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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순항전차 중 가장 완성도 높게 개발
<46>영국 크롬웰·코메트 전차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개발 당시 둘 다 늦게 나온 탓에 기대만큼 활약 못해

영국제 순항전차로는 높은 기동력과 신뢰성을 얻은 크롬웰.

영국제 순항전차로는 높은 기동력과 신뢰성을 얻은 크롬웰.


크롬웰의 화력을 강화한 코메트. 막강한 화력에 높은 기동성까지 갖췄지만 너무 늦게 등장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필자제공

크롬웰의 화력을 강화한 코메트. 막강한 화력에 높은 기동성까지 갖췄지만 너무 늦게 등장해 기대만큼 활약하지 못했다. 필자제공


  제2차 대전에서 영국군 기갑부대는 크게 두 종류의 전차를 사용했다. 하나는 장갑은 얇지만 기동성이 높은 순항전차, 그리고 또 하나는 기동성은 낮지만 방어력이 높은 보병전차였다. 이 중 보병전차는 낮은 기동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방어력 덕분에 실전에서 제법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았지만 순항전차는 문제가 많았다. 기동성이 높다고는 해도 장갑이 얇다 보니 피해가 커지기 쉬웠고, 또 다급하게 개발하다 보니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실제로 대전 중반까지 영국군의 주력 순항전차였던 크루세이더는 개발이 끝나기도 전에 오래지 않아 구식이 되리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미 1940년 후반에는 크루세이더의 후계자로 사용될 신형 순항전차의 개발이 시작됐다. 영국군은 이 신형 순항전차를 1942년부터 운용할 생각으로 개발했으며 주포는 기존의 2파운드(40㎜)포 대신 6파운드(57㎜)포를 장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순항전차의 첫 번째 모델인 A24는 기껏 생산되고도 실전에 투입되지 못했다. 기술적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실 대전 초~중반 영국 전차들을 괴롭힌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엔진이었다. 영국 순항전차들에 원래 장착됐던 리버티 엔진(340마력)은 1차 대전 당시의 전투기용 엔진을 개조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출력도 영국이 원하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신뢰성에도 문제가 있어 이미 크루세이더에서도 상당히 말썽을 일으켰고 무게가 더 늘어난 A24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것이 새로 등장한 미티어 엔진이었다. 스핏파이어 등의 전투기용으로 개발된 멀린 엔진을 전차용으로 바꾼 미티어는 600마력이라는 높은 출력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 신뢰성도 리버티보다 훨씬 높았다. 영국은 이 엔진을 이용한 새로운 순항전차를 개발했다. 그것이 바로 2차 대전 영국 순항전차들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크롬웰과 코메트였다.

 크롬웰은 1943년 생산이 시작된 후 약 4000대가 만들어져 2차 대전 후반의 영국군 주력 순항전차가 됐다. 최대 속도는 64㎞/h로 2차 대전에 사용된 전차들 중 매우 빠른 축에 속했으며 장갑 역시 최대 76㎜에 달했다. 또 주포 역시 75㎜로 예전의 영국 전차들에 비해 상당히 강력했다. 특히 그 전에 주로 쓰이던 2파운드 전차포와 달리 우수한 고폭탄도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용도로 쓰기 좋았다. 또 미티어 엔진 덕분에 기존의 순항전차들보다 고장도 덜 났다.

 하지만 크롬웰도 등장한 직후부터 능력부족에 시달렸다. 장갑은 제법 두꺼워졌지만 급하게 설계된 차체와 포탑은 전혀 경사가 없는 수직 장갑이라 두께에 비해 방어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었다. 게다가 이 전차가 본격적으로 실전 투입된 1944년 6월에는 이미 독일군 대전차포나 전차포가 강력해져 크롬웰의 방어력도 부족해진 뒤였다. 설상가상으로 주포인 75㎜ 역시 독일군의 신형 주력전차들인 판터나 티거를 상대하려면 매우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야만 했다. 기껏 신형 전차를 만들었더니 나오자마자 능력 부족에 시달린 것이다.

 이 때문에 영국은 크롬웰을 한단계 더 개량한 코메트를 개발했다. 코메트는 크롬웰의 기본 차체를 개량한 뒤 보다 발달된 포탑을 장착한 것이었다. 일단 장갑 두께도 최대 102㎜까지 높아졌지만 크롬웰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주포였다. 새로 개발된 77㎜ 고속포(실제 탄 구경은 76.2㎜지만 같은 구경의 17파운드 대전차포와 혼동을 막기 위해 일부러 77㎜로 부름)를 장착하면서 코메트는 독일군의 강력한 전차들과도 어느 정도 맞설 만한 화력을 얻었다. 여기에 크롬웰이 갖고 있던 높은 기동성까지 물려받으면서 코메트는 2차 대전 영국 최고의 순항전차로 불리게 됐다.

 다만 코메트의 등장이 너무 늦었다. 1944년 12월에야 실전배치가 시작된 탓에 제대로 싸울 만한 독일 전차가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실전 경험도 많지 않았으며 생산량도 코메트보다 훨씬 적은 약 1200대 정도였다. 크롬웰과 코메트 모두 6개월씩만 일찍 나왔어도 전황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둘 다 늦게 나온 탓에 기대만큼 활약을 못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