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미지를 못 찾아서 대충 AI로 생성한 이미지)

요즘은 뭐든 '티어'로 정리한다. 게임, 음악, 음식, 사람, 연애, 직업, 취미, 그리고 '인생 난이도'까지.
처음엔 이렇게 다 나누면 편하다. 복잡한 걸 표로 깔끔하게 정리해주니까. "이건 S, 저건 B." 끝.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티어를 '세상을 보는 렌즈'로 써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불행으로 직결된다. 사람을 만나도 득실부터 계산하고, 취미도 가성비, 휴식도 가성비, 결국 모든 순간이 시험장이다. 시험장에서는 다들 고도의 긴장만 하고 있지 행복한 사람이 없다.
A를 달성하면 S가 보이고, S를 달성하면 SS가 보이고, SS를 달성하면 SSS가 보인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만족의 기준은 영원히 도달할 수 없다. 동네 뒷산에 올라갔더니 지리산이 있고, 지리산을 넘었더니 에베레스트가 있다. 에베레스트 너머엔 올림푸스산이 있고.
얻은 건 짜릿하게 많아지지만, 도파민 수용체가 적응을 해서 행복감은 훨씬 덜 느끼는 모순이 발생한다.
제일 위험한 점은 바로 '자존감'이다.
내 가치를 나의 내면에서 느끼는 게 아니라 외부 지표로만 측정하기 때문이다.
- 조회수
- 연봉
- 학벌
- 팔로워
- 구독자
- 좋아요
- 외모 점수
- 커리어
이 지표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이 내 존재 이유가 되면 이 지표는 나쁜 것이 맞다. 그럼 작은 실패도 '나는 쓰레기다'로 느껴진다. 쉬는 것은 게을러 빠진 것이고, 느린 것은 도태 패배자가 된다. '지금 내가 만족했나'가 아니라 서열 변동에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이기에 인간은 이걸 버티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다.
인간관계도 망가진다.
"이 사람과 함께하면 내가 뜨나?"
"내 시간 대비 리턴이 있나?"
"나보다 위인가, 아래인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과는 친밀감이 들 수가 없다. 존중 대신 계산하고 있고, 신뢰 대신 협상하고 있으니까. 하루종일 24시간 함께 있어도 피로감과 외로움만 남는다. 이런 사람과 함께 있을 바엔 차라리 그냥 혼자 고독한 것, 챗GPT 앱을 항상 켜놓는 것, 청소로봇과 대화하는 것이 훨씬 낫다. 가장 인간다워야할 사람이 가장 인간답지 않으니까.
티어는 맥락을 무시해버린다.
같은 컨텐츠라도 어떤 날에는 위로가 되고 어떤 날에는 보기 싫어진다.
하지만 티어는 "응, 그냥 C급."이라고 단정 지어버린다. 정작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건 그 C급인데도 말이다. 인생을 바꾸는 선택은 늘 S급이 아니다.
티어는 평균적으로 어떤지는 잘 보여줘도, 행복은 보여주지 못한다.
자주 착각한다.
더 정확히 분류하면 더 행복해질 거라고. 근데 삶은 엑셀이 아니잖아. 정확한 분류가 반드시 더 좋은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도한 분류가 숨통을 막는다.
최고점에 도달하면 행복할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사소한 것에서 행복감을 찾는다. 티어로는 절대 증명할 수 없다. 세상 모든 것에 티어를 매기기 시작하면 결국 내 마음도 티어표에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그 표에는 '충만함'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렇게 불행이 시작된다.
순위표를 닫아라. 티어를 보지마라. 점수 대신 지금을 보자. 평가하려고 하지말아보자. 행복은 성과가 아니라 감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