이야기해보자...

궁극의 퀘스트: 생존

퀘스트 중심 MMO가 등장하기 전에는 단 하나의 퀘스트가 있었다. 그건 바로 '생존'이었다. 그 황금기의 MMORPG에서 낯설고 가혹한 환경을 탐험하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성장시켜야 했다. 오늘날의 MMO를 하는 사람들은 그 시절의 플레이어들이 기꺼이 자신을 극도로 힘든 세계에 던졌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오늘날의 MMO와 그때를 비교하는 건 특수부대 훈련과 요가 수업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

그땐 "재미"를 논하는 대신 맥박이 뛰는 짜릿함과 끊임없는 경이로움을 보상으로 받았다. 우리는 흥분했고, 압도되었고, 솔직히 말해 온라인 판타지 세계의 일부가 된 것만으로도 특권을 누린 기분이었다.

그 시절에는 게임 디자인이 더 깊이가 있었고, 다른 요소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플레이어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캐릭터를 성장시켰다:
  • 탐험과 그룹플레이를 통해 레벨업하고 스킬과 능력을 습득
  • 몬스터를 잡거나 탐험하고, 그룹플레이하고, 거래하고 제작해서 더 좋은 방어구와 무기 획득
  • 경험과 실험을 통해 더 나은 플레이어로 성장

이러한 설계 요소들은 상호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고, 직업 간 상호의존성과 사회화의 필요성을 낳았다. 플레이어가 스스로의 능력을 연마해 적절한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응집력 있는 설계가 바로 좋은 게임 디자인의 근간이었다.

그 황금기에는, 점점 더 어려운 지역을 탐험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그렇게 힘들게 쌓은 캐릭터의 성장이야말로 이국적이고 위험한 땅을 탐험할 수 있는 입장권이었다. 우리는 그 대가를 기꺼이 지불했다. 놀라운 가상의 판타지 세계의 일부가 되는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내가 퀘스트를 이제 없애야 한다고 느끼는 이유를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이유 1: 퀘스트는 플레이어의 주도권과 자유를 빼앗는다

여가 시간에 누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걸 좋아하는가? 나는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MMORPG는 딱 그 짓을 하고 있다.

개발자가 퀘스트로 가득한 세계를 만들면 플레이어는 그걸 다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느낀다. 이 완료 강박은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이 이런 식의 선형적인 퀘스트 라인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가 말하듯이: "너는 지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 황금빛 길을 걷도록 유도하는 힘은 강력하다. 개발자들이 의도한 방식이니까. 퀘스트와 그 보상을 사용해 플롯과 스토리라인, 보물을 풀어준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이야기와 경험이 아니라, 개발자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우리가 자유롭게 할 수 있었을 땐 이런 걸 필요로 하지 않았다. 대신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각 플레이어는 자율적이었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각 서버는 고유한 개성과 문화를 발전시켰다. 우리는 깨어나거나 무시할 악당을 선택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NPC가 우리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우리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정의했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상황을 가져왔다. 오늘은 특정 지역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그룹을 맺고, 내일은 그룹을 안 하고 은행이나 동굴에서 아이템을 팔거나 선술집에서 롤플레잉을 할 수도 있었다.

오늘날 대부분의 MMO 플레이어들은 개발자가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우기는 전체주의적 사고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플레이어의 이 가상 운명은 개발자의 칠판 위에서 미리 계획되어 있다. 호그와트행 기차를 타면 늘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 2: 퀘스트는 플레이어의 사회성과 커뮤니티를 약화시킨다

퀘스트는 MMO를 싱글 플레이 게임으로 바꿔놨다. 이제 플레이어는 진행을 위해 다른 플레이어가 전혀 필요 없다.

한때 MMORPG는 "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이라는 이름답게, 멀티플레이 경험을 정말 자랑스러워했다. 당시 좋은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건 이 장르에서 큰 자부심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는 건 이 가상의 세계에 들어오는 즐거움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플레이어들은 NPC 퀘스트를 받아서 왔다갔다 하느라 다른 유저를 완전히 무시한다. 마치 좀비처럼 퀘스트만 주는 NPC를 찾아 달려가면서, 다른 사람과 접촉은 최대한 피한다.

MMO는 이제 커뮤니티를 만드는 공간이 아니라, 퀘스트 배달 기계가 되어버렸다.

이제 중요한 건 오직 NPC 위에 떠 있는 느낌표를 찾는 것뿐이다. 플레이어들은 마치 TV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참가자처럼 NPC를 찾으려고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이런 식이면 누가 굳이 탐험을 하겠나. 목적은 단 하나, 다음 NPC의 노란 느낌표를 찾는 것뿐인데.

퀘스트는 플레이어를 이기적이고 용병 같은 사고방식으로 만들었다. 예전에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필요가 없으니, 커뮤니티는 흉측하고 산산조각난 모습이 되었다.

