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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 ‘주력전차’ 자리매김
<51>영국 ‘센추리언’ 전차
홍희범 월간 ‘플래툰’ 편집장

이스라엘군이 개량한 센추리언. 
필자제공
이스라엘군이 개량한 센추리언. 필자제공

센추리언 Mk.3. 6·25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다.
센추리언 Mk.3. 6·25전쟁에도 참전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기병 전차’와 ‘보병 전차’ 두 가지 전차를 사용했다. 하지만 기동력은 뛰어나도 방어력이 형편없는 기병 전차, 그리고 방어력은 뛰어나지만 기동력이 형편없는 보병 전차의 두 가지를 나눠 운용하는 것은 결국 문제가 많아 영국군은 전쟁 중 미국제 셔먼 전차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결국 1943년 영국 육군은 새로운 전차 개발을 시작한다. ‘중(重)순항전차’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로 한 것이다. 높은 기동력을 갖추면서도 최소한 정면에서는 기존 보병 전차를 능가하는 방어력을 갖추는 동시에 가능한 선에서 최대의 화력을 갖추는 신형 전차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 전차 하나로 기존의 보병 전차와 순항전차를 동시에 대체하자는 것으로, 그동안의 실전 경험이 반영된 것이었다. 특히 독일군의 88㎜포 사격에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조건은 이 전차를 사실상 연합군 최강의 전차를 만들려는 영국의 야심이 드러난 것이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40톤으로 억제됐던(영국이 당시 보유한 전차 운반용 트레일러의 최대 하중이 40톤이었다) 중량 제한도 곧 늘어났다. 이런 육중한 무게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영국군 전차에 새로 적용하기 시작한 ‘미티어’ 엔진 덕분이었다. 개량을 거쳐 650마력까지 출력이 높아진 미티어 엔진은 2차 대전 중 영국군의 다른 전차에도 장착돼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우수한 변속기까지 결합하면서 기동력 면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된다. 비록 최고속도는 50톤 이상으로 불어난 무게 때문에 35㎞/h로 빠르지 않았지만 가속 능력과 험지 주파 능력이 우수해 전차에 필요한 기동력 면에서는 더 가벼운 기존의 많은 영국제 전차들보다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가속·험지 주파능력에서 우수한 평가

 

 1945년, 마침내 영국이 야심 차게 추진한 신형 전차 ‘센추리언’이 완성됐다. 당시 개발된 초기형만 해도 영국군 최강의 전차포인 17파운드 주포를 장착하는 데 더해 최대 장갑 두께가 150㎜에 달해 실전에서 독일 전차를 만나도 겁낼 이유가 없는 강력한 것이었다. 다만, 이 전차들이 유럽 대륙에 도착했을 때에는 전쟁이 이미 끝났고 결국 2차 대전에서는 단 한 발의 포탄도 적에게 쏘지 못했다.

 그러나 센추리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군의 주력전차로 자리 잡으며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40년대 후반부터 50년대 사이에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된 Mk.3형은 주포를 더욱 강력한 20파운드(89㎜) 포로 바꾸면서 공격력이 더욱 강화됐으며 등장한 지 얼마 안 돼 여러 나라에 수출됐다. 특히 2차 대전 직후 신형 전차가 필요하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군사 원조를 위해 책정한 예산으로 센추리언을 구입했다. 덕분에 70년대까지 센추리언은 거의 NATO 표준 전차와도 같은 입지를 지킬 수 있었다.

주포 105㎜로 개량…80년대까지 운용

 

 하지만 센추리언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원래 성능보다 개량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기존의 영국 전차들이 너무 여유 없이 설계돼 개량이 금방 한계에 부딪힌 기억 때문에 센추리언은 처음부터 상당한 여유를 뒀다. 그 덕분에 60년대까지 영국군 자신도 잦은 개량을 시행했다. 특히 주포가 105㎜로 개량되면서 센추리언의 화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됐으며 많은 나라가 이 주포를 활용해 80년대까지도 센추리언을 현역으로 운용했다.

 하지만 센추리언이 가장 활약한 곳은 바로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수천 대의 센추리언을 신품 혹은 중고로 사들였다. 초기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곧 이 문제를 극복한 이스라엘군은 맷집 좋고 여유 있는 센추리언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오랫동안 운용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센추리언을 개량하면서 전차 개량의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스라엘은 주포를 105㎜로 개량했을 뿐만 아니라 연비가 나쁜 원래의 미티어 엔진을 미국제 디젤 엔진으로 바꿔 기동력과 주행거리 모두를 크게 높였다. 사격 통제장치 역시 70년대 후반 컴퓨터화된 신형으로 바꿨으며 폭발 반응 장갑(ERA)까지 추가, 방어력도 크게 높였다.

 비록 80년대 후반부터 이스라엘의 센추리언도 현역에서 점점 은퇴했지만 차체는 보병 수송용 장갑차로 개조해 아직도 현역으로 운용하고 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역시 센추리언을 개량한 ‘올리펀트’를 현역으로 운용하는 등 아직 센추리언이 완전히 사라질 날은 오지 않은 것 같다. 

2014-01-06 20:07:20