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요약

1. 자주포 혐오의 핵심은 '불공평'이며, 이 불공평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2. 그 중 1번째는 안 보이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딜을 할 수 있다는 점(단, 이건 자주포만의 문제점은 아니다)이며,

3. 2번째는 실력 차이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긴 글이 읽기 싫어서 이 요약만 보고 넘어가는 것은 상관없지만, 만약 아래 본문도 제대로 안 읽고 내 의견에 왈가왈부하거나 헛소리 하면 즉시 쌍욕 박을 테니 참고하셈.






자주포 혐오가 생긴 이유를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불공평'이라고 할 수 있음.


이 '불공평'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음. 다른 병과와는 달리 안 보이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딜을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불공평하고, 또 실력 문제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불공평함.


월드오브탱크 유저의 자주포 혐오는 대개 이 2가지 불공평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음.



1) 안 보이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딜을 넣을 수 있다


사실 이런 병과는 어느 게임에서든 욕받이를 담당하는 병과이기도 함. 배틀필드 등의 FPS 게임에서 어디 자리 깔고 저격만 하는 유저들을 '똥싸개'라는 멸칭으로 부르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음.


하지만 월탱의 경우에는 엄폐물에 숨어도 곡사로 날아드는 데다가, 대미지만 입는 것이 아니라 온갖 상태이상(승무원 부상, 모듈 파괴, 스턴)도 딸려 옴. 이러니 맞는 유저들이 더욱 싫어할 수밖에 없음.


거기다가 자주포를 잡았을 때 얻는 게 적다는 점도 한몫 함. 10티어 자주포도 내구도가 600을 안 넘기고, 심지어 자주포들은 남에게 킬이나 딜을 주기 싫다면서 자폭하는 빈도가 다른 병과에 비해 훨씬 많음. 이러니 다른 유저 입장에서 자주포란 남에게 온갖 짜증은 안겨주는 주제에 정당한 몫(킬이나 딜 등)을 주기는 거부하는 악질 유저로 보일 수밖에.


그런데 (내 생각으로는) 이 1번 항목의 경우, 비단 자주포만의 문제는 아님. 이게 무슨 소리냐면...


안 보이는 곳에서 일방적으로 딜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자주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임. 즉, 자주포 이외의 병과도 1번 항목에 의거하여 얼마든지 욕과 증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임.


당장 8.XX 당시, 그러니까 바이백이 현역이던 시절 '대구축시대'를 기억하는 고인물이라면 잘 이해가 될 것임. 이 당시에는 각 팀에 구축이 10~12대씩 있던 시절이었음. 그리고 모두가 부쉬를 끼고서는 15분 동안 니가와만 하고 있었지.


이런 상황에서 누가 뛰어 나가서 라인을 밀거나 정찰을 함? 심지어 이 당시에는 사격 시 위장율 저하도 없어서, 아무리 발포를 해도 50~100m까지 다가오지 않는 한 스팟이 뜨지 않았음. 그래서 15분 캠핑이 일상이었음. 너무 오래 전이라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당시 구축들은 자주포만큼이나 욕을 뒤집어 썼을 거임. 그만큼 자주포가 존재감이 지금보단 덜 했다는 것임. 아니, 뭐가 보여야 쏘지.


그래서 무슨 소리가 하고 싶어서 과거 일을 들먹였느냐? 자, 생각해 보셈.


만약 워게이가 님들 말대로 자주포를 완전히 없앴음.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음? 행복 공방이 펼쳐지나? 과연 그럴까?


님들 0자주 프로호로프카나 플젠에 매칭되었을 때, 자주포가 없으니 유저들이 그만큼 더 적극적으로 게임함? 내 경험 상으로는 전혀 아니었음. 대부분은 수풀이나 둔턱을 끼고 10~15분동안 니가와 하고 있었지. 그러면 님들은 밀라는 라인은 안 밀고 뒤에서 헛짓거리 하고 있는 이 녀석들에게 비난을 퍼붓겠죠?


이게 뭘 의미하냐? 자주포가 없어졌을 때, 그 비난의 화살은 이제 저격 미듐이나 구축에게 돌아감. 자주포가 먹을 욕을 다른 누군가가 대신 먹게 되는 거지, 자주포가 없어졌다고 게임이 막 눈에 띄게 쾌적해진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임.


그러므로, 안 보이는 곳에서 일방적인 딜링을 한다는 것 자체는 자주포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음. 자주포가 없어지면, 다른 누군가가 이 이유로 욕을 대신 들어먹을 테니까. 그럼 어떤 문제가 남느냐?



2) 실력 차이를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다


실력 문제가 남음. 여러분도 인정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월탱은 기본적으로 실력게임임. 그러니 대부분의 유저가 (비록 비공식적이지만) 레이팅과 승률을 잣대로 유저들의 실력을 가늠하고, 또 이를 중시함. 다른 것은 몰라도 클랜 모병이나 유저간 시비가 붙었을 때 실력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님들도 인정할 것임.


그리고 님들이 핵유저(속칭 '편의증진모드 사용자')를 경멸하고 배척한다는 점도 이 월탱이라는 게임이 실력게임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할 수 있음.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게임에 부정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대다수가 납득하지 않기 때문임.


그래서 많은 유저들은 자주포를 싫어함. 왜? 자주포의 행동 양식이 이 정정당당히 실력을 겨루는 게임과 부합하지 않고, 더 나아가 게임의 질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음.


예를 들어, A가 슈니컴이고 B가 떡볶이라고 가정하겠음. B가 헤비를 타고 A를 라인에서 만났더니, 만나는 족족 영혼까지 털렸음. 남들은 헤비를 타서 라인전을 해봐야 실력이 느네 마네 하지만, 뭘 해보기도 전에 죽도록 맞아 터지는데 실력은 도저히 늘지 않음.


결국 싫증 난 B는 다른 병과를 알아보다가 자주포를 건드림. 그리고 만족함. 왜냐? 일반적인 전차를 탔을 때에는 발끝도 못 건드렸던 슈니컴을, 자주포를 타고 내려찍으니 유의미한 견제를 가하거나 제압할 수 있었기 때문임. 그리고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자주포를 즐겨 타기 시작함.


물론 자주포 타는 유저 모두가 이런 건 아니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이런 적절한지 어떤지 모를 예시를 끌어다 써 봤음. 이게 무슨 소리냐면, '자주포는 보다 적은 노력과 실력으로 큰 성과를 낼 수 있기에 매력적일 수 있다'라는 것임.


LOL로 예를 들어 봄. 페이커랑 브론즈따리 동네 고딩이 1:1 미드 라인전을 한다고 했을 때, 십중팔구는 페이커가 이긴다고 생각할 거임. 그런데 브론즈 고딩이 갑자기 이상한 챔피언을 들고 와 페이커와 라인전을 했더니, 승률이 50;50 ~ 60:40이 됨. 이러면 사람들은 고딩의 실력을 칭찬할까? 아마 고딩이 끌고온 챔피언이 지나치게 OP라면서 불만을 표하지 않을까?


다소 조악한 예시였을지도 모르겠고, 그 점은 인정함. 아무래도 월탱 자주포와 롤 챔피언을 동격으로 놓고 보기에는 좀 그렇긴 함.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예시로 드러났다고 생각함.


라인전에서 만났으면 대번에 분쇄할 수 있는 저실력자가, 자주포를 타고 왔다는 이유만으로 고실력자를 속수무책으로 두들겨 팰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이것이 자주포에 대한 불만의 핵심이 아닌가 하고 생각함. 어디까지나 내 의견임. 반박은 환영함(원색적 비난, 무지성 떼쓰기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