특히 솔로 퀘스트가 초반부터 중반, 그리고 만렙까지 대부분의 콘텐츠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게 게임의 분위기를 아예 결정한다는 거다. 플레이어들이 본격적으로 다른 유저와 그룹을 맺고 협력해야 할 시점이 되면 이미 늦었다. 그때쯤엔 다들 "혼자서 하는 게 편한데?" 하고 굳어져버린다.

와우 커뮤니티의 비참한 현실 '남아있는 게 있기는 한가?'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이유 3: 퀘스트는 너무 뻔해져서 MMO 경험을 하찮게 만들어버렸다

오늘날의 MMO 퀘스트는 한 형태의 '노가다'를 다른 형태의 '노가다'로 바꿔치기했을 뿐이다. 퀘스트는 이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MMO가 퀘스트로 도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은 진짜 '퀘스트'라기보다는 그냥 "심부름"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 퀘스트 텍스트를 읽지도 않는다. 다들 솔직히 말해봐라. 그리고 매번 똑같은 NPC가 모든 플레이어에게 똑같이 "뭐뭐 좀 구해주세요"라고 하는 게 대체 얼마나 몰입되냐?

이런 '퀘스트'는 MMO를 단순 거래로 만들어버렸다. "퀘스트 완료 → 돈이나 아이템 받기." 그래서 다음 보상은 어디 있나?

게다가 더 최악인 건 "일일 퀘스트"라는 기괴한 발명품이다. 매일 똑같이 몬스터 10마리 잡아오라는 지겨운 퀘스트를 반복한다. MMO가 직장도 아니고, 왜 이렇게 '업무'같은 느낌이 나야 하나?

그리고 문제는 퀘스트 콘텐츠가 유한하다는 거다. 다 끝나면 플레이어는 "이제 뭘 해야 하지?" 하고 멍해진다. 왜냐면 플레이어가 기대하게 만든 게 바로 "항상 다음 NPC가 새로운 퀘스트를 줄 거다"는 사고방식이었으니까.

게다가 퀘스트 콘텐츠는 제작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든다. 퀘스트가 드문 게 아니라 넘쳐나는 시대가 되면서, 이제 퀘스트는 MMO의 모든 경험을 독점해버렸다. 개발 리소스도 전부 거기로 빨려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다른 중요한 시스템 개발이 완전히 정체됐다.

이건 건강하지도 않고, 불균형하고, MMO 커뮤니티가 지금 이렇게 지루하고 무기력해진 이유 중 하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전설템을 더 줘봐야 이 병은 못 고친다.

이유 4: 퀘스트는 플레이어를 게으르고 멍청하게 만든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MMO 플레이어들은 역사상 가장 게으르고 생각 없는 플레이어가 됐다. 그리고 그게 전적으로 플레이어 잘못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면 이건 주주들의 요구 때문에 접근성을 극대화한 결과이니까.

개발자들은 플레이어가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도록, NPC가 내리는 명령만 따라가면 되도록 MMO를 만들어놨다.

퀘스트는 게으른 사람들의 꿈이다. 시작하고 끝내는 데 용기나 지능, 노력 같은 건 거의 필요 없다. 심지어 NPC에게 부탁해서 퀘스트를 받아낼 필요도 없다. 24시간 편의점처럼 언제나 플레이어를 위해 열려있고, 돈이랑 아이템을 무한정 퍼준다.

사실은 이래야 한다. 플레이어가 NPC에게서 정보를 얻으려면, 협박을 하든, 뇌물을 주든, 평판을 쌓든, 친분을 쌓든 뭔가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MMO는 그런 거 다 생략했다. "아 그런 거 지루하잖아. 빨리 몬스터나 잡으러 가." 이게 개발자들의 마인드다.

그 결과 플레이어는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길 포기하고, 퀘스트라는 "보상"만 좇게 됐다. 플레이어는 보상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는 자격 의식만 키워버렸다. 이제 플레이어는 다른 사람과 같이 MMO 경험을 만드는 게 아니라, 부모에게 기대는 어린애처럼 개발자에게 "오늘은 사료 뭘 줄 거야?" 하고 묻는다.

이거 멍청한 시스템 아닌가? 이게 얼마나 병적인 구조인지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래서 뭐 어때? 게으르고 멍청한 애들이 있든 말든 상관없잖아."

하지만 MMO에서 진짜 중요한 건 플레이어들이다.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이렇게 개판이면, 남아 있는 사람들의 재미까지 다 망가진다. 좋은 플레이어가 없으면, 좋은 MMO도 있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제대로 된 플레이어들은 이미 다 떠났다. 남은 건 이 망가진 커뮤니티뿐이다. 그리고 이건 사회성 붕괴랑 같은 맥락이다.

이유 5: 퀘스트 보상이 너무 후하다

퀘스트 보상이 너무 과해서, 몬스터 드랍이나 제작 아이템의 가치가 다 사라졌다. 퀘스트가 너무 후하니까 굳이 다른 방식으로 장비를 맞출 필요가 없어졌다. 제프 카플란도 인터뷰에서 솔직히 인정했다. 이제 와우에서 가장 효율적인 진행법이 퀘스트라고.

솔직히 말해서, 개발자 양반들 진짜로 네 퀘스트가 재미있는지 궁금하면 보상 다 빼봐라. 경험치도 골드도 아이템도 보상 싹 다 빼고 "이제도 퀘스트 할래?" 하고 물어봐라. 정직하게 말해보자. 보상이 없으면 누가 이따위 심부름을 계속하겠냐?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 보상이 달려 있으니까 하는 거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제 이런 보상 중심 설계에 세뇌돼서, 뭘 해도 반드시 내게 이득이 있어야 한다고 믿게 된 거다. 이게 얼마나 병적인 생각인지 얘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나는 진심으로 도전한다. "퀘스트 중심 설계 고수하겠다고? 좋다. 그럼 보상 다 빼고 한번 해봐. 너희 게임이 진짜 재밌는지 보자."

퀘스트가 없는 MMO를 상상해봐

한 번 상상해봐라. 지금 네가 하고 있는 MMO에서 퀘스트가 전부 사라진다면? 넌 뭘 할 거 같아? 어디로 갈 건데? 솔직히 대부분의 MMO 플레이어들은 아마 멘붕할 거다. 왜냐면 너무 오랫동안 자율성도 없이, 누가 손잡아 주는 거에 익숙해져 왔으니까. 개발자가 "엄마" "아빠"처럼 한 걸음씩 다 알려주는 게 당연하다고 배웠으니까.

진짜 이게 네가 원하는 방식으로 가상 판타지 세계를 경험하는 거냐?

최소한 퀘스트를 다 없애버리면 지금 MMO가 얼마나 빈약하고 피상적인지 깨달을 수 있을 거다. 그때서야 알 거다. 지금 MMO가 뭔가 대단한 경험을 주는 게 아니라, 사실은 애들 놀이터에서 하는 단순한 보물찾기 놀이일 뿐이라는 걸.

또 하나 생각해야 할 게 있다. 퀘스트가 도입되면서 가상 세계 디자인의 다른 중요한 측면들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퀘스트는 일종의 눈속임이고 미끼다. 플레이어들이 "아니, 사실 이 게임 아무것도 없네?"라고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거다.

결론

아무도 부정 못 한다. 퀘스트 중심 게임플레이가 MMO 업계의 창의력을 완전히 고갈시켰다는 걸. 대부분의 회사들이 그냥 와우의 변종을 또 하나 찍어내는 것밖에 안 하고 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도대체 이 바보 같은 걸 언제까지 속아줄 건가?" 아마도, 실망한 플레이어들이 빠져나가도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서 메꿔주니까, 블리자드 같은 회사들은 이 낡은 공식을 영원히 우려먹을 거다.

퀘스트가 MMO에서 완전히 사라질 날이 올까? 솔직히 말해서 가능성은 낮다.
왜냐면 그걸 대체하려면 MMO의 전반적인 난이도를 크게 높여야 하거든.

하지만 전형적인 블리자드 스타일 퀘스트의 시대는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개발자들이 점점 깨닫기 시작했거든. "이 퀘스트 중심 설계가 사실 플레이어 경험과 커뮤니티를 망가뜨렸구나"라고. 아레나넷(엔씨소프트의 자회사)의 길드워 2가 벌써 이 문제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걸 보면 알 수 있다. 드디어 누군가 MMO가 단순히 '할 일 목록' 수천 개로 이루어진 게임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 와우라는 거대한 괴물에 대해서는 이런 말이 있다. 몇 년 전에 리처드 바틀이 이 말을 해서 와우 팬 1100만 명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하지만 그 말에는 진심으로 새겨들을 만한 지혜가 있다.

내가 와우를 인수한다면? 난 서버를 다 꺼버릴 거야. 진짜 더 나은 가상 세계가 필요하니까. 와우를 희생시키면, 플레이어들이 대안을 찾으려고 할 거고, 숨은 보석 같은 게임들이 주목받을 거고, 새로운 게임이 한계를 깨려고 나설 테니까.

나는 그의 말을 좀 더 확장해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MMO 장르를 위해서 가장 좋은 일은 와우가 망하는 거다. 그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와우가 무너지면, 다른 회사들은 드디어 베끼기를 멈추고 진짜 혁신을 시작할 수밖에 없을 거다. 영원한 건 없다. 한때 인기 폭발이던 기타 히어로 프랜차이즈를 액티비전이 결국 없앤 걸 생각해봐라. 오늘의 영웅이 내일의 구경거리 신세가 되는 법이다.

오랜 MMO 유저로서 난 이렇게 생각한다. 진짜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퀘스트 같은 허무한 미끼에 또 속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이 장르에서 다시 되찾아야 할 건 단순하다. 도전, 커뮤니티, 그리고 플레이어의 자율성. 이게 MMORPG를 진짜 대단하게 만들었던 가치들이었다. 우린 펑크난 바퀴를 새로 만들 필요 없다. 바람만 넣어서 다시 굴